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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억눌린 소비 살아난다?…한은 "빠른 회복 어려울 수도"

중앙일보 2021.04.26 12:18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쇼핑몰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쇼핑몰에 사람들이 붐비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도 억눌렸던 민간 소비의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대면 활동이 제약되면서 내구성이 큰 자동차, 가구 등의 소비가 늘어나며 경기 회복 이후 추가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며 가계가 저축을 늘릴 가능성도 소비 회복세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6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실린 ‘향후 펜트업(pent-upㆍ이연소비) 소비 가능성 점검’ 보고서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펜트업 소비는 외부 요인으로 억제된 수요가 급속도로 살아나는 현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 제약”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 억눌렸던 소비가 분출되는 '보복 소비'의 가능성은 높을 전망이다. 과거 경제 위기와 달리 지난해 소비의 소비 감소세는 경기 부진 수준보다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 감소했지만, 민간소비의 감소 폭(-4.9%)은 이보다 컸다.
 
보고서는 “경기 부진에 더해 감염병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조치 등이 소비를 상당 폭 제약했다”며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급감한 점도 주된 소비 위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면 활동에 따른 민간 소비는 크게 줄어들었다. 오락ㆍ스포츠(-21.3%), 교육서비스(-15.4%), 음식ㆍ숙박(-12.7%), 의류ㆍ신발(-16.5%) 소비가 모두 고꾸라졌다. 내국인의 국외 여행(-58.5%)과 외국인의 국내 여행(-64.4%)은 반 토막 났다.
 
위축됐던 정도가 컸던 만큼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정부의 소비장려책으로 인해 억눌렸던 가계 소비가 분출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신 접종 등이 진행되며 가계의 소득과 고용 여건이 개선되면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지며 소비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

 
이용대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와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다른 소비 감소분을 계산해보면 연간 민간소비(명목)의 약 4%포인트 정도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되살아나는 민간소비를 4%포인트가량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소비 빠르게 늘어난다?...“회복세 완만할 수도”

자료: 한국은행

자료: 한국은행

그럼에도 억눌렸던 민간 소비가 분출되는 속도는 더딜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세로 전반적인 소비는 줄었지만 자동차와 가구·전자제품 등 내구재 소비는 11.4% 늘어났다. 가계가 대면 활동과 여행 등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내구재 소비를 늘린 영향이다. 특히 실내활동이 늘어나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가구와 가전제품 소비를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위기 발생 시에는 경기에 민감한 내구재 소비가 많이 감소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 결과 펜트업 소비(이연 소비)의 속도를 비교적 완만하게 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가 소비 대신 저축을 선택할 가능성도 이른바 '보복 소비'의 변수로 떠올랐다. 위기를 겪은 뒤 이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이어지며 돈을 쌓아둘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가계 저축률은 3.6%(2009~2014년)에서 6.0%(2019년)로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위기가 장기화하고 소득과 고용 여건 개선이 지연된다면 가계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는 경향이 강화돼 소비 개선이 제약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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