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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수칙 준수’ 자막이면 무균지대?…방송인 노마스크 논란

중앙일보 2021.04.27 15:52
방송인 권혁수가 지난해 6월 29일 KBS 2TV '불후의 명곡' 녹화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방송인 권혁수가 지난해 6월 29일 KBS 2TV '불후의 명곡' 녹화를 위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연예인들 줄줄이 확진…"터질 게 터졌다" 

지난 22일 방송인 권혁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데 이어 23일에는 뮤지컬배우 손준호가 확진 소식을 알렸다. 이튿날인 24일에는 손준호와 함께 촬영을 했던 프로골퍼 박세리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송인 변정수는 26일 "전날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연예인이 출연했던 일부 프로그램은 휴방했고, 함께 촬영을 한 출연진과 스태프들도 검사를 받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슈추적]

연예인들의 잇따른 확진 소식에 온라인에서는 “연예인들이 집단으로 모여 노마스크로 방송하던데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방역수칙 적용을) 공평하게 해야한다. 온갖 규제로 자영업자 장사 다 못하게 막아놓고 왜 연예인은 허용하나” “규제가 왜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나. 화가 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박세리. 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방송 화면 캡처

박세리. 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방송 화면 캡처

마스크 착용 의무화…방송계는 예외?

방역당국에 따르면 방송 촬영은 마스크 의무 착용의 ‘예외 상황’에 해당된다. ‘얼굴이 보여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포함돼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방송 출연의 경우 촬영을 할 때로 한정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단, 촬영 중이 아닐 땐 마스크를 써야한다. 얼굴을 보여야 하는 공연의 경우에도 무대에 머물 때로 한정하고, 유튜브 등 개인방송은 사적 공간에서 촬영할 경우에 한정했을 때 노 마스크가 허용된다.
 
그러나, 지난 12일 0시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방송에서의 예외 상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조성됐다. 일반인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와 관계없이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를 항상 착용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방송계만 유독 편의를 봐준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다.
 

'방역수칙 준수' 자막 하나면 통과? 

특히 네티즌들은 방송에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촬영했다’는 자막을 문제삼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연하는 상황에서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켰겠느냐는 의심이 커지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자막 하나면 전국 어디든 무균지대”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방역수칙 준수 자막 한 줄이면 통과다. 대체 뭘 준수했나” “우리는 왜 마스크 쓰고 다니냐. 자막문구 달고 다니면 되겠네”라며 풍자하는 댓글이 쏟아냈다.
 
방역당국 지침에 따라 촬영 중 노마스크는 방역 수칙 위반이 아니지만, 감염 확산을 막겠다며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상시 의무화한 방역당국의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자막에 나오는 ‘방역수칙 준수’에 대한 기준은 방통위 측에서 제시한 건 아니다. 방송사들이 방역 지침에 따라 자율적으로 자막을 다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출연진 3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장면이 나왔다. 해당 장면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자막이 나왔다. SBS '미우새' 캡처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우리새끼'의 한 장면. 출연진 3명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장면이 나왔다. 해당 장면에는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자막이 나왔다. SBS '미우새' 캡처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출연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송 장면과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자막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네티즌들은 이를 비판하며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출연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방송 장면과 '방역수칙을 준수해 촬영했다'는 자막을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네티즌들은 이를 비판하며 게시글에 댓글을 달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방통위 “오늘부터 현장 점검” 

지난 1월 방통위는 ‘방송 제작 단계별 방역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여기엔 방송 제작 현장의 책임자 및 관리자의 방역 수칙과 종사자의 행동 수칙이 담겼다. 방통위 관계자는 “방송 현장은 자율적인 영역으로, 가이드라인이 100% 지켜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현장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되 적극적으로 임해달라고 안내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드라마처럼 현장감이 필요한 경우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오늘부터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이고, 위원장과 직원들도 함께 참여해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이라고 예외는 없어”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예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소속사에서 연예인들의 감염 예방을 위해 관리를 해야 하고, 방송사에서도 출연진에 대한 증상 체크를 더욱 세심해야 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실내에서 촬영할 때 환기가 잘 되지 않거나, 인원 밀집도가 높거나, 대기실·분장실에 모여 있을 경우 집단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만약 방송 출연진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온다면 발음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시청자 입장에서 피로감이 생기지 않겠나”라며 “‘너희들도 마스크를 써라’는 의미보다 ‘우리도 지킬 수 있고 숨 쉴 수 있는 방역 체계를 만들어달라’는 신호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불신이나 사회 갈등을 정치 의제화로 이용하고 방역의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보니, 피로감이 쌓인 시민들이 사회적 기득권자의 작은 행위에도 불만이 표출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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