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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존버’의 힘…'레드오션'서 버텼더니 매출 42% 늘어

중앙일보 2021.04.28 14:12
# 대구 칠성동은 한때 유통업체들 사이에서 격전지로 통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대형마트 3사 점포가 반경 500m 내에 위치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문을 닫고, 홈플러스는 올 연말쯤 영업을 종료한다. 반면 이마트는 50억원을 투자해 점포를 싹 뜯어고쳤다. 칠성점의 리뉴얼 방향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결정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맞춰 기존 2046㎡(620평)이던 식품 매장 규모를 2706㎡(820평)로 660㎡(200평) 정도 덩치를 키웠다. 신선 식품 구색도 20%가량 확대했다. 여기에 리빙 특화 매장인 ‘앳홈(at HOME)’을 입점시키고, 최근 와인의 인기를 감안 158.4㎡(48평) 규모의 ‘와인 앤 리큐르’ 매장을 신설했다. 그 결과 이마트 칠성점은 지난해 12월 리뉴얼 이후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2.4%나 매출이 커졌다. 특히 과일과 채소 같은 신선식품 매출은 64.3%가 뛰어올랐다.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맞춰 공간을 리뉴얼한 이마트 칠성점. 리뉴얼 이후 매출이 42.2%나 뛰었다. [사진 이마트]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맞춰 공간을 리뉴얼한 이마트 칠성점. 리뉴얼 이후 매출이 42.2%나 뛰었다. [사진 이마트]

 

'레드오션' 오프라인에 2100억 투자

이마트 최근 3개년도 분기별 기존점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마트 최근 3개년도 분기별 기존점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용진(53) 신세계 부회장의 ‘존버 전략’이 통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같은 경쟁사들은 ‘효율화’를 이유로 점포를 줄이는 동안, 이마트는 되레 오프라인 점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물론 이마트에도 수익이 나지 않는 비효율 점포가 분명 있다. 이마트는 이를 정리하는 대신, 창고형 할인매장인 트레이더스로 전환했다. 덕분에 이마트 점포 수는 161개를 헤아린다. 2019년(158개)보다 되려 세 곳이 늘었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의 점포 수는 2019년 말 125개에서 현재는 112개로 줄었다. 이마트는 올해에도 점포 리뉴얼에만 2100억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액(5600억원)의 37%다.
  
이마트 연도별 점포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마트 연도별 점포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무작정 점포에 돈을 쏟는 건 아니다. 아파트 신규 입주 등으로 인구가 늘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에 화력을 집중하고 새로 점포를 낸다. 2019년 6월 리뉴얼을 마친 뒤 문을 연 이마트 서울 강동구 명일점이 대표적이다. 명일점 주변은 최근 재건축이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덕분에 명일점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6.2%가 커졌다. 이마트 측은 “매출 신장률로만 보면, 명일점의 매출은 지난해 전국 점포 중 상위 3등 안쪽”이라며 “대규모 입주에 한발 앞서 점포 리뉴얼을 단행하고, 새로 조성된 아파트 단지의 잠재수요 공략에 성공한 결과”라고 한다.  
 
이마트 서울 월계점의 매장 내부. 소비자들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컨셉트로 리뉴얼했다. 리뉴얼 이후 매출 신장률은 35.2%에 달한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 서울 월계점의 매장 내부. 소비자들이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컨셉트로 리뉴얼했다. 리뉴얼 이후 매출 신장률은 35.2%에 달한다. [사진 이마트]

 
온라인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비교 우위랄 수 있는 ‘체험형’으로 매장을 개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 서울 노원구 월계점은 ‘소비자가 머무르고 싶은 공간’을 컨셉트로 잡고 식품류 판매 공간을 넓히고, 체험형 공간을 대폭 늘렸다. 주류를 시음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주류 매장을 넓히는 동시에, 백화점에 버금갈 만큼 푸드코트도 키웠다. 그 결과 이마트 월계점 푸드코트에 입점한 식당 수는 리뉴얼 전 12개에서 현재는 27개로 늘었다. 점포 중앙에는 760㎡(230평) 규모의 대형서점을 입점시켜,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무를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이마트 월계점은 리뉴얼 이후 매출이 35.2%가 늘어난 것은 물론 2시간 이상 체류 소비자 비중이 전체의 16.65%에 달한다. 이는 리뉴얼 전보다 6.1%P 증가한 것이다. 
 
이마트 연결기준 연도별 순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마트 연결기준 연도별 순매출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美서도 대대적 리뉴얼 매장 실적 내 

온라인 유통업체의 확장에 맞서 오프라인 매장을 전략적으로 리뉴얼 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공세에 2014년 마이너스 성장을 경험했던 월마트 역시 2018년부터 대대적인 리뉴얼과 온라인 사업 강화를 진행 중이다. 덕분에 2020 회계연도(20년 2월~21년 1월)에는 전년보다 6.7% 증가한 5591억5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업체인 타겟 역시 지난해 매출(936억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9.8%가 늘었다.  
 
이마트 이두섭 개발담당은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고객 분석을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강점인 ‘체험’ 요소를 강화하여, 고객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며 “지역상권에 맞춘 매장 공간 재구성에 지속해서 투자해 오프라인 마트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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