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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영남 비토,보이지 않는 손까지…野원내대표 막판 혼탁

중앙일보 2021.04.29 17:52
“전직 당 대표가 갑자기 전화를 해선 ‘누구를 뽑으라’고 하더라. 되려 확 싫어지더라. 계파 정치 같지않나.”
 
국민의힘의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둔 29일 한 초선 의원이 전한 얘기였다. 당을 쥐락펴락했던 옛 거물이 전화로 특정 후보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자신과 같은 초선 의원들의 표심엔 오히려 역효과만 주고 있다고 했다. 
 
원내대표 경선은 정치권에선 유독 이변이 많은 선거로 통한다. 비밀투표인데다 의원들의 친소 관계에 따라 표의 향배가 휩쓸리는 경우가 있어 대세를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막판에 지역·계파 논쟁이 고개를 들면서 예측불허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권성동·김기현·김태흠·유의동’ 4파전의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를 키워드별로 짚어봤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의동, 김태흠, 김기현, 권성동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선 유의동, 김태흠, 김기현, 권성동 의원(왼쪽부터)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후보자-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①영남당 이슈=당 지지 기반을 주로 영남(의원 101명 중 지역구 54명)에 두고 있는 특성상 당내 선거 때만 되면 나오던 해묵은 테마인데, 이번엔 원내대표 선거 직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까지 맞물리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당장 30일 열리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영남 김기현 vs 비영남 권성동·김태흠·유의동’의 구도인데, “도로 영남당은 안 된다”는 비토론에 김기현 의원이 맞서는 형국이다.
  
이번엔 특히 6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과 엮이면서 지역 안배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울산 출신의 김 의원이 당선될 경우 당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영남 지역의 당 대표 후보로 조해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주호영·조경태·윤영석 의원 등 여럿이 준비 중이다.  
 
반대로 권성동(강릉), 김태흠(충남 보령·서천), 유의동(평택을) 의원이 당선되면 대구 출신의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한 영남 주자들이 부담 없이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②계파 앙금=선거가 임박하면서 옛 친박계를 중심으로 “탄핵 주도 세력은 안 된다”며 이른바 ‘권성동 비토론’이 고개를 드는 기류도 감지된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사태’와 지난 총선을 통해 친박계가 힘을 잃었다는 평가가 많지만, 김용판 의원의 ‘윤석열 사과 요구’, 서병수 의원의 탄핵 불복 발언 등 당 내엔 친박의 정서도 잔존해 있다.
 
익명을 원한 초선 의원은 “친박계에서 권 의원과 경쟁이 치열한 김기현·김태흠 의원을 밀어주려 하고, 이들 후보들이 오히려 ‘그러지 말라’고 만류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나도 당 밖에 있는 친박계 인사에게서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친박'보다는 '친이(친 이명박)계'에 가깝지만 탄핵 당시 울산시장을 지내 상대적으로 탄핵 문제에서 자유롭고 계파색도 엷다. 반면 김태흠 의원은 친박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친박계 인사들 중엔 권성동·유의동 의원의 탄핵 국면에서의 탈당 이력을 거론하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권 의원은 2017년 헌재의 ‘박근혜 탄핵심판’ 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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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한 방 될 연설=“차기 원내대표는 초선의 표심이 결정적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체 101명 중 초선(56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30일 연설·토론을 보고 누굴 뽑을지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각 후보는 경쟁적으로 초선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권 의원은 초선 중심의 혁신위, 김기현 의원은 초선이 위원장을 맡는 혁신검증단, 김태흠 의원은 초선 지명직 최고위원, 유 의원은 초선이 참여하는 현안별 공약준비단을 각각 공약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봐도 후보 연설에서 지지 후보가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다. 많게는 15~20표까지 바뀌곤 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m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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