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용현의 한반도평화워치] 국방개혁 2.0 폐기하고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로 전환해야

중앙일보 2021.04.28 00:34 종합 26면 지면보기

인구 절벽과 첨단 강군

김용현의 한반도평화워치 그래픽=신용호

김용현의 한반도평화워치 그래픽=신용호

지난해 출생 27만2000명, 사망 30만5000명으로 1962년 주민등록제 도입 이후 처음으로 인구가 줄었다. 출산율도 지난해 0.84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년 연속 세계 198개국 중 최하위다. 14세 이하 인구 비율도 꼴찌다.
 

국방개혁 2.0은 20년 전 미 국방개혁 참고해 만든 낡은 모델
병력 위주 군대에서 첨단 과학기술 군대로 체질 개선 시급
첨단기술과 AI 결합하면 적은 예산으로 고가 무기 체계 효과
유·무인 복합체계와 무인 전투체계 확대하면 효율성 극대화

인구 절벽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가 된다. 5년 후인 2026년이 되면 병력 자원 부족으로 지금의 상비군 55만8000명은 고사하고 내년 목표 병력 50만 명조차 유지하기 어렵다. 상비군 50만 명은 130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의 군사 위협에 대비한 마지노선이다. 2036년에는 최대한 징집해도 40만 명 유지조차 힘들다.
 
국방부는 전환·대체복무 감축, 현역 판정률 상향 조정 등을 통해 병력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여성 징병제 얘기까지 나온다. 이는 북한·이스라엘 등 극소수 국가가 시행하고 있으나, 효율성 검증이 필요하다. 우수한 여성 인력 활용을 확대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때 여성 징병은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군은 병력 위주의 양적 군대에서 첨단 과학기술의 질적 군대로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병력은 줄지만, 전투력은 더 강해지는 군대로 바꿔야 한다.
 
미·중은 AI 군비 경쟁
 
지금 미국·중국 등 주변국들은 국방 개혁을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무인·로봇 체계에 집중한다. 과거 미·소 핵무기 경쟁과 유사하게 AI 군비 경쟁도 미·중 양강 구도로 진행 중이다. 중국은 2017년 ‘차세대 AI 발전 계획’을 제시하는 등 가장 먼저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주의 일당독재체제 특성을 이용해 예산·인력·자원을 집중해 2030년 이후 세계 AI 선도국 자리를 노린다. AI 기반의 새 무기 체계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중국 군대를 혁신 중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 인재 풀과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2040년까지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로의 부대 구조 재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 국방부에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만들어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의 AI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한다. 2030년까지 유·무인 복합 체계 구축을 중간 목표로 설정했다. 유·무인 복합 체계가 구축되면 1대의 유인 전차가 3~4대의 무인 전차를 지휘해 싸운다. 2040년 무인 체계가 완성되면 유인 전차 1대도 무인으로 전환되고, 병력은 안전지대에서 원격 지휘한다.
 
무인·로봇 체계는 3가지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첫째, 병력 소요를 줄여 인구 절벽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무인 체계를 운용하는 전문 인력은 일부 늘겠지만, 무인 전차·함정·전투기가 투입되면서 전투 현장 병력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인명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미군은 2008년 이라크 안정화 작전 중 반군의 사제폭탄(IED) 공격에 폭발물 처리 로봇을 이용해 인명 피해를 10분의 1로 줄였다. 둘째, 임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위험하고 반복되는 전투 영역을 무인 체계가 대신한다. 지하 갱도 시설 접근, 화생방 상황과 수중 임무 수행, 특정 지점 지속 감시 등 고위험·반복 임무 수행 때 최소 인력으로 효율적 작전이 가능하다. 셋째, 첨단 기술과 AI가 결합해 대량 생산이 되면 적은 예산으로 현재의 고가 무기 체계 효과를 볼 수 있다.
 
병력·비용 줄이고 국방력 증강 가능
 
우리는 여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AI 기반 무인·로봇 전투 체계는 저인력·저비용·고효율의 체질 개선으로 병력·비용은 줄이고, 국방력은 증강할 수 있다. 앞서가는 AI 선진국들의 동향과 시행착오들을 분석해 후발 주자의 장점과 IT 강국의 강점을 결합하면 단기간 그 격차를 줄이고 첨단 과학기술 강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먼저, ‘국방개혁 2.0’을 시급히 폐기해야 한다. 국방개혁 2.0은 2000년대 초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추진했던 국방개혁을 참고해 만들었다. 이는 2차·3차 산업에 기반을 둔 20년 전의 올드 패션이다. 인명 중시의 미래형 부대 구조나 북한 핵 위협에 대한 어떤 대책도 없다. 그저 부대 규모와 장군의 수를 줄이는 게 개혁인 양 전락했다. 또 전차·함정·전투기 등 재래식 전력 보강 위주이다 보니 전력을 증강할수록 병력 소요가 늘어난다. 단 한 명이라도 줄여야 할 판에 어쩌자는 것인가? 빨리 국방 개혁 2.0에서 벗어나, 4차 산업과 연계한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의 ‘국방혁신 4.0’(가칭)으로 궤도를 바꿔야 한다.
 
