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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범죄인 인도 안 하나 못하나…반년 넘게 조용한 법무부 “답변 곤란”

중앙일보 2021.04.26 09:00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했던 모습. 뉴스1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했던 모습. 뉴스1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출국한 뒤 지명수배된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대표의 국내 송환 절차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해외에서 사업 등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범죄인 인도 등의 절차가 사실상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와 수원지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 청구 진행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은 조약과 외교 관계상 비밀유지의무 등을 고려해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해 8월 “이 전 대표는 현재 지명수배된 상태”라고 밝혔고,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이 전 대표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치 직판매장도 열었다…SNS에선 檢 맹비난 

이혁진 전 대표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조수진 의원실

이혁진 전 대표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조수진 의원실

검찰 수사를 받다 출국한 지 3년이 지난 지명수배자에 대한 국내 송환이 6개월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상황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 당국의 노력과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미국에서 김치 등 한국 특산품을 판매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터넷에 그의 연락처나 소재지가 공개된 상태다.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내 한인 소식지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미국 프리몬트에 김치 직판매장을 열었다”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 지역에 이어 프리몬트 지역까지 영업을 확대해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검찰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계속 올리고 있다. 지난 20일 “윤석열 감옥 가자. 넌 조국 사건을 조작한 깡패 검찰의 수괴였다”는 문구가 쓰여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16일에는 “‘추윤 갈등’이란 말 쓰지 마세요. 법무부 장관 지시를 거부한 검찰반란이라 써주세요”라고 적기도 했다. 프로필 상태 메시지에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말이 있다. 중앙일보는 이 전 대표와 그의 업체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법무부와 검찰의 방치 속에 보란 듯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SNS에서는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 구호는 범죄자들의 전매 특허가 된 지 오래”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외국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특정 사건과 관련해서는 향후 절차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청구 교청 반년째…지지부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범죄인 인도 청구 요청 사실을 공개했지만, 범죄인 인도 청구는 대상 국가 법원의 신병 인도 심사 등의 절차로 인해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당시 국감에서 문홍성 수원지검장은 연락처가 인터넷에 공개된 이 전 대표와 검찰이 직접 접촉한 적 없다고 밝혀 야당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옵티머스 설립 초기 70억 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입건됐으나 2018년 3월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다가 해외로 출국했다.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양대 동문이라는 점 등 여권과의 관계 때문에 특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7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해외로 도피하지 않았다. 나에게 제기된 모든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는 “단 한 차례도 검찰한테 연락이 온 적 없다”며 “옵티머스 수사가 마무리되면 법정에 나가 증언하겠다”고 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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