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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늘고, 신규 계좌 '쑥'…암호화폐 열풍에 웃는 두 곳은

중앙일보 2021.04.26 06:00
지난 2월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오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 투자 열풍 속 조용히 함박웃음을 짓는 곳이 있다. 일부 은행과 암호화폐거래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암호화폐 가격 급등에 따라 수수료 매출이 늘고, 투자자 유입에 따른 신규 은행 계좌 가입이 많이 늘어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부분도 있다. 금융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지금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 암호화폐 진출은 “신의 한 수”

서울 시내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케이뱅크 광고판 모습. 연합뉴스

암호화폐 열풍의 대표 수혜자는 케이뱅크다. 지난해 6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거래계좌를 제휴를 맺은 것이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지난해 말부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뛰면서 신규 고객과 암호화폐 매매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모기업 KT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하지 못해 자본금 부족에 시달렸던 과거의 어려움을 벗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지난해 분기별 수신 잔액은 꾸준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1조8500억원에서 2조6800억원(20년 3분기), 3조7500억원(4분기)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 증가 폭은 가팔라졌다. 지난 1월 말 4조5000억원이던 수신 잔액은 지난 2월 6조84000억원이 됐다. 한 달 만에 2조3000억원이 늘었다. 조(兆) 단위로 수신액이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누적 가입자 수도 지난해 3분기 169만 명에서 지난 3월 391만 명으로 2배 넘게 뛰었다. 올해 1분기 늘어난 신규 계좌 수만 180만개에 달한다. 
 
김도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연계계좌를 유치해 폭발적인 수신 증가를 시현했다”며 “지난해 3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 자본 여력을 확보한 시기에,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매개 계좌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신의 한 수”라고 분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실적 늘고, 제휴 은행 신규계좌↑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 12일 공시한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492억원으로 1년 전(677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사진은 2018년 빗썸 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 12일 공시한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492억원으로 1년 전(677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사진은 2018년 빗썸 거래소의 모습. 연합뉴스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를 맺은 다른 시중은행의 고객 수도 늘었다.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두 곳(빗썸·코인원)에 실명거래계좌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의 1분기 신규 입출금통장 개설 건수는 57만 건이다. 지난해 1분기(33만 건)부터 4분기(28만 건)까지 줄어든 것과 다른 양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과 제휴한 신한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규 입출금통장 개설 신청 건수는 지난해 1분기 35만9000건에서 3분기 30만 건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32만6000건)에 소폭 반등한 뒤 올해 1분기 33만9000건으로 또다시 늘었다.
 
암호화폐 가격의 오름세에 발맞춰 거래소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지난 12일 공시한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1492억원으로 1년 전(677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영업수익 중 수수료 수입(2141억원)으로 전년도(1426억원)보다 66% 늘어난 영향이다.
 
또 다른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과 코인원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4분기 암호화폐 자산이 가치가 크게 늘면서 보유하거나 투자했던 암호화폐의 평가차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2020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코빗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58억원을 기록해 2018년(-458억원)과 2019년(-129억원) 2년 연속 이어진 적자를 벗어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코인원의 지난해 매출액은 331억원으로 1년 전(110억원)보다 300%나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도 15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도(-70억원)의 적자를 탈출해 흑자로 돌아섰다. 
 

호실적 냈지만…규제 가능성에 웃지 못하는 거래소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6회국회(임시회) 제1차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흑자로 전환하는 등 영업 실적은 나아졌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다는 계 암호화폐 업계의 목소리다. 금융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 여부에 따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거래소의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어서다. 200여 개의 중소 거래소는 지난달 시행된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9월까지 은행과 실명거래계좌 제휴를 맺지 못할 경우 폐업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금융 당국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은 투기성이 강하고 내재가치가 없는 자산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에 가상화폐 거래소가 200개 정도 있지만 9월에 모두 갑자기 폐쇄될 수 있다”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금융 당국의 암호화폐 규제가 현실화하면 대형 거래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향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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