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북제재 완화 '절대 불가' 바이든···文정부 '한중러' 연대 가나

중앙일보 2021.04.28 17:48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재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제재를 일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간 입장차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대북정책 추진의 핵심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대북제재를 완화할 경우 북한 비핵화 협상의 레버리지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강조하는 반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바이든 행정부는 막바지 검토에 접어든 새 대북정책을 통해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원칙론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 중ㆍ러와 '제재 완화' 한 목소리
꿈쩍않는 미국 "대북 제재는 핵 개발 막는 조치"
제재 완화 요구할수록 한ㆍ미 거리감 더욱 커져

미 국무부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풀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돕자는 취지의 대북제재 완화론에 선을 그었다. 2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국무부는 대북제재를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개발하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기 조치”로 규정했다. 북한이 핵·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는 한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의 불합리한 제한 조건들이 구호품의 전달 및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감시를 저해하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막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제재 둘러싼 미vs한·중·러

중국은 지난달 23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민생 상황을 개선하고 한반도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조건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 역시 지난 19일 표트리 일리이체프 외무부 국제기구국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를 요청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을 위한 핵심 파트너는 동맹인 미국인데 한국은 대북제재를 놓고 미국이 아닌 중·러와 궤를 같이 하고 있는 셈이다.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한·중·러 3국 공조는 2019년 말부터 본격화했다. 중·러는 2019년 12월 16일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을 제출하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당시 결의안엔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제재 면제 ▲북한 해산물·섬유 수출 금지 해제 ▲해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남북 철도 협력의 경우 문 대통령이 수차례 강한 의지를 밝힌 사안으로, 중·러가 한국 측의 동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같은 내용을 결의안에 담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남북철도협력' 매개로 중·러 동조한 文 

실제 문 대통령은 결의안 제출 이틀 뒤인 12월 18일 한·스웨덴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남북 철도 협력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새로운 도전 공간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의 평화는 대륙·해양의 네트워크 연결로 이어지고, 남북의 도로·철도가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거쳐 스칸디나비아까지 육로가 열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내에선 통일부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3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게 북한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국내에선 통일부를 중심으로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월 3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게 북한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결의안 제출에 대한 문 대통령의 호응은 같은달 23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이어졌다. 회담 직후 청와대는 대북제재 문제가 회담 의제에 올랐단 점을 설명하며 “우리 정부는 (대북제재 해제) 결의안에 주목하고 있고, 한반도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결의안에 동조하는 취지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후 최근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대북제재를 유연하게 적용하는게 (북한의)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이유로 대북제재 완화를 강조하면 할수록 비핵화 협상의 핵심 파트너인 미국과의 거리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제재 완화를 통한 비핵화 협상이라는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 원칙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미 국무부는 지난 19일 ‘2021 군비통제·비확산·군축 이행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