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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年3000만원이라니" 의원 22명에 온 '분노의 피자박스'

중앙일보 2021.04.29 09:18
"의원님, 배달 왔습니다!"
28일 오후 3시 국회의사당 본관 앞 돌계단. 각자 다른 업체의 유니폼을 입은 배달라이더 22명이 국회 의원회관과 본관으로 출발했다. 라이더들의 손에는 각자 다른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피자 박스가 들려있었다. 이 하얀색 피자 박스에는 '배달용 보험료 현실화' '쿠팡·배민 갑질 금지' '안전배달료(배달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확보' 등 라이더들이 작성한 정책요구안이 들어있었다. 라이더들이 '정책 피자 박스'로 명명한 박스는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웅 국민의힘 의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22명의 의원에게 배달됐다.
28일 라이더유니온이 '국회로 정책배달가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들은 정책요구안이 담긴 피자박스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편광현 기자

28일 라이더유니온이 '국회로 정책배달가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들은 정책요구안이 담긴 피자박스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편광현 기자

"1년 보험료 3000만원, 말이 되냐"

이날의 배달은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행사였다. 이날 오후 2시 '국회로 배달 가자' 행사를 열어 70여명의 라이더가 정책 피자 박스를 배달하려 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22명만 참여했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5월엔 국회에서 강남대로까지 '노동자의 날 기념 오토바이 행진'을 했다.
 
라이더들은 "배달원이 적용받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병환 라이더유니온 조합원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배달플랫폼 기업이 커져가는 동안 노동자들의 환경은 낙후됐다"며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된 배달원들을 보호해줄 법이 없다는 점을 플랫폼이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대한 조합원은 "플랫폼 노동자들을 규정하는 법안이 많이 나오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우리에게 법이 미비하다"고 했다.

다른 라이더들은 "1년 보험료 3000만원이 말이 되냐" "쿠팡·배민 갑질 규제하라"는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전 연령이 탈 수 있는 오토바이 한 대의 1년 보험료가 3000만원이 나온 사례가 있다"며 "20대 기준 개인영업용 오토바이의 보험료는 1000만 원대라 보험 가입률이 낮다"라고 설명했다.
편광현기자

편광현기자

국회 "생활물류법 개정안 준비 중"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플랫폼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정책 피자 박스를 받아 든 심상정 의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800명을 넘는 살얼음판에 22만 라이더들은 우리 사회 필수노동자"라며 "배달비 현실화, 노동착취 방지를 위해 생활물류서비스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책연구안을 연구하고 개선해서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은 “새로운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개념이 아직 미비하다”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들에게 정책 피자박스를 받은 국회의원들. 편광현 기자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들에게 정책 피자박스를 받은 국회의원들. 편광현 기자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곧 발의될 생활물류법 개정안의 핵심은 '배달업체 등록제'다. 현행 생활물류법은 누구나 일정 자격을 갖추면 언제든지 소형 배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전업 배달원은 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매일 다른 임금을 받게 된다. 또한 배달원 집단이 안전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사고 기록은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힘들어 보험료가 높아진다. 배달원에 대한 '등록제'를 도입하면 전업 배달원들의 수입이 전보다 안정될 수 있다는 게 입법 취지다. 안전교육 등 라이더 집단 관리가 용이해져 보험료도 낮출 수 있다고 심상정 의원실은 설명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에 따르면 라이더들이 공제회를 만들어 산재보험 처리도 할 수 있게 된다"며 "정책을 다듬는 등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플랫폼노동이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만큼 새로운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우리가 이곳에 온 이유는 국회와 정부가 나서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며 "특수노동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정책요구안을) 하나하나 세세히 따져주길 바란다"고 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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