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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마다 ESG 조직…기업들 중복 참가 피로감

중앙일보 2021.04.27 00:04 경제 2면 지면보기
26일 오후 열린 제1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손경식(앞줄 왼쪽 다섯째)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6일 오후 열린 제1차 ESG 경영위원회에서 손경식(앞줄 왼쪽 다섯째)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주요 경제단체들이 잇따라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기업의 참여를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제1차 ESG 경영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에는 삼성·현대자동차·SK·LG 등 4대 그룹 계열사를 포함한 18개사 사장단이 참여했다.
 

대한상의·전경련 이어 경총 신설
목표 비슷한데 행사는 줄이어
창구 여럿, 정부와 소통혼선 우려

ESG 등급도 평가 주체 따라 격차
해외 기관 ‘코리아 절하’ 의혹도

이날 참석자들은 손경식 경총 회장을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ESG 자율경영 실천을 위한 공동선언과 위원회 운영규정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임을 준수하고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체계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다.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1회씩, 연간 2회의 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분기별로 각 기업의 ESG 전담 부서장이 참여하는 실무위원회를 연다. 이 자리에선 ESG 관련 경영계 자율 권고와 지침을 마련하고 평가 지표에 대한 개선 과제를 논의한다. ESG 경영위원회는 ESG 경영과 관련해 국민연금과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경영 불확실성을 완화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손 회장은 인사말에서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부상했다. 기업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기준이 더 많아지고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ESG 경영위원회를 통해 초기 단계의 ESG 경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기업 주도의 자율 경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점검과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경총과 비슷한 ESG 조직을 만들었다. 대한상의는 지난 8일 산업통상자원부, 법무법인 화우와 공동으로 제1차 ESG 경영포럼을 열었다. 지난 14일에는 2차 포럼도 진행했다. 포럼에는 현대차·SK·포스코·KT 등의 임원이 참석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기업문화팀을 ESG경영팀으로 개편했다. 정기적인 ESG 포럼을 통해 ESG의 개념을 정립하고 경영 전략과 정책 지원방법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은 지난 14일 ‘K(한국형)-ESG 얼라이언스(동맹)’를 구성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을 의장으로 선임했다. 분기별 회의를 통해 회원사들과 ESG 경영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ESG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경제단체별로 ESG 조직을 신설하는 것에 벌써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러 단체에 중복으로 참가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각 단체가 ESG 관련해 내세우는 목표도 큰 차이가 없다.
 
정부와의 소통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ESG의 개념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각종 평가지표가 충돌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구를 단일화하고 정부와 협업해 국제 기준에 맞는 개념 정립과 평가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ESG 노력을 평가하는 결과도 평가 주체에 따라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업의 ESG 등급이 평가 주체에 따라 많게는 다섯 단계까지 차이가 있었다.
 
전경련은 국내 55개 기업의 ESG 등급을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국내 매출액 100대 기업 중 국내외 세 곳에서 ESG 등급을 받은 기업들이다. 평가 주체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레피니티브(옛 톰슨로이터) 등이다.
 
전경련의 분석 대상 55곳 중 평가 주체별로 ESG 등급에 세 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은 22곳(40%)이었다. 그만큼 평가 주체에 따라 등급 차이가 크다는 의미다. 예컨대 현대제철은 레피니티브에서 AA 등급을 받았지만 MSCI에선 CCC 등급에 머물렀다. 기아는 MSCI에선 CCC 등급, 기업지배구조원에선 A 등급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은 MSCI에선 CCC 등급, 레피니티브에선 A 등급으로 평가됐다.
 
MSCI와 기업지배구조원은 기업의 ESG 등급을 일곱 단계로 발표한다. 레피니티브는 100점 만점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100점 만점 점수 체계를 일곱 단계 등급으로 변환해 비교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해외 ESG 평가기관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기업 할인)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공개되는 자료에만 의존해 등급을 산정하기 때문에 ESG 활동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미·강기헌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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