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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 지키는 사람들, 쓰레기 주워 ‘새활용’ 날개 달아줘

중앙일보 2021.04.28 00:02 16면
지난해 7월 비치클린에 나선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씨(아래 사진)와 봉사자들.

지난해 7월 비치클린에 나선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씨(아래 사진)와 봉사자들.

“7년 전 발리 서핑여행 때 엄청난 바다 쓰레기를 본 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2000명이 참여해 쓰레기 10t 치워
참여자 절반이 장·단기 제주 여행객

해양쓰레기가 예쁜 브로치 변신
삼다수에선 페트병 수거기 설치

제주에서 활동 중인 비영리단체 ‘세이브제주바다’의 리더인 한주영(40)씨의 말이다. 한씨는 지난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이지만 바다쓰레기를 치우는 작업은 손을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그가 속한 세이브제주바다는 제주바다를 살리기 위해 2017년 12월부터 바다 정화활동을 펼쳐온 단체다. 한씨 등은 코로나19로 단체 비치클린(해안청소)가 중단되자 지난해 7월부터 4인 이하로만 구좌읍 김녕리 일대 등에서 비대면 해안청소를 하고 있다.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씨.

‘세이브제주바다’ 한주영씨.

한씨가 비치클린에 뛰어든 것은 2014년 발리로 떠난 서핑여행이 계기가 됐다. 당시 세계적인 관광지의 바다에서 넘쳐나는 쓰레기를 본 후 큰 충격을 받았다. 이때 그는 고향 제주바다를 떠올렸다고 한다. 2008년 떠난 미국 유학을 마치고 2014년 제주로 돌아온 한씨는 세이브제주바다를 꾸렸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동참자를 모집하는 방식으로다. 그간 세이브제주바다를 통해 20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10t 이상의 바다쓰레기를 수거했다.
 
8개월가량 진행된 4인 이하 비대면 비치클린에는 이달까지 전국에서 500여 명이 동참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장·단기 제주 여행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나홀로 쓰레기 줍기에 나서는 관광객도 전체의 30~40%에 달한다는 게 세이브제주바다 측의 설명이다. 이들은 비대면 비치클린이 시작된 지난해 7월에는 김녕해수욕장 근처에 물품 지원센터도 꾸렸다. 봉사 참가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장갑·집게·포대·조끼 등을 제주시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빌려주는 곳이다.
 
‘재주도좋아’가 주운 유리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열매브로치. [사진 재주도좋아]

‘재주도좋아’가 주운 유리병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열매브로치. [사진 재주도좋아]

해변에 표류하게 된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beachcombing)과 이를 재활용한 리사이클도 활기를 띠고 있다. 2012년 5월 제주의 청춘남녀가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 대신 깡통이나 플라스틱 등을 주워 올라온 게 출발점이다.
 
당시 제주한수풀 해녀학교에 다니던 최윤아(43)씨 등은 비치코밍 단체인 ‘재주도좋아’를 만들었다. 바다 위를 떠돌다 해안선과 조류를 따라 해변에 표류하게 된 재료로 리사이클링(재활용)을 넘어선 업사이클링(새활용)을 지향한 예술품 등을 만드는 게 목표다.
 
이들의 활동은 최근 3000여 명이 참여하는 비치코밍 축제로 발전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됐지만, 4인 이하 비대면 업사이클링 워크숍은 이어지고 있다. 직접 주운 쓰레기를 이용해 나무 물고기나 열매 브로치, 바다유리 액자 등을 만드는 일이다. 작업장이자 전시장인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의 ‘반짝반짝 지구상회’에는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이색적인 예술작품들이 많다.
 
제주바다를 구하려는 노력은 공공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삼다수를 만드는 제주도개발공사는 페트병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오는 6월부터 분리수거가 쉬운 무라벨 생수 ‘그린에디션’을 출시한다. 공사 측은 재활용과 새활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학생 대상 자원순환교육도 진행 중이다. 또 2018년부터는 해안가 올레길 등 관광지에 캔·페트병 수거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하루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764t에서 지난해 1173t(잠정치)으로 10년 사이 53.4% 증가했다.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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