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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위력적인데…LG 수아레즈 “더 좋아질 것”

중앙일보 2021.04.29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올 시즌 LG 트윈스 돌풍의 주역인 왼손 파이어 볼러 앤드류 수아레즈. 위력적인 체인지업이 류현진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뉴시스]

올 시즌 LG 트윈스 돌풍의 주역인 왼손 파이어 볼러 앤드류 수아레즈. 위력적인 체인지업이 류현진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뉴시스]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켜켜이 묵은 우승 갈증을 풀 수 있을까. 일단 갈증을 풀어줄 청부사는 찾은 것 같다. 바로 좌완 에이스 앤드류 수아레즈(29)다. 그는 현시점에서 KBO리그 최고 투수다. 평균자책점 1위(1.17), 다승 2위(3승 1패), 탈삼진 2위(33개), WHIP(이닝당 출루 허용) 1위(0.78)다. LG도 개막 이후 줄곧 1~2위를 달린다.
 

우승 청부사 기대 큰 ‘쿠바 특급’
시속 150㎞대에 제구·디셉션까지
힘든 시기 손 내민 LG에 감사인사

개막 전부터 수아레즈에 대한 기대가 컸다. 2015년 메이저리그(MLB) 드래프트 2라운드 61순위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명됐고, 3년 만에 빅리그에 올라갔다. 2018년 29경기에서 7승 13패 평균자책점 4.49를 기록했다. 팀 사정상 이듬해 불펜으로 이동했고, 2년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국내 여러 구단이 수아레즈와 접촉했고, LG가 계약했다. 수아레즈는 "협상 관련 내용은 특별히 알지 못했다. 에이전트가 몇몇 팀이 내게 관심있다고 알려줬다"고 했다.
 
원소속팀 샌프란시스코에 이적료를 지급하는 바람에, 정작 수아레즈는 60만 달러(약 6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마이너리그 연봉보다는 큰 액수다. 수아레즈는 “미국에서는 마이너와 MLB를 오갔다. 때마침 LG가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보여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힘든 시기를 겪은 걸 가족도 다 안다. 그래서 한국에서 뛰는 걸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수아레즈는 쿠바계 미국인이다. 조부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정착한 마이애미는 쿠바 난민이 많이 사는 곳이다. 플로리다주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는 미식축구지만, 수아레즈는 쿠바 출신답게 야구를 했다. 그는 “쿠바 사람은 야구를 좋아한다. 4남매 중 막내만 미식축구를 했고, 나와 형은 야구, 여동생은 소프트볼을 한다”고 전했다. 
역투하는 수아레즈. [연합뉴스]

역투하는 수아레즈. [연합뉴스]

수아레즈는 두 가지 강점을 지녔다. 우선 직구가 좋다. 그는 계약 직후 자신을 “제구가 좋은 투수”라고 소개했다. 뒤집어 말하면 ‘공이 빠른 투수가 아니다’는 얘기다. MLB 시절 수아레즈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2.3마일(148.5㎞)이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상위 48%, 리그 평균이다. 공의 회전수는 최하위권이었다. 하지만 KBO리그 오면서 달라졌다. 시속 150㎞대를 꾸준히 던지는 왼손 선발투수는 수아레즈뿐이다.
 
또 다른 강점은 디셉션(투구 동작 때 공을 숨기는 것)이다. 손에서 놓을 때까지 공이 보이지 않는다. 타자로서는 대처할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LG 포수 유강남은 “(포수도) 공을 받기 어렵다. 타자는 당연히 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수아레즈는 “(미국에서는) 파워피처라는 평가를 들어본 적 없었는데, 기분 좋다. 스스로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라고 생각해 디셉션과 제구를 더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수아레즈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공 비결은 체인지업이다. 한 투수코치는 “수아레즈는 직구도 좋지만, 체인지업이 정말 좋다. 직구와 비슷한 궤적인데 가라앉는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을 연상시킨다”고 호평했다. 수아레즈는 “류현진과 비교하는 건 과찬이다. 체인지업이 지난해에는 좋지 않았다. 연습을 통해 자신 있게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한 두산전을 복기해달라고 하자 "불리한 카운트로 몰려 어려움을 겪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확률도 낮았다. 두산 선수들이 인내심을 갖고 잘 참았다. 그래서 난 더 공격적으로 존을 넓혀가면서 진행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했다.
 
한국 생활의 도우미도 많다. 큰 형 같은 케이시 켈리와 로베르토 라모스가 많이 도와준다. 수아레즈는 “켈리는 샌프란시스코 시절 동료였다. 켈리와 라모스가 한국 생활뿐 아니라 한국 야구에 관한 팁을 많이 준다. KBO리그 타자는 확실히 콘택트 위주로 타격한다. 그래서 삼진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수아레즈는 "스페인어를 잊지 않기 위해 라모스와는 이따금 스페인어로 대화한다"고 웃었다.
 
메이저리그에선 보통 4일 휴식 후 등판하지만 KBO리그는 5일 휴식 후 나선다. 수아레즈는 "미국보다 하루 더 휴식을 갖고 진행해 훨씬 좋다. 마이너리그 트리플 A에서도 5일 턴으로 로테이션을 돈 경험이 있다"고 했다.
 
수아레즈에 대한 유일한 아쉬움은 이닝 소화능력이다. 11일 SSG 랜더스전에선 8회까지 87개를 던지고도 완투하지 않았다. 경기당 평균 6이닝을 조금 못 채운다. 겨울에도 따뜻한 마이애미 출신인 수아레즈는 “스프링캠프가 진행된 2월에 추웠다. 아직도 빌드업 단계다. 따뜻한 여름이 오면 더 좋은 모습, 폼이 나올 것이다. 트레이너가 큰 도움을 줘 잘 이어가면 될 것 같다. 나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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