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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다더니 기획부동산?"…무늬만 농업법인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2021.04.26 17:22
26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종구 감사총괄담당관이 경기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경기도

26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종구 감사총괄담당관이 경기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경기도

농업법인 A사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도 일대 농지와 임야 132필지(약 29만㎡)를 313억여 원에 사들였다. 이중 절반이 넘는 농지(약 16만㎡)는 "농사를 짓겠다"며 지자체로부터 농업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 땅에서 농산물은 자라지 않았다. A사는 올해 1월까지 1267명에게 작게는 17㎡, 크게는 3990㎡씩 땅을 쪼개서 팔았다. "농사짓겠다"던 땅도 팔았다.
 
이 업체가 지분 쪼개기 등으로 얻은 이익은 50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A사는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으로 한 지자체로부터 2016년 8월 고발된 상황에서도 77차례에 걸쳐 농지를 쪼개 판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무늬만 농업법인 25곳 경찰 고발

경기도는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산 뒤 쪼개기로 팔아 차익을 챙긴 농업법인 25곳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26일 밝혔다.
 
농지법상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영농 목적으로만 1000㎡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일반인은 주말체험농장 목적으로 1000㎡ 미만의 농지만을 취득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농지 취득자는 관할 읍·면·동사무소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고,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가 2013년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개발에 참여하는 6개 지구와 3기 신도시 7개 개발지구 등에 농지를 취득한 67개 농업법인을 확인한 결과, 39%인 26개 법인이 쪼개기 수법 등으로 땅을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농업법인이 경기도에서 사서 판 농지와 임야는 축구경기장 60개 크기(60만389㎡)에 달한다. 땅을 팔아 챙긴 이득은 1397억원이라고 경기도는 밝혔다. 경기도 관계자는 "쪼개기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된 농업법인은 26곳이지만, 1곳은 공소시효가 지나 25곳만 경찰에 고발했다"고 말했다.
 

쪼개기 농지 샀다가 피해 본 경우도

B농업법인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농지와 임야 44개 필지(약 43만㎡)를 산 뒤 437명에게 0.5㎡∼1650㎡씩 쪼개 팔았다. 이 업체는 2018년 7월 지자체에 의해 고발됐지만, 2020년까지 쪼개기 판매를 해 67억93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26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종구 감사총괄담당관이 경기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경기도

26일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김종구 감사총괄담당관이 경기도 공직자 부동산 투기 감사 결과를 브리핑 하고 있다. 경기도

농업법인의 땅을 샀다가 오히려 손해를 입은 이들도 있었다. C농업법인은 2015년 8월 농지 3필지(1088㎡)를 3억6000만원에 산 뒤 이후 1년 2개월 동안 8명에게 8억8000만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 농지가 공공 개발 사업용지로 7억7000만원에 수용되면서 땅을 산 이들은 9000만원의 손해를 봤다.
 
경기도는 농지를 쪼개기 판매한 농업법인 외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농사를 짓지 않거나 주차장, 창고, 유통시설 부지 등으로 불법 전용한 법인 16곳을 적발해 해당 시·군에 행정 처분하라고 통보했다. 김종구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부단장은 "농지를 산 당일 땅을 판 농업법인도 있었다"며 "농업발전을 위한 농업법인 육성·지원 정책을 이용해 투기하는 사례가 성행하고 있으니 정부에 농업법인의 부동산 거래 제한이나 농지 의무보유기간 설정, 처벌규정 강화 등 제도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공직자 투기는 없어"

농업법인의 투기 사실은 경기도가 경기도청과 GH 소속 공직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자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3기 신도시 개발지구 안팎에 땅을 산 공직자는 22명이었는데 심층 감사 결과 4명은 상속을 받았고, 3명은 증여, 나머지 15명은 직무 관련성이 없어 투기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경기도는 밝혔다.
 
한편, 김포시는 이날 공무원 1명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조합개발구역 인근 토지를 산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 공무원은 개발부서에 근무하던 2017년 하반기 가족 명의로 김포지역 조합 개발사업 인근 부지 420㎡가량을 매입했다고 한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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