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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산정 근거 다 밝힌다더니···'적정 시세' 빠진 맹탕 공개

중앙일보 2021.04.28 12:04
올해 공동주택 가격이 70%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공동주택 가격이 70% 올라, 상승률 1위를 차지한 세종시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국토교통부가 29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근거를 첫 공개 한다. 지난해 세종시에서 시범 사업을 펼친 데 이어 전국 1450만 가구의 산정근거를 밝힌다. 전국 평균 19.05% 급등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놓고 지자체와 주택 소유주들의 반발이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 
 

국토부 29일 산정근거 첫 공개
"상세히 다 설명하겠다"고 하더니
'적정시세' '시세 반영률' 빠져
전문가 "원칙없고 너무 미흡하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에 따라 공시가는 앞으로 시세 대비 90%까지 오르는데 ‘깜깜이 산정’ 논란이 거세지자 국토부는 상세히 공개하겠다고 공표했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지난 27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공시가격이 왜 이렇게 나왔는지, 인근 지역 실제 거래사례 뭔지, 주택 특성이 뭔지 29일에 상세히 다 설명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28일 예시로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니 결국 공시가격 산정 근거의 핵심인 ‘적정 시세’는 빠졌다. 해당 가구의 시세 반영률이 얼마인지도 나오지 않는다. “결국 맹탕 공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정근거로 공개하는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공시가격▶주택특성자료▶가격참고자료▶산정의견이다. 주변 교육 및 편의시설, 주차대수 등 정보와 더불어 가격 관련 자료로 해당 아파트나 인근 단지의 전년도 말 실거래가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동ㆍ호수를 밝히지 않고 층만 공개한다. 또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부동산테크가 정한 시세 정보(상한가ㆍ하한가)를 담았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근거 예시 자료.  자료: 국토부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근거 예시 자료. 자료: 국토부

적정시세 공개 없이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

하지만 정부가 공시가 산정의 기준으로 하는 ‘적정 시세’가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또 이 적정시세의 몇 퍼센트를 반영해 공시가격을 매겼는지를 알 수 있는 시세 반영률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산정의견으로 “공시가격은 교통여건, 공공시설 및 편의시설과의 접근성, 세대 수, 경과년수 등 공용시설ㆍ층별ㆍ위치별ㆍ향별효용ㆍ전용면적 등 가격형성요인과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해 산정했다”고 적시했다. 층과 동별로 어떤 가중치를 뒀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산정근거가 빠진 것이다.  
 
또 시세 반영률도 몇 프로인지 공개하는 대신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시세변동률과 현실화 제고분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세히 밝히겠다”는 국토부의 공언과 달리 내 집의 공시가격이 왜 이 가격으로 정해졌는지 여전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 1450만 가구의 산정 근거를 세세히 하려고 하면 엄청난 양이라 한계가 많다”며 “현재 공시가 시세 대비 반영률이 들쭉날쭉이라 이런 상황에서 공개하면 더 혼란이 올 수 있고, 어느 정도 형평성을 맞춘 후인 2023년 이후에나 공개를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시 금남면 연립주택, 9㎞ 떨어진 보람동과 비교

대단지 아파트는 거래가 활발하다 보니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거래가 드문 나 홀로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경우 산정 근거를 따지기가 더 어렵다.
 
지난해 정부가 산정근거를 시범 공개한 세종시 금남면의 한 연립주택의 경우 실거래가 없다 보니, 9㎞가량 떨어진 더 작은 면적의 연립주택을 가격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상한가, 하한가를 적는 부동산테크 시세 정보는 아예 없다. 산정 의견으로 “유사 공동주택의 거래가격, 가격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산정했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전문가들은 ‘깜깜이’ 산정 논란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대 교수)은 “산정근거로 활용한 적정시세가 얼마인지, 시세 반영률은 얼마인지 최소한의 산식을 공개해야 하는데 여전히 일관성도 없고 원칙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산정 기초자료를 처음 공개했다는 데 의의는 있지만, 너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또 “납세자들이 연초가 되면 공시가격이 어느 정도 될지 스스로 계산해서 관련 세금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공시가격 제도와 이를 토대로 한 조세 정책은 이원화해서 시세대로 공시가를 높이는 정책은 그대로 가더라도 세금폭탄이 되지 않도록 국회 및 정부에서 세율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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