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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인도, 코로나에 침몰"…산소통 가격 암시장서 10배로 치솟아

중앙일보 2021.04.26 13:17
인도가 연일 3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쏟아내며 아비규환에 빠졌다. 
 

하루 확진자 35만명 넘어서…연일 신기록
미·EU 등 "의료물자 긴급 지원" 밝혀

25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친족을 잃은 한 인도인이 장례식 중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친족을 잃은 한 인도인이 장례식 중 슬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인도의 하루 신규 확진자는 35만4531명으로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인도는 지난 22일 33만2503명, 23일 34만5147명, 24일 34만9313명으로 연일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나흘간 누적 사망자 수도 1만 명을 넘어섰다.
 
병원이 더이상 환자를 받지 못하자 사람들은 집에 산소통과 필수 의약품을 구비하며 각자도생에 나섰다. 하지만 병원조차 합법적으로 의료 물자를 구하기 힘들어 상당수 환자는 암시장에서 의약품을 구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약품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시장에서 의료용 산소통은 정상가 80달러 (약 8만9000원)보다 10배 높은 660~1330달러 (약 74~14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치료제로 쓰이는 렘데시비르는 100mg 기준 정상가 53달러(약 5만원)에서 20배 뛴 1000달러(약 111만 원)에, 중증환자의 입원율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토실리주맙도 400mg짜리 1병에 540달러(약 60만원)가 최대 4000달러(약 445만원)에 거래된다. 가짜 상품도 등장했다. SNS로 불법 거래하는 약에는 엉터리 제품 설명이 붙어 있고, 유령 회사가 만든 약도 팔린다. 온라인으로 돈만 받고 약을 보내지 않는 사기 사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한 대형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화장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의 한 대형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 화장이 이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도 정부는 의약품 제조사에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을 늘리고, 수입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공급이 확진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때늦은 대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 아난타 반은 “인도 사람들은 이제 운명에 몸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14억의 나라가 감염병 아래로 침몰 중”이라고 암담한 산황을 전했다.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이 대재앙으로 치닫자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국경·영토 분쟁 중인 중국, 파키스탄까지 도움의 손길을 뻗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에 백신 원료와 의료 물자를 신속히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인도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코비실드' 생산에 필요한 특정 원료를 확인했다”면서“백신 원료와 치료제, 긴급 검사 키트, 인공호흡기, 보호 장비를 즉각 이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 '바이오로지컬E'가 최소 10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을 통해 자금을 보내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 인도가 미국을 지원했듯 이제 우리도 도움이 필요한 인도를 돕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인도에 백신 원료 및 의료 물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미국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놓인 인도에 백신 원료 및 의료 물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

 
다만 미국 정부의 발표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지원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이날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원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인도가 자체적으로 백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돕겠다”며 구체적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바이든 행정부가 비축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000만 회분 이상을 넘어섰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아직 하지 않았다. 이에 아쉬쉬 자 브라운 대학 공중보건학과 학장은 이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백신 과잉 상태다. 반면 인도는 위기에 처해 있다”면서 백신 공유를 촉구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5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인도에 백신을 직접 공급하거나 자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 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25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인도에 백신을 직접 공급하거나 자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같은 날 유럽연합(EU) 등 유럽 각국도 인도에 지원 계획이 잇따라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위터에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히 응할 수 있도록 자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인도에 코로나19 치료에 필요한 산소를 지원할 계획이다.
 
영국은 이미 인공호흡기와 산소 농축기 등 필수 의료장비 9가지를 인도로 보냈고, 다음 주 추가 지원 물품을 보낼 예정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과의 전쟁에서 영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는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원조에 나섰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의료용 산소 발생기 1000대를 기증할 계획이고, 베이징대 1 병원은 검사 장비, 임시 병원 건축 등 기술 분야를 지원할 예정이다. 중국 기업의 인도 지원 방침은 지난 23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인도의 필요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인도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한 뒤 나왔다. 영토 분쟁 중인 파키스탄도 구급차 50대 등 의료 장비와 물품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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