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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색칠하기, 종이인형놀이…어른들의 동심 열풍

중앙일보 2021.04.26 13:00

[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73) 

꽤 오랫동안 광풍처럼 불었던 동안 열풍! 방송이나 현실이나 SNS에서나 그동안 타령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됐다. 하지만 거의 2년 여를 마스크로 꽁꽁 싸매고 산 탓일까? 요즘은 살짝 뜸해진 것도 같은 기분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사람들이 새롭게 고개를 돌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까다로운 동안이라는 허상보다 대신 동심으로의 관심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 한 자락이다.
 
언제부턴가 어린이의 장난감·문구, 도서 시장에 어른들이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른바 키덜트 문화가 소수 계층을 넘어 중장년층에 퍼지는 모양이다. 한참 전부터 불기 시작한 그림책 열풍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림책은 어린이 몫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까지도 그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건 시간문제다. 아이를 키울 때 읽어주던 그림책을 인생 후반에 다시 펼쳐보니 새로운 세상이 보이더라는 사람도 많다.
 
어릴적 갖고 놀던 종이인형을 오리고 그리면서 추억과 오늘을 함께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패드7 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어릴적 갖고 놀던 종이인형을 오리고 그리면서 추억과 오늘을 함께하는 중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패드7 프로크리에이트. [그림 홍미옥]

 

인형놀이는 아이만? 어른도 좋아해

그땐 그랬다. 그러니까 1970년대에서 1980년대로 접어들 무렵이겠다. 학교 앞 문방구나 동네 구멍가게엔 8절지 종이로 만든 인형 옷 입히기가 인기였다. 물론 지금처럼 개성이 다양화하기 전이어선지 남자애가 그런 걸 갖고 노는 건 못 봤다. 오히려 훼방을 놓을지언정.
 
초등학생이 가위질을 잘하면 얼마나 잘할까만은 기껏 오려놓은 종이 인형은 여기저기 잘리기도 했고 튼튼치 못한 종이 탓에 인형 목이 뎅강 부러지는 참사는 부지기수였다. 마치 내 몸이 다친 거처럼 안타까워하며 인형 목 뒤에 두툼한 종이나 테이프로 나름 보수를 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개중에 그림 솜씨가 조금이라도 있는 친구는 도화지에 직접 옷을 그려서 놀기도 했는데, 그땐 그런 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또래의 어른이 한자리에 모였다. 당연하게도 종이 인형 놀이는 몇십 년 만에 해보는 놀이였다. 처음엔 중년의 어른이 이런 취미를 갖는 게 왠지 어색하기만 했다. 마치 처음 해보는 놀이처럼 서툴기도 하고 멋쩍기도 했다. 그동안 깜찍하고 앙증맞던 종이 인형은 도톰하고 질 좋은 재질의 화집으로 변신했다. 뭐, 원래는 어린이용으로 제작되었겠지만 요즘 세상에 그런 구분은 의미도 없을 터이다.
 
요즘의 종이인형놀이는 주제와 스타일이 한층 다양해졌다. [사진 홍미옥]

요즘의 종이인형놀이는 주제와 스타일이 한층 다양해졌다. [사진 홍미옥]

 
자그만 문구용 가위로 종이 인형을 오리면서어른의 인형 놀이는 시작됐다. 의외인 건 가위질이 만만찮다는 거다. 겨우 종이를 오릴 뿐인데도 말이다. 이제는 손 근육이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동심으로 돌아가는 건 시간문제였다.
 
누군들 이런 놀이에 담긴 추억이 없을까.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추억은 도화지 위의 인형 옷만큼이나 다양했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책의 주인공은 거의 종이 인형 옷 입히기에 등장하기도 했으니 자연스레 동화책·그림책으로 주제가 옮겨가기도 했다. 그때 난 인어공주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는데 지금에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는 등 동화 속 주인공에 대한 감상이 터져 나왔다. 과연 어른이 되어서 읽는 동화 속 등장인물은 그때와는 매우 달랐다.
 

색칠하기와 종이인형놀이

현재까지도 인기를 끄는 대표적인 키덜트 문화는 플라스틱 모델 조립 등 완구에 치중되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누구나 즐길만한 놀이는 아니지만, 키덜트족 사이에서의 인기는 가히 최고다. 이제는 그에 더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색칠하기와 종이 인형놀이 등이 그 대열에 올라타는 모양새다. 추억을 바탕으로 현재를 되돌아보는 이런 놀이 앞에 우리는 이상하게도 무장해제가 돼버린다. 한낱 추억만으로 옛 시절의 놀이에 빠져드는 것만은 아닌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말을 걸고 가끔은 손을 잡아 주기도 한다.
 
그날, 우리 어른은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는 종이 인형놀이에 흠뻑 빠져들었음이다. 살짝 속마음을 말하자면 이런 놀이는 ‘손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뇌를 자극하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더 매력적인 건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 그림작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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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옥 홍미옥 스마트폰 그림작가 필진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 둘도 없는 친구인 스마트폰과 함께 세상 이야기를 그리는 중년 주부.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중년도 아직 늦지 않았음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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