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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열들 욕보이는 광복회장 김원웅 물러나야

중앙일보 2021.04.26 00:10 종합 30면 지면보기
국가보조금을 받는 법정 보훈단체로 56년의 역사를 지닌 광복회가 김원웅 회장의 잇따른 망언과 전횡으로 두 쪽으로 찢긴 끝에 막장극을 연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낸 김붕준 선생의 손자 김임용씨에게 공개적으로 멱살을 잡혔다. 지난달 30일에는 항의 방문한 광복회 회원들에 의해 명패가 부서지는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김임용씨는 “김 회장이 광복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회원들 명예를 실추시켜 격분한 끝에 멱살을 잡았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런 김씨를 징계하겠다고 23일 상벌위원회를 열었지만, 징계에 반대하는 ‘광복회 개혁 모임’ 등의 회원들이 주먹다짐까지 벌이며 항의한 끝에 위원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노골적인 친여·친북 행태로 정부 외곽단체 전락
나라를 분열시켜…오죽하면 멱살잡이 봉변까지

김씨의 행동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김씨를 동정하며 김 회장에게 사태의 책임을 묻고 있다. 김 회장과 광복회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김 회장은 2019년 회장에 취임한 이래 노골적인 친여 행보와 친북·반미 발언으로 정치적 독립이 생명인 광복회를 현 정부의 외곽 단체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최재형기념사업회 측과의 협의 없이 만들어 추미애 등 특정 인사들에게 수여한 것을 비롯해 각종 명목의 상을 제정해 77명에게 줬다. 그런데 단체수상(33명)을 제외한 44명 중 64%가 설훈·우원식·은수미 등 여권 인사들이었다.
 
김 회장은 또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의 묘를 국립현충원에서 파내는 법을 만들라고 촉구했고, 고(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저지한다며 운구 차량을 가로막았다. 반면에 월북해 김일성 훈장을 받은 김원봉에겐 훈장을 주자고 촉구했고,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을 칭송했다. “박근혜보다 독립운동가 가문에서 자란 김정은이 낫다”는 주장까지 하는 등 도를 넘은 친북·반미 행태로 국민의 분노를 샀다. 광복회의 모토는 ‘나라와 겨레를 위해 국민 화합을 선도한다’인데 김 회장의 언행은 하나부터 열까지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일 오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김원웅 광복회장(왼쪽 한복)의 멱살을 잡은 김임용 회원(오른쪽 선글라스)을 제지하고 있다. 2021.4.11 오종택 기자

11일 오전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김원웅 광복회장(왼쪽 한복)의 멱살을 잡은 김임용 회원(오른쪽 선글라스)을 제지하고 있다. 2021.4.11 오종택 기자

김 회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야당을 “토착 왜구 정당”이라 몰아붙였는데, 정작 본인은 그 당의 전신인 공화당·민정당에서 국장급까지 당직을 지냈으니 이런 자가당착이 없다. 그래 놓고 “생계 때문이었다”고 변명하는 그를 현 정부는 묻지마 식으로 감쌌다. 김 회장은 그런 정부를 업고 국민을 반목과 분열에 빠뜨리고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에 먹칠을 했다. 그 결과 광복회는 독립정신 계승과 국민 통합이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김 회장은 더는 광복회를 이끌 자격을 상실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간의 언행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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