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상 첫 '피의자 총장' 탄생?…"투표하면 이성윤 된다"

중앙일보 2021.04.27 05:00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법무부가 지난 26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명단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에게 전달했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금’ 사건 관련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도 포함됐다. 기소 갈림길에 선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서는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일정이 쟁점이다.
 

총장 추천 레이스 시작 “투표하면 이성윤 포함된다”

후보추천위원들은 지난 26일 오전 법무부로부터 인편으로 10여명에 달하는 총장 후보 심사대상 명단과 심사 서류 일체를 전달받고 개별 검토에 돌입했다.
 
명단에는 이 지검장을 포함해 김오수(20기)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24기) 대검 차장검사, 한동수(24기) 대검 감찰부장, 구본선(23기) 광주고검장, 양부남(20기) 전 부산고검장, 배성범(23기) 법무연수원장, 오인서(23기) 수원고검장 등 국민추천을 받은 인물이 포함됐다.  한동훈(27기)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과 임은정(30기)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도 명단에 올랐다.  
 
후보추천 과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검찰총장 후보 추천을 투표에 부칠 경우 이 지검장은 무조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상기 위원장을 포함한 9명(당연직 위원 5명·비당연직 위원 4명) 추천위원 중 다수가 친 정권 성향인 만큼, 이 지검장을 추천 대상 3~4인 안에 포함시키는 것을 ‘상수’(常數)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 전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김오수 전 차관,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 뉴스1

수사심의위가 총장 추천 가른다 

후보 추천의 유일한 변수는 29일 후보추천위원회 회의 전날인 28일까지 이 지검장에 대한 수심위가 열려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느냐다. 사상 초유의 ‘피고인 검찰총장’을 추천하기엔 위원들 입장에서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다. 대검은 양창수 수심위원장과 소집 일정 등을 조율해 날짜를 특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추천위 관계자는 “각종 민감한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검찰 조직을 이끌 조직의 총수를 뽑는 일이기 때문에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다”면서 “수심위에서 어떤 결론이 모아질지에 따라 분위기도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대표 친정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성윤 지검장 발탁하려는 것이 정권의 뜻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차기 총장 인선 기준으로 ‘대통령 국정 철학과의 상관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견해를 뒷받침한다. 특히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검찰총장 임기가 보장되는 만큼 ‘전 정권을 향한 수사를 가로막을 수 있는 가장 현 정권 친화적인 인물’이 발탁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특별감찰반장으로 일한 인연도 있다. 이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하면서 울산시장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의혹 등 산 권력을 겨눈 굵직굵직한 사안에 대해 수사를 가로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급부상한 인물이 김오수 전 차관이다. 박상기·조국·추미애 3명의 법무부 장관과 호흡을 맞췄고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감사원 감사위원 등 현 정부 고위급 인사 때마다 이름이 오를 정도로 정권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그 역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당시 보고를 받는 등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있기도 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중앙포토

 

野 “이성윤, 검찰총장은커녕 검사도 그만둬야"

이 지검장이 심사명단에 포함되자 야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 지검장에 대해 “검찰총장은커녕 검사도 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정권에 불리한 사건에서는 노골적으로 호위무사, 행동대장의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직권남용의 표본”, “정권의 방탄수호대”라고 거들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박 장관의 ‘국정철학’ 발언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말 잘 듣는 검찰을 원한다는 걸 장관이 너무 쿨하게 인정해버린 것 같아 당황스럽다”며 “장관은 제대로 된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총장의 자격요건부터 새로 세우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정치검찰의 탈피는 문재인 대통령의 숙원이었다”며 “지적하는 그런 부분을 아주 유념하겠다”고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