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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에 오줌도 쌌다" 화장실까지 제한한 육군훈련소 방역

중앙일보 2021.04.26 14:38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기 위해 전국에서 훈련소로 도착한 입영장정들이 배웅나온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입영심사대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기 위해 전국에서 훈련소로 도착한 입영장정들이 배웅나온 가족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입영심사대로 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육군훈련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화장실 이용 시간까지 제한하는 등 과도한 방역 지침을 내세우면서 훈련병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센터)는 26일 “육군훈련소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예방적 격리 조치를 하면서 훈련병들에게 3일간 양치와 세면을 금지하고 화장실을 통제된 시간에만 다녀오게 하는 등 과도한 방역지침을 시행하면서 개인이 위생을 유지할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입소한 훈련병들은 전원 ‘예방적 격리’에 들어간다. 훈련병들은 월요일에 입소한 뒤 다음날 1차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1차 결과가 나오는 수요일까지 3일 동안은 비말 감염 우려를 이유로 양치와 세면이 금지된다. 화장실도 통제된 시간에만 다녀올 수 있다.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양치와 간단한 세면은 가능하지만 입소 2주 차 월요일에 진행하는 2차 PCR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샤워는 금지된다. 훈련병들은 입소한 뒤 8∼10일 뒤에야 첫 샤워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센터는 “용변 시간제한으로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까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했다”며 “감염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배변까지 통제하는 상식 이하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군은 감염병 통제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 주장하지만, 해병대의 경우 1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인 입소 2일 차까지만 샤워·세면·양치를 전면 통제하고 이후에는 모든 세면이 가능하다”며 “육군훈련소는 대안을 찾지 않고 이를 모두 통제하는 손쉬운 방법부터 택했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육군훈련소는 훈련병 대상 방역 지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훈련병들이 최소한의 기본적 청결을 유지한 상태에서 훈련소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새 지침을 즉시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인건 육군훈련소장은 불편함을 겪은 훈련병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화장실과 세면장 문제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병들이 위생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방역 규칙 내에서 세면장 이용 시간을 늘리고 이동식 화장실도 구축하는 등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훈련소 분대장과 조교들이 휴가 없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면서 “건물 등 시설이 열악하지만 훈련병이 건강하게 훈련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논산훈련소에서는 지난해 12월 확진자 11명이 무더기로 나왔다. 당시 입영한 이들은 12∼16명씩 한 생활관에 배치됐는데 모두 같은 교육대에 있는 7개 생활관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생활관별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를 해 먼저 입소한 입영장병·훈련병들이 감염되지는 않았다.
 
논산훈련소에서는 지난 21일에도 확진자 1명이 발생했다. 당시 훈련병에게 24시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 추가 확진자는 없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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