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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최재형에 "불공정 파라"…그랬더니 죄다 文 아픈 곳

중앙일보 2021.04.26 05:00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최재형(왼쪽)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월 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최재형(왼쪽)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불공정의 관행이 행정부문에도 남아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잘 살펴달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세 가지 당부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불공정’ 문제에 대한 철저한 감사였다. 이후 역설적으로 ‘최재형 감사원’의 칼날을 줄줄이 맞은 곳은 공정을 외쳐왔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과 여권 인사들의 불공정 행태들이었다. 
 
감사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감사보고서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엔 문재인 정부가 자랑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지방자치 현장에서 얼마나 왜곡되고 있는지 자세히 담겨 있다.
  

공무원 배우자, 면접도 없이 채용 

충북도청 건물 모습. 중앙포토

충북도청 건물 모습. 중앙포토

보고서에 따르면, 충북도청 소속 농산사업소는 2018년 4월 A씨를 기간제(계약직)로 채용했다. 그는 서류전형 등을 거치지 않고 취업했다. 면접도 하지 않았지만 사업소가 면접 결과표를 임의로 작성해줬다. 감사에서 A씨가 이 사업소의 팀장급 공무원의 배우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5개월 뒤 공무직(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형식적인 제한경쟁을 통해서였다. 심지어는 A씨가 푼 실기문제는 그의 배우자가 낸 문제였다.
 
또 2018년 4월 B씨를 기간제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농산사업소가 면접점수를 조작한 것도 이번 감사 결과 드러났다. 4명을 뽑는 기간제 자리에 B씨가 면접에서 5위를 하자, 기간제 채용 담당자는 채용 담당 과장에게 “B씨는 충북도청 ○○의 배우자입니다”라고 보고해 점수를 조작하도록 했다. B씨는 4위로 합격했고, 5개월 뒤 공무직으로 전환됐다.  
 
감사원은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의 한 과장이 사촌동생 면접을 직접 본뒤 채용한 사례, 충북 동물위생시험소가 거래처 대표이사의 부탁을 받고 그의 아들을 절차 없이 뽑은 사례 등도 적발했다. 감사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관련 공무원들의 경징계 이상 징계 처분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2018년 10월 18일 서울시청에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정규직 채용 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2018년 10월 18일 서울시청에서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정규직 채용 비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감사원은 2019년 서울교통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한전KPS·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실태’ 감사에서 정규직 전환자 3048명 중 333명(10.9%)이 재직자와 친·인척 관계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감사는 2019년에 이어 현 정부 정규직 전환 정책의 허점을 명백하게 드러낸 제2탄인 셈이다.
 

23일 함께 발표된 조희연 서울특별시 교육감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도 ‘불공정’에 관한 이슈다. 조 교육감이 전교조 소속 4명을 포함한 해직교사 5명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했다는 감사 결과였다. 전교조 소속이던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불법선거자금을 모금했던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이었다. 다른 한 명은 2002년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109회 이상 썼다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채용 담당자들이 이들의 채용을 반대하자 조 교육감은 “특별채용을 진행하는데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담당자들의 결재를 생략하고 특별채용 관련 문서를 단독 결재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관련 자료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공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재선 도전 당시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공약했던 인사로, 감사원이 기관장을 직접 경찰에 고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줄줄이 여권 타격 줄 수 있는 감사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사진 TBS

감사원은 ‘친문(친 문재인) 스피커’로 평가받는 김어준씨 관련 감사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은 TBS와 김씨의 계약과 관련된 의혹을 연일 제기하고 있다. 감사원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지난 21일 TBS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감사원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이번 사전 방문은 사실상 감사의 한 절차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세금이 지원되는 TBS는 감사원법 규정에 따라 감사원의 회계검사 및 직무감찰 대상이다. 
 
‘최재형 감사원’과 여권 사이의 갈등 지수를 크게 높인 건 지난해 10월 발표된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였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됐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고, 검찰 수사로 번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에 큰 상처가 났다. 
 

문제는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아픈 곳’을 또 여러 건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현재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 등에 대해서도 감사에 돌입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대해선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노린 짜맞추기식 결론”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 감사에 착수할 경우 정부에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전경. 임현동 기자

감사원은 또 정부 재정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부 재정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확장 재정을 강조했다. 하지만 최 원장은 신년사에서 “국가 재정이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용되도록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재보선을 앞두고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던 정책 등이 적절했는지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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