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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적인 남편을 ‘교환살인’…다시 만나는 팔색조 윤여정

중앙일보 2021.04.29 11:13
 
윤여정의 데뷔작 '화녀'의 스틸컷. 1971년 개봉한 '화녀'가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과 함께 오는 5월1일 50년 만에 극장 재개봉한다. [사진 디자인소프트]

윤여정의 데뷔작 '화녀'의 스틸컷. 1971년 개봉한 '화녀'가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과 함께 오는 5월1일 50년 만에 극장 재개봉한다. [사진 디자인소프트]

한국 배우 첫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쥔 윤여정 신드롬에 방송‧극장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5월 1일 50년 만에 재개봉이 확정된 스크린 데뷔작 ‘화녀’를 비롯해 올해 56년차 배우 윤여정의 주요 출연작들을 다시 만날 기회다.

데뷔작 ‘화녀’ 50년 만에 재개봉 등
안방·극장가 ‘아카데미 신드롬’ 들썩

 
한국영상자료원은 5월 7일부터 마포구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에서 ‘윤여정 특별전-도전의 여정을 걷다’를 연다. 그가 아카데미 수상 소감 때도 감사의 말로 회고한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화녀’(1971) ‘충녀’(1972)를 비롯해 ‘어미’(박철수, 1985), ‘미나리’(정이삭, 2020) 등 총 18편이다.
 
특히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김기영의 마지막 작품 ‘천사여 악녀가 되라(죽어도 좋은 경험)’도 공개된다. 윤여정이 이혼 후 연기자로 복귀해 다시 김 감독과 손잡은 작품이다. 1990년과 95년 두차례 개봉을 시도했다가 불발되고 비디오테이프(VHS)로만 출시됐다가 부산국제영화제 김기영 회고전(1997)을 통해 처음 스크린에 걸렸다. 여성 둘이 공모해 무능하고 가부장적인 상대의 남편을 ‘교환살인’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윤여정은 납치된 딸의 복수를 위해 주저 없이 살인을 감행하는 ‘어미’와 더불어 한국영화사에서는 보기 드문 도발적인 여성상을 보여줬다.
 
김기영 감독의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죽어도 좋은 경험)'. 윤여정이 말년의 김 감독과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여성 둘이 공모해 무능하고 가부장적인 상대의 남편을 ‘교환살인’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사진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김기영 감독의 유작 '천사여 악녀가 되라(죽어도 좋은 경험)'. 윤여정이 말년의 김 감독과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여성 둘이 공모해 무능하고 가부장적인 상대의 남편을 ‘교환살인’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사진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이밖에 아들과 며느리에게 외도를 당당히 밝히는 바람난 시어머니(‘바람난 가족’, 임상수, 2003), 세상을 돈으로 쥐락펴락하며 돈과 섹스의 맛에 취해있는 재벌가 여인(‘돈의 맛’, 임상수, 2012), 할머니라고 불러 ‘듣는 할머니 기분 나쁜’ ‘죽여주는 여자’(이재용, 2016) 등 기존 관습을 벗어난 장‧노년 여성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60대 여배우를 대표해 그 자신의 모습으로 출연한 ‘여배우들’(이재용, 2009)을 비롯해 ‘고령화 가족’(송해성, 2013), ‘계춘할망’(창, 2016), ‘그것만이 내 세상’(최성현, 2017) 등에서도 팔색조 연기를 펼친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5월 7일부터 18일까지 개최하는 ‘윤여정 특별전-도전의 여정을 걷다’의 포스터.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이 오는 5월 7일부터 18일까지 개최하는 ‘윤여정 특별전-도전의 여정을 걷다’의 포스터. [사진 한국영상자료원]

예술영화관 씨네큐브도 지난 15일부터 2주간 진행간 ‘윤여정 특별전’을 다음달 3일부터 9일까지 추가 상영한다고 밝혔다. ‘화녀’를 비롯해 이를 재해석한 임상수 감독의 ‘하녀’(2010)와 독립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등이 공개된다.
 
안방극장도 분주하다. KBS는 29일 다큐멘터리 ‘다큐인사이드’에서 한예리, 박근형, 김고은 등 배우들과 제작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윤여정을 조명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는 기획전 ‘THE:윤여정’을, 티빙은 ‘아카데미 수상, 미나리 배우들의 여정’이라는 섹션을 선보인다. 왓챠도 ‘지금 가장 빛나는, 윤여정’이라는 이름으로 출연작을 모았다. 아리랑TV는 29일 오후 8시 ‘배우 윤여정 오스카 수상과 한국 대중문화’라는 제목으로 미국‧캐나다‧스페인 기자들의 분석 대담을 진행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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