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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정상근무, 무혐의도 직무배제…법무부 내로남불

중앙일보 2021.04.30 05:01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출금)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9일 취재진 앞에 섰다. ▶농어촌 구인난 해결을 위한 외국인 계절근로 제도 개선 ▶공항 출국대기실 국가운영 방침 ▶전자여행허가제(K-ETA) 시범 운영 등 법무부 출입국본부의 굵직한 현안을 직접 브리핑하기 위해서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지난 1일 2019년 3월 출입국심사과 공무원을 통해 당시 민간인 신분이던 김학의 전 차관의 실시간 출국정보 조회 내용을 보고받고,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이던 이규원 검사가 출금요청서와 승인요청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을 알면서도 사후 승인한 혐의(직권남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로 차 본부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정책추진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검 내 법무부 의정관에서 정책추진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은 직위해제 대상이다(73조3의 1항). 직위해제는 의무규정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다. 공정하고 정상적인 공직수행에 장애가 될 수 있으니 유·무죄가 가려질 때까지는 직위에서 잠시 물러나 있도록 하는 게 이 법의 취지다. 같은 법 73조 2항은 ‘그 사유가 소멸하면 임용권자는 지체 없이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차 본부장은 직위해제 대상이다. 그가 받는 혐의는 모두 직무 연관성이 있는 것들인데도 여전히 출입국본부장 업무를 보고 있다.

 
현직 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규원 검사는 김 전 차관 출금 서류를 허위 작성한 혐의(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자격모용공문서작성·행사 등)로 차 본부장과 함께 기소됐지만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보좌관(파견)으로 일하고 있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진웅 검사도 수사를 받던 중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에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해 정상적으로 직무를 보고 있다. 정 차장검사의 경우 지난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배제를 요청했지만,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기소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했다.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독직폭행)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늘 같은 잣대가 적용되는 건 아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른바 ‘라임 사태’ 배후로 지목된 김봉현(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단 의혹으로 법무부의 감찰을 받은 검사 3명과 관련해 “(대검이)직무배제를 요청하면 바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직무 집행의 공정성·청렴성과 관련된 사안이면 당사자가 아무리 다툼이 있더라도 직무에서 배제되는 게 본인이나 조직, 국가를 위해서도 나은 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사 3명 중 나모 검사의 경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나머지 2명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류 감찰관은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이 제식구 감싸기를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감찰 결과에 따라 불기소된 2명에 대한 직무배제 요청이 있을 경우 곧바로 직무 집행을 정지하겠단 뜻이다. 금융위원회 법률자문관으로 근무하던 나 검사는 이규원 검사와 달리 비위 의혹이 제기된 뒤 파견이 해제돼 수원지검 안산지청 인권감독관실에 배치됐다. 대개 부장검사 1명 또는 공익법무관까지 2명으로 구성되는 인권감독관실에 부부장검사가 인권감독관 업무 지원으로 배치되는 건 이례적이다.
 
지난 1월 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이규원 검사(법률자문관 파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1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관계자들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이규원 검사(법률자문관 파견)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면서 감찰 결과만으로 직무 집행을 정지하기도 했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스스로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징계혐의자에게 직무 집행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무부가  징계 청구나 직위해제, 직무 집행 정지의 기준을 고무줄로 만들어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검찰 간부도 “직권남용으로 재판에 넘겨진 마당에 업무 관련 공개 브리핑까지 하는 게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차 본부장과 이 검사가 받는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는 유죄 판결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직권남용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정 차장검사가 받는 독직폭행 혐의는 5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나 검사가 받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단순히 법정형으로만 비교해도 들쭉날쭉한 법무부의 조치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준호·김수민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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