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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 요청 없다” 中 안심시키는 정부, 사드 ‘3No’ 데자뷰

중앙일보 2021.04.26 18:27
미국이 최근 백신 협력에 있어서도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참여국과의 협력을 중심에 두겠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쿼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줄곧 선택을 회피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전 "요청도, 협의도, 결정된 것도 없다"며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던 당시 정부 입장의 데자뷰라는 지적이다. 

① 쿼드, 백신 협력으로 확대되는데...

미국이 최근 쿼드와 백신 협력을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는 건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안정적인 백신 공급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쿼드라는 협의체를 핵심에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백신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얻기 위해 미국의 협조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지만, 쿼드와는 별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국산 백신을 얻기 위해 쿼드에 참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정부 "쿼드 참여 요청 없었다"...'회피 전략' 일관
박근혜 정부 당시 사드 배치 전 '3NO' 입장과 유사
"모호한 입장 취하다 실제 참여 시 중국 반발 더 거셀 것"

중국 역시 한국의 쿼드 참여 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4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한국에 쿼드 참여 여부를 수차례 문의했고 이에 한국은 '참여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보도에 대한 중앙일보 질의에 “중국은 관련 국가들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이익이 되는 일을 많이 하고 반대로 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답해 한국을 상대로 쿼드 문제를 거론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쿼드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AFP]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12일 백악관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쿼드 화상회의를 하는 모습 [AFP]

② 사드 사태 당시 '외교 실패' 반복 우려

이런 '현실 회피형' 대응은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지난 2014년 6월 주한미군 측이 "한반도 사드 전개를 미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사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정부가 고심 끝에 정립한 입장은 이른바 '3NO'였다. "(미국의)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No Request, No Consultation, No Decision)"며 사실상 중국을 안심시켰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한·중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입장이었다.
 
하지만 2016년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같은 해 2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자 급격한 상황 전환이 일어났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도 중국이 기대했던 만큼 공조에 응하지 않자, 한·미는 즉각 "사드 배치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정부는 같은해 7월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했다. 특히 이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 패소 판정을 내린 직후였다. 그렇지 않아도 외교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은 중국에 한국까지 가세해 펀치를 날린 격이었다. 사드 배치 결정을 공식 발표하기에 최악의 타이밍이었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온 이유다. 
 
결국 중국은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에 보복을 감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천안문 망루에 오르면서까지(2015년 9월) 공을 들여온 한·중 관계는 한순간에 무너졌다. 중국의 보복은 국제 규범의 기본인 정경분리 원칙까지 위반한 부당한 조치였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역시 대중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드와 관련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다 급격하게 태세를 전환한 게 중국의 경제 보복 등 '비이성적인 조치'(2017년 3월~4월 사드 보복 관련 한·미 입장)에 빌미를 준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지난 2017년 9월 8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 발사대 배치를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주한미군이 지난 2017년 9월 8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에서 중장비 차량을 이용해 사드 발사대 배치를 위한 평탄화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③ 전문가들 "전략적으로 선명한 태도 필요"

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나 쿼드 참여 등과 같이 미·중의 전략적 이익이 분명하게 충돌하는 사안에선 정부가 국익 차원에서 보다 선명한 원칙을 밝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3NO' 입장을 견지하다가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줬던 사드 사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이라며 "쿼드에 대해 미국이 사실상 간접적으로 메시지 전달을 해온 상황에서 이를 점차 공론화시키고 대응방안을 구체적으로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도 "쿼드 문제에서도 사드 때처럼 '3NO'와 비슷한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은 실제로 참여할 수 밖에 없게 된다면 중국이 대단히 섭섭해하거나 심지어 분노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다만 사드 때와 달리 현재 미·중 모두 한국으로부터 완전히 돌아서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므로 그 사이 공간에서 한국 국익을 찾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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