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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무대 선 양현종, 다음 꿈은 선발투수

중앙일보 2021.04.28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텍사스 양현종이 27일 LA 에인절스전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텍사스의 세 번째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24번째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사진은 역투하는 양현종. [AP=연합뉴스]

텍사스 양현종이 27일 LA 에인절스전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텍사스의 세 번째이자 메이저리그 통산 24번째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사진은 역투하는 양현종. [AP=연합뉴스]

‘대투수’는 ‘큰 무대’에서 자기 공을 던졌다.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이 메이저리그(MLB) 데뷔 등판에서 호투했다.
 

메이저 콜업, LA 에인절스전 등판
공 66개로 4와 3분의 1이닝 2실점
직선타 호수비에 7연속 범타 처리
양 “류현진 형도 잘 던졌다 축하”

올 2월 텍사스와 계약한 양현종은 개막에 맞춰 40인 로스터 진입을 노렸다. 그러나 시범경기 막바지 투구가 아쉬웠고,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텍사스는 대신 양현종을 대체 훈련지에서 준비시켰다. 원정 경기 때는 택시 스쿼드(엔트리 외 동반 훈련 명단)에 넣어 예비 전력으로 편성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텍사스는 27일(한국시각)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홈 경기에 앞서 “대체 훈련지에 있던 왼손 투수 양현종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고, 외야수 레오디 타베라스를 내려보낸다”고 발표했다.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68번을 썼던 양현종의 새로운 등 번호는 36번. KIA 타이거즈 시절 쓰던 54번은 투수 카일 코디(26)가 사용하고 있다.
 
등록과 동시에 양현종은 마운드에 올랐다. 4-7로 뒤진 3회 초 2사 2루에서 선발 투수 조던 라일스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역대 24번째 한국인 빅리거가 됐다. 박찬호(2002~05년)와 추신수(2014~20년)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세 번째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MLB 무대에 섰다.
 
KBO리그 통산 147승의 양현종도 긴장감은 숨길 수 없었다. 첫 타자 앤서니 렌던에게 던진 시속 89.6마일(약 144㎞)짜리 초구가 타자 머리 높이로 날아갔다. 그게 끝이었고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차례차례 보여준 뒤 직구로 2루수 뜬공을 끌어냈다. 4회에도 등판한 양현종은 얼굴 쪽으로 날아온 재러드 월시의 직선타를 잡아내는 묘기를 선보였다. 앞선 타석에서 선발 투수로부터 연속타자 홈런을 뽑아낸 저스틴 업튼과 앨버트 푸홀스도 범타로 돌려세웠다. 5회 역시 삼자범퇴. 공 21개로 7타자 연속 범타를 끌어냈다.
 
6회 에인절스 선두 타자는 일본인 선수 오타니 쇼헤이였다. 투타를 겸업하는 오타니는 이날 선발투수이면서도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아메리칸리그 홈런 1위(7개)인 오타니는 그 전 타석에서 높은 직구를 때려 2타점 적시타를 만들기도 했다. 오타니는 텍사스 수비진이 좌타자인 자신에 맞춰 오른쪽으로 시프트 수비를 펼치자 3루 쪽으로 기습 번트를 댔다. 높게 뜬 공은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내야 안타. 후속 타자 마이크 트라웃이 친 공도 평범하게 굴러갔지만, 시프트 수비 영향으로 내야안타가 됐다.
 
양현종은 렌던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으나, 월시에게 적시타를 맞아 1실점 했다. 다음 타자 업튼에게 낮은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MLB 첫 탈삼진. 푸홀스는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6회를 마쳤다. 7회에도 등판한 양현종은 이글레시아스에게 솔로포를 허용했다. 이어 커트 스즈키에게 안타를 내준 양현종은 이후 세 타자를 연이어 잡아냈고 추가 실점은 없었다. 그리고 8회에 교체됐다.
 
4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 투구 수는 66개였고, 스트라이크가 44개였다. 선발 라일스가 초반 대량실점한 탓에 팀은 4-9로 졌다. 크리스 우드워드 텍사스 감독은 “정확한 곳에 던졌고, 약한 타구들을 만들어냈다. 홈런 하나 빼고는 제대로 맞은 타구가 없었다”고 칭찬했다.
 
양현종은 “긴장하지는 않았다. 팬 앞에서 오랜만에 던져 재밌었다. 상대가 누구든, 내 공을 던져야겠다는 목표였다. 동료들은 잘 던졌다고 했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추가 실점을 안 했다면 우리 팀이 쫓아가고 역전할 수 있는 찬스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축하 문자가 많이 왔다. (류)현진이 형한테도 잘 던졌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텍사스는 에이스 카일 깁슨(2승, 평균자책점 2.30)과 한국계 혼혈선수 데인 더닝(1승, 평균자책점 3.06)이 잘 던지고 있다. 아리하라 코헤이, 라일스, 마이크 폴티네비치로 꾸려진 텍사스 선발진 평균자책점(4.29)은 30개 구단 중 18위다. 반면, 불펜은 평균자책점 5.24로 28위일 만큼 처참하다.
 
양현종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어 당분간 롱 릴리프로 출전하며 선발진 합류를 노릴 듯하다. 양현종은 “말 그대로 꿈의 무대인 것 같다. 오늘 마운드에 서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한 번 올라간 게 아니라 자주 던져서 좋은 선수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배영은·김효경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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