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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개미의 난’ 번질라, 암호화폐 과세 연기 당·정 온도차

중앙일보 2021.04.28 16:57
“암호화폐는 로또가 아니라 주식에 가깝다. 내년 과세는 시기상조.”(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가상자산(암호화폐)은 주식ㆍ채권 같은 자산이 아니다. 과세는 그대로 진행한다.”(홍남기 국무총리 대행 겸 경제부총리 기자간담회)
27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 고객센터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 고객센터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7일 암호화폐를 두고 여당과 정부에서 정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암호화폐의 정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 과세 시기까지 여러 부분에서 의견이 갈린다. 
 
마음이 급한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이다. 롤러코스터를 탄 암호화폐 시세,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는 발언으로 코인개미(암호화폐 개인투자자)의 분노는 극에 달한 상태다. 2030세대 표 이탈로 지난 7일 재ㆍ보궐 선거에 패배한 민주당은 젊은층 중심인 코인개미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선 암호화폐 과세 시점 연기 여부가 발등의 불이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고용진 민주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암호화폐 과세 시기를) 늦추는 게 옳은지 아닌지를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거래로 번 돈에 기타소득세(20%, 지방소득세 포함하면 22%)가 부과된다. 고 의원은 확답을 피하긴 했지만 과세 시점 연기 여부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홍 총리대행이“내년 1월 1일부터 기타소득 과세를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이를 뒤집는 방침이 여당에서 나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는 모습. 뉴스1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는 모습. 뉴스1

여당 내부에선 과세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웅래 의원에 이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도 과세 연기론에 힘을 실었다.  

 
김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부터 과세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내년부터 당장 과세하는 것보다 유예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 입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제도가 먼저 준비가 되고, 그에 대한 세금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연기 필요성을 주장했다.
 
여ㆍ야 협공에 정부는 수세에 몰렸다. 2018년 일명 ‘박상기의 난(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암호화폐 거래 금지를 시사하며 시세가 폭락한 사건)’ 이후 손 놓고 있다가 일을 키웠다는 투자자와 정치권 비판을 한몸에 받는 중이다. 
주요국 암호화폐 과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국 암호화폐 과세.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문가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암호화폐 과세 시점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칫 ‘코인개미의 난’으로 번지면 여당 입장에서 큰 악재일 수 있어서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투자자 분노를 촉발하면서 오히려 암호화폐에 대한 정치권 관심이 커지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특별법 제정이나 세금 부과 연기 등 논의가 여ㆍ야 할 것 없이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선을 앞둔 만큼 여ㆍ야 모두 과세 시점을 일단 뒤로 미루고 암호화폐 성격, 세금 부과 방식, 세율 등을 다시 검토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과세를 하려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하는데 내년 1월 전까지 갖춰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내년 3월 대선 표가 걸려있어 예정대로 1월 과세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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