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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오세훈 구상대로 규제완화하면 16만가구 신규 공급

중앙일보 2021.04.29 05:00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단지.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아파트 재건축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경우 서울에서 최대 16만2000가구의 아파트를 신규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와 프롭테크 스타트업 '다윈중개'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다윈중개의 분석에 따르면 재건축 연한을 넘었거나 임박한 준공 이후 25년 이상 된 아파트는 서울에만 748개 단지, 48만1486가구다. 이들 단지를 오세훈 시장의 규제 완화 공약처럼 현재 35층인 층고 제한을 최대 50층까지 높이고, 용적률(건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백분율)을 50% 상향해 재건축한다고 가정하면 공급면적 33평형 기준 16만1979가구가 새로 지어진다.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주거지역 용적률 적용 기준은 법령 한도보다 30%에서 100%까지 낮게 설정됐다. 오세훈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이를 상향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분석에선 예를 들어 250%인 3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300%로 상향하고 임대주택 건설, 기부채납 등을 고려해 증가하는 가구 수를 계산했다. 
 

임대주택 5% 기부채납 시 22만 가구 순증 효과  

 
아파트 재건축 추진 절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아파트 재건축 추진 절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늘어난 용적률의 5%를 기부채납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고 가정했을 때 20평형 기준으로 5만5567가구가 늘어날 수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로 순수하게 증가하는 주택 물량만 21만7546가구에 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기부채납 비율을 높일 경우 임대주택은 더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4 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에 3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도심 재건축·재개발 등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을 통해 증가하는 주택 물량은 기존 정비사업(1.1~1.3배)보다 높은 1.3~1.5배라고 설명했다. 
 
이를 고려해 멸실 주택을 제외한 순증 물량을 계산하면 6만5000 ~ 9만3000가구 정도다. 재건축 규제 일부만 완화해 속도를 내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민간 재건축을 통해 서울 도심 주택 공급에 숨통을 트일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당장 3기 신도시 등 인위적인 신규 택지 개발이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민간 재건축을 활성화하면 서울 도심 노후화도 개선하면서 주택 수요도 충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시행인가 받은 단지 42곳에 불과

 
 1971년 준공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연합뉴스

1971년 준공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 연합뉴스

 
서울에서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지역은 노원구(85개 단지)-강남구(79개)-서초구(66개)-송파구(59개)-영등포구(56개) 순이다. 
 
가구 수 기준으로는 노원구(8만6147가구)-강남구(5만4753가구)-송파구(4만3894가구)-도봉구(3만7457가구)-양천구(3만 2764가구) 등이다. 양천구, 노원구, 송파구 등에는 노후 대단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행정동 기준으로는 노원구 상계동(4만 1329가구)-서초구 잠원동(2만729가구)-강남구 개포동(1만6378가구)-양천구 신정동(1만5729가구)-도봉구 창동(1만5279가구) 등에 재건축을 기다리는 아파트 단지가 많다. 
 
층고 완화, 용적률 상향 적용으로 가구 수가 많이 늘어나는 곳은 강남구(3만2399가구)-송파구(2만7187가구)-양천구(2만1253가구)-서초구(2만85가구) 등이다. 가구 수가 늘면 그만큼 재건축 사업성도 높아져 재건축 추진이 빨라질 수 있다. 사업성의 척도인 전체 가구 수 증가 비율(현재 가구 수 대비 재건축 후 가구 수)은 강동구(1.71배)-양천구(1.65배)-서초구(1.64배)-송파구(1.62배)-용산구(1.62배)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현재 재건축의 시작인 정비기본계획수립 관문을 통과한 단지는 147곳, 9만6076가구로 조사 대상의 18.8%(가구 수 기준 20.0%)다. 서울시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재건축은 준공까지 10.2년이 걸린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재건축이 추진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곳은 42개 단지(5.4%, 3만2851가구)이며,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곳은 29개(3.7%, 2만8303가구)에 불과하다. 
 

여의도 50층 아파트 추진하는 서울시

 
재건축이 확정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분상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안전진단 등은 중앙정부 소관 법령과 고시에 규정돼 있어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분상제와 재초환은 재건축의 사업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오 시장은 서울시 차원에서 가능한 용적률 완화와 기부채납 방식 변경 등으로 사업성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부채납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하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공공임대주택과 민간 아파트 공급 물량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 걸림돌은 안전진단이다. 재건축 추진의 동력이 되는 안전진단의 경우 지난해 6·17대책을 통해 절차가 대폭 강화됐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추진이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6·17 대책 이후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이 유일하다. 
 
재건축 규제 완화시 서울 자치구별 가구수 증가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재건축 규제 완화시 서울 자치구별 가구수 증가 비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서울시 규제인 층고 제한, 용적률 등이 발목을 잡은 사례도 많다. 1971년 준공된 영등포구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인 시범아파트는 2017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보류 결정을 받았다. 
 
현재 177%인 시범아파트의 용적률을 상향 적용할 경우 597가구가 늘어난다. 현재 서울시는 이 아파트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준주거지로 종상향해 50층 이상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다윈중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추가로 910가구가 증가할 수 있다. 
 

"서울 주택 수요 분산 정책이 동반돼야" 

 
그렇다고 재건축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렵다. 규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곳도 있지만, 조합원 간 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이 지체되는 사례도 있다. 민간 재건축 억제책을 써온 현 정부는 "무분별한 민간 정비사업이 서울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오세훈 시장도 서울 전역에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가격 상승 움직임이 일자 지난 21일 압구정·목동·성수·여의도 일부 등 서울 4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두성규 위원은 "기존 주택 시장을 통한 공급(매매)을 각종 규제로 억제한 가운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면 단기적인 가격 급등이 불가피하다"며 "재건축과 기존 주택 거래가 동시에 활성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재건축 완화와 동시에 좋은 입지에 양질의 아파트를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교육 시설 분산 등 서울에 몰리는 주택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이 동반되면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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