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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빌딩 ‘5000원’, 나이키 ‘권리증’…이것이 MZ 투자 리스트

중앙일보 2021.04.26 14:47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가 지난해 공모한 디지털유동화증권(DABS)의 실물 자산인 역삼 런덜빌 빌딩. [사진 카사코리아]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가 지난해 공모한 디지털유동화증권(DABS)의 실물 자산인 역삼 런덜빌 빌딩. [사진 카사코리아]

#1. 20대 직장인 A씨는 서울 강남의 시가 100억원대 빌딩에 투자해 26일 배당금을 받았다. 알고 보니 그의 투자 원금은 5000원, 배당금은 47원이었다. 지난해 11월 역삼 런던빌 빌딩의 수익증권 공모에 참여해 1주(5000원)를 매입하고, 이날 첫 배당금이 입금됐다는 얘기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15%의 수익률을 기록한 셈이다.
 
A씨는 블록체인 기반의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인 ‘카사’를 통해 거래했다. 투자자는 카사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디지털수익증권(DABS)을 사고팔아 시세 차익을 거두거나 보유하면 분기마다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카사에 따라면 최근 한 달간 이용자의 절반 이상(54%)은 2030세대였다. 회사 관계자는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강남 부동산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2030세대에게 주목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2. KT엠하우스의 한정판 스니커즈 되팔기(리셀) 플랫폼인 ‘리플’은 지난 22일 ‘빠른 거래’ 기능을 내놨다. 실물 배송 없이 앱 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는 기능이다. 구매자는 실물을 배송받지 않고도 ‘권리증’을 산 뒤 이를 재판매할 수 있다. 판매자는 배송 과정이 없어 곧바로 대금을 정산할 수 있다. 최근 리플에선 출시가 11만9000원짜리 나이키 운동화 ‘덩크 로우 레트로 블랙’ 모델이 38만8000원(수익률 320%)에 거래됐다. 
 
MZ세대 사로잡은 소액 투자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MZ세대 사로잡은 소액 투자처.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니커즈 리셋 이용자 8할이 10~30대 

MZ세대(1980년대 후반~2000년대 태어난 젊은 층) 직장인을 중심으로 소액 대체투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정판 상품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남기는 리셀(Resell), 고가의 자산에 소액을 투자해 배당 수익이나 거래 차익을 올리는 ‘조각 투자’ 등이다. 조각 투자는 하나의 투자 대상군에 여러 명의 구매자가 공동 투자한 뒤 소유권을 ‘조각’처럼 쪼개서 가지는 것을 가리킨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이 22일 빠른 거래, 보관, 커뮤니티 등의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KT엠하우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리플'이 22일 빠른 거래, 보관, 커뮤니티 등의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KT엠하우스]

KT엠하우스가 이달(1~26일) 리플 이용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했더니 10대가 33%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대(32%), 30대(16%) 순이었다. 전체 이용자 가운데 10~30대가 8할이 넘는 셈이다.
 
거래량도 꾸준히 늘고 있어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리플은 매달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도 커져서 네이버(‘크림’)와 무신사(‘솔드아웃’)·롯데백화점(‘아웃오브스탁’) 등도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출시한 21만9000원짜리 운동화가 리셀 플랫폼에서 2000만원대에 되팔리기도 했다. 
      

역주행 아이콘 ‘롤린’ 배당 수익률만 연 14%

투다와 ‘덕질(취미생활)’을 병행하는 건 운동화 만이 아니다. 미술품·음악저작권 등으로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인 ‘뮤직카우’에선 작사·작곡 저작권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다. 최근 인기 역주행으로 주목받은 브레이브걸스의 대표곡인 ‘롤린’의 연간 수익률은 이날 기준으로 공모가 대비 14% 수준이다. 이 노래는 지난해 말 2만3000원대에 거래를 시작해 한때 80만원까지 올랐다가 이날 49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만원짜리 지디 운동화 2000만원에 되팔려 

명품·부동산 등 고가의 자산에 대한 ‘조각 투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조각 투자 플랫폼인 피스가 이달 초 내놓은 ‘피스 롤렉스 집합 1호’는 펀딩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완판됐다. 피스는 명품이나 한정품을 사고팔아 펀드 투자자와 수익금을 나누는 형태로 운영된다. 롤렉스 집합 1호는 스위스 명품 시계인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등 한정품 11종(총 1억1800만원)으로 구성됐다. 최소 투자 금액은 10만원, 예상 수익률은 25~27%를 내걸었다. 
 

자기 책임…원금 손실 유의해야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거주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자본주의 리터러시(해독력) 세대’로 투자에 친숙할뿐더러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능숙하다는 점에서 대체투자에 대한 이해도와 경쟁력이 높다”며 “여기에 소비·투자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펀슈머(재미+소비자)’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풀이했다.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은 “MZ세대는 부동산·주식 등 기성세대가 짜놓은 질서에선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새로운 돌파구로 접근 가능한 투자처를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대체투자 상품은 예금자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해 원금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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