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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겠다면서 딴마음…中손길 무시하는 '코로나 생지옥' 인도

중앙일보 2021.04.30 05:00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화장장이 포화상태다. [EPA=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코로나19로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화장장이 포화상태다. [EPA=연합뉴스]

하루 확진자 37만명, 사망자 3645명.(29일 오전 기준)
 

지난해 중국과의 국경분쟁 앙금 여전
중국 백신, 인도 주변국 파고든다 긴장
쿼드 회원국 인도, 미국 손잡아 중국 견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지옥'을 겪고 있는 인도가 중국이 내미는 도움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인도는 지난해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앞장서서 중국에 구호 물자를 보냈다. 하지만 인도적 차원의 협력을 받는 것조차 망설일 만큼 지난 1년 사이 중국과의 관계가 냉랭해졌다고 CNN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전했다.
 

중국 “최대한 돕겠다”에 인도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뉴스1]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뉴스1]

CNN은 앞서 인도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통제불능 상태에 빠진 이후 중국 지도자가 "인도 측이 우리에게 구체적인 필요 사항을 알려주면 우리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인도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고 알렸다.
 
인도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 세계와는 소통을 유지하며 지원을 받는 상태다. 이미 영국이 보낸 산소호흡기 등 구호 물품은 27일 인도에 도착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에 2000만회분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긴급 지원한다고 밝혔다. 발표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25일 전화통화를 하고 백신 지원에 관해 협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인도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과는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비상물자 준비금 신설…"돕겠다"면서 모디 견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AP=연합뉴스]

중국은 27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네팔·스리랑카·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5개국과 온라인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 물자 준비금'(emergency supplies)을 신설하기로 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회의와 관련, "코로나19 대응 연대를 위해서"라며 "중국과 남아시아는 비상 물자를 비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회의가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인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인도는 이날도 묵묵부답이었다. 중국은 27일 회의에 인도를 초대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중국이 인도 주변국에 지원을 확대하면서 묘한 행보를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도를 돕겠다"면서 인도로 인해 코로나19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주변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중국과 백신 외교 경쟁을 벌여온 모디 총리를 타격하는 것"(블룸버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국경의 히말라야 산맥의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충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중국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AP=연합뉴스]

지난해 6월 중국과 인도 국경의 히말라야 산맥의 갈완 계곡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충돌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중국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AP=연합뉴스]

 
실제 세계의 '백신 공장'인 인도가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인해 백신 수출을 중단하면서 백신 수급 계획이 꼬인 방글라데시는 인도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중국이 벌어진 틈을 파고 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확진자 37만명, 사망자 3645명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29일 인도 보건·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전날부터 이날 오전까지 24시간 동안 발생한 신규 확진자 수는 37만920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최고 기록(36만960명)을 경신했다. 하루 사망자 수도 3645명으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틀 연속으로 3000명을 넘겼다. 누적 사망자 수는 20만4832명이다.
 
생지옥이 펼쳐지는 상황에도 중국의 손을 선뜻 잡지 않는 인도의 태도를 두고 SCMP는 "중국과 국경에서 겪은 갈등의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양국은 40년 넘게 국경 분쟁을 겪어왔는데 지난해 6월 카슈미르 국경 지역에서 벌어진 양국 군인의 충돌로 인도 측에서 사상자 여명이 발생했다. 중국은 자국군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사태 초기 백신 물질 수출 금지를 풀지 않는 등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인도 여론이 분노하고 실망했지만 미국이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면서 인도가 미국 원조를 받는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인도는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반중 친서방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인도는 현재 미국의 대중 안보 협의체인 쿼드 회원국이다. 미국과 손을 잡아 중국의 남진을 견제하는 모양새다. 인도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7일 또다른 쿼드 참여국인 일본·호주와 함께 '공급망 이니셔티브'(SCRI)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무역 차질과 이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방어하고 경제적으로도 중국의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복안이다. 28일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글로벌 산업 공급망 형성과 발전은 오랜 시간 시장 논리와 기업선택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며 쿼드 3개국의 공급망 협력을 비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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