미국은 우리 국방개혁 2.0과 같은 재래식 개혁을 2009년 폐기했다. 그 후 10년간 국방 개혁안이 없었다. 왜 대안도 없이 폐기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과거 틀에 연연하다 보면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 10년 고심 끝에 2018년 미 국방부가 내린 결론은 AI·자율화·로봇 기술을 활용한 무인·로봇 체계의 부대 구조 재편 전략이었다. 비워야 채워진다.
 
둘째,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방부·과학기술부 등 범정부 차원의 국가 전략과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한국과 미·중 등 AI 선진국의 기술 격차는 1.8년 정도다. IT 강국인 한국의 AI 경쟁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정책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부가 앞장서 4차 산업혁명의 첨단기술을 통합·접목한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 AI, 무인·로봇 체계,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 분야의 기술·인력·역량이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정책 조율이 시급하다. 민간 참여를 확대하고, 산·학·연 중심 연구개발을 활성화하도록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를 국가 방위산업 전략으로 선정해 제2의 방산 기적과 함께 차세대 먹거리로 견인해야 한다.
 
창군 수준으로 군대 재설계해야
 
셋째, 창군 수준으로 군대를 재설계·개조해야 한다. 무인·로봇 체계는 새로운 국방 개념과 싸우는 방법(How To Fight)을 요구한다. 우리는 북한 핵 위협과 재래식 전쟁 위협에 직면해 있다. 두 위협을 동시에 극복해야 한다. 북핵 위협은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 정책만 믿고 있기엔 너무 위태롭다. 나토식 전술핵 공유든, 자위권적 핵무장 능력 확보든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인구 절벽 극복과 함께 재래식 전쟁 위협에 대비할 카드가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다. 이것이 우리의 비대칭 전력으로 발전하면 북한 핵 사용도 억제할 수 있다. 이런 개념 아래 싸우는 방법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현 병력의 임무 영역을 보완하고, 유·무인 복합 체계 운용과 무인 전투 체계의 역할 확대로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에 따른 부대 구조 개편은 교리와 편성, 교육·훈련 등 모든 분야의 새로운 연구와 발전이 요구된다.
 
변화에 잘 대처하면 역사의 주인공이 되지만, 멈추면 노예가 되거나 역사의 제물이 된다. 우리가 시대에 뒤떨어진 국방 개혁 2.0에 매몰되면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4차 산업과 연계한 ‘국방 혁신 4.0’으로 전환해야 한다. 
 
병력 줄어도 전투력 강해지는 군대로
AI 기반 무인·로봇 체계가 적용된 부대 구조는 단순히 병력만 절감하는 게 아니다. 병력은 줄지만, 전투력은 더 강해지도록 개조한다.
 
지상 작전 분야에선 무인 수색 장갑차와 무인 전차가 위험 지역에서 전투원 역할을 대신함으로써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신속·정확한 정찰·전투를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을 이용해 다수의 표적을 실시간 추적하고, 필요하면 선별 공격도 가능하다. 지뢰 탐지 로봇은 병력이 하던 지뢰 탐지·제거를 원격 제어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안전하고 빠르게 할 수 있다.
 
해상 작전 분야에선 무인 함정이 북방한계선(NLL) 같은 위험 해역과 열악한 기상·환경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유·무인 함정과 드론을 통합 운용하면 작전 반경이 크게 늘고 감시 공백도 준다. 적 함정과 잠수함 데이터를 축적해 자율주행·첨단센서·AI와 융합하면 전투 수행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미국·중국은 AI 기반 무인 잠수함도 개발해 올해 실전 배치한다. 우리 군도 무인 함정을 시험 중이다.
 
공중 작전 분야에선 무인 항공기가 전쟁 초반 고위험 상황에서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하거나, 대량 인명피해가 예상될 때 운용된다. 유·무인 항공기의 통합 운용 시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미국은 한 대의 유인 전투기에 무인 정찰기, 무인 전자전기, 공대지 무인기 등 3~4대의 무인기가 호위하는 유·무인기 패키지를 시험 중이다. 스텔스 무인기도 개발하고 있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숭실대 일반대학원 초빙교수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