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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미·영·프 항공모함 동북아 집결…유엔군 몰려온다

중앙일보 2021.04.28 05:00
영국 퀸엘리자베즈함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이 항행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

영국 퀸엘리자베즈함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이 항행하고 있다. 영국 국방부

 
다음 달 중순 영국의 최신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함(6만 5000t급)이 이끄는 항모강습단이 인도ㆍ태평양으로 향한다. 프랑스의 강습상륙함인 토네흐함(2만 1000t급)으로 꾸려진 상륙준비단은 지난달 모항을 떠나 일본으로 항해 중이다. 

내달 영국 항모 강습단 출항
중국 견제 노린 다목적 카드
8월 부산 입항, 일본 훈련도

 
유럽의 전투함이 동북아시아에 집결하면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역할이 북한으로부터 한반도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더 넓어질 여지가 마련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하는 정부 소식통은 27일 “프랑스 상륙준비단이 다음 달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에 들러 보급과 정비를 받으며, 영국 항모강습단은 9월 유엔사 후방기지에 입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엔사는 일본에 7곳의 후방기지를 두고 있다. 유사시 전력제공국으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국으로 보내는 용도다. 전력제공국은 영국ㆍ프랑스를 포함해 모두 17개국이다.
 
영국항모‘퀸 엘리자베스’ 하반기 부산입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영국항모‘퀸 엘리자베스’ 하반기 부산입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영국과 프랑스가 인도ㆍ태평양에 전투함을 보내는 배경엔 이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을 돕기 위해서다.  
 
영국 국방부는 항모 전단 파병을 통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번영과 안정에 더 깊이 관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며, 앞으로 영국이 계속 이 지역의 안보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발표했다. 
 
영국 항모강습단은 동진 중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섬 인근 해역을 지나가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예정이다. 항행의 자유 작전은 통항을 통해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 근거를 남기는 작전이다.
 
프랑스 해군의 강습 상륙함인 토네흐함. 트위터

프랑스 해군의 강습 상륙함인 토네흐함. 트위터

 
프랑스 상륙준비단은 다음 달 미국ㆍ일본과 함께 연합 상륙훈련을 벌인다. 이 훈련은 가상 국가가 탈취한 일본의 무인도를 재탈환하는 내용으로 짜여있다. 중국ㆍ일본이 다투고 있는 동중국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와 관련한 것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과 강습상륙함인 아메리카함을 배치하고 있다. 강습상륙함은 수직이착륙 함재기를 태우면 경항모로 운용할 수 있다.
 
정부 일각에선 유엔사 후방기지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에 동원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유엔사 후방기지는 평시 임무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17년부터 유엔의 대북제재를 집행하는 군사기지로 사용됐다”며 “미국이 유엔사 후방기지의 쓰임새를 차츰 늘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미 해군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함. 미 해군

 
이 소식통에 따르면 유엔사 후방기지 중 규슈(九州)의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와 오키나와(沖繩)의 가데나(嘉手納) 공군기지가 핵심이었다. 영국ㆍ프랑스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의 함정과 항공기가 두 기지에서 보급과 정비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전력제공국이다. 영국 등의 함정과 항공기는 100척 이상의 북한 선적의 선박과 의심 선박이 공해에서 제재안을 위반해 불법환적을 하는지 단속하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기범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54년 유엔사와 일본이 체결한 주일유엔군 지위협정에 따라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복잡한 절차 없이 유엔사 후방기지를 드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유엔사의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해 10월 “유엔사 권한은 1950년 7월 7일 안보리 결의안 84호(무력공격의 격퇴를 위해 미국 지휘하의 통합사령부 구성)를 근거로 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ㆍ태평양 전략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은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결국 인도ㆍ태평양 전략에 따라 유엔사의 대상을 북한에서 중국으로 바꾸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데 유엔사 후방기지와 주일유엔군 지위협정이 유용하다는 걸 파악했다”면서 “북한의 위협이 사라지더라도 미국은 좀처럼 유엔사를 해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마지막주 부산 방문

 
영국 항모강습단은 8월 말 한국을 24년 만에 찾을 계획이다. 유엔군 소식통은 “한ㆍ영 군 당국이 8월 마지막 주 부산에 입항한 뒤 9월 첫째 주 출항하는 일정으로 조율 중”이라고 귀띔했다.


프랑스 해군의 구축함인 프레리알함이 지난 2월 28일 동중국해에서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깜깜한 바다 위에 두 척의 선박이 각각 불을 밝힌 채 파이프를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랑스 해군은 관련 자료를 유엔에 제출했다. 프레리알함은 이 임무를 마치고 유엔사 후방기지인 일본 사세보에서 보급을 받았다. 프랑스 해군

프랑스 해군의 구축함인 프레리알함이 지난 2월 28일 동중국해에서 불법 환적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깜깜한 바다 위에 두 척의 선박이 각각 불을 밝힌 채 파이프를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프랑스 해군은 관련 자료를 유엔에 제출했다. 프레리알함은 이 임무를 마치고 유엔사 후방기지인 일본 사세보에서 보급을 받았다. 프랑스 해군

 
영국은 1992년 2만t급 경항모 인빈시블함, 1997년 2만 9000t급 경항모 일러스트리어스함을 부산에 보낸 적 있다. 양국은 영국 항모강습단과 한국 해군과의 연합 훈련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이번 항모의 방한을 한국의 경항공모함 건조 사업에 뛰어들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의 경항모는 영국의 항모를 상당수 참조했다. 퀸엘리자베스함 건조에 참가한 영국 회사들이 한국 경항모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
 
이철재ㆍ김상진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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