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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직격인터뷰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중앙일보 2021.04.26 00:06
까다로운 기업 상속공제 요건 때문에 투자 꺼리고 경영권 위협 노출
투자 늘리고 일자리 창출하는 기업이 혜택받도록 상속 규제 바꿔야

“좋은 일자리 만들 방법 있는데 망설일 이유 있나”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4월 2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상속세제를 개편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4월 2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상속세제를 개편해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상속과 관련한 이슈는 일부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작성한 ‘기업 단위 중소기업 기본 통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630만 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취약한 중소기업에게 상속 문제는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중차대한 일이다. 산업화 시대에 기업의 기틀을 다져온 창업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여서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부의 대물림’이란 감정적 대응을 접어두고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는 기업 상속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이 선두에 서 있다. 현장에서 기업인이 갖는 어려움을 직접 겪으면서 스스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기업 상속세 문제로 경영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4월 2일 서울 여의도의 중기중앙회에서 추 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업 상속세 문제는 일자리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평범한 사람에게 기업 상속세 문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얼마나 심각한가?
 
“현재 기업 상속세율이 50%다. 그런데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특수관계인 할증 20%를 적용하면 6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경우는 대개 상속세가 60%라고 보면 된다. 100% 지분이 3대에 걸쳐 60%씩 세금으로 내고 나면 3대째에는 16% 지분만 남는다.”
 
외국과 비교하면 어느 수준인가?
 
“OECD 평균이 26%쯤 된다. 일본이 높은 편인데 55%다. 우리는 50%라고 얘기하지만, 할증세율을 고려하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결국 지분이 줄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긴다는 말인가?
 
“지분이 낮아지면 적대적 M&A에 노출된다. 투기적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2세에서 3세로 넘어갈 때 특히 위협적이다. 안정된 경영권이 없으면 기업 미래를 위한 장기 계획을 못 세우고 단기 이익에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삼성이 반도체와 바이오에 진출한 건 안정된 경영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다. 경영권이 불안하면 절대 투자 못한다. 그럼 국가적으로도 손해다.”
 
하지만 국민 정서는 차갑다.
 
“반(反)기업 정서 때문이다. 가진 자의 부(富)를 대물림하는 것 아니냐는 건데, 그런 정서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 다만 감정적 분풀이와 국가적 이익의 문제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거다.”
 

“부의 대물림 아닌 ‘책임의 대물림’으로 봐야”

2019년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기재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 부총리,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 사진:변선구 기자

2019년 6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업상속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기재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홍 부총리, 윤관석 정책위 수석부의장. / 사진:변선구 기자

그동안 기업인들의 일탈을 겪어온 국민 입장에서 쉽게 수긍하긴 어려운 문제다.
 
“물론 기업인들도 노력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국가가 압축 성장하는 과정에서 안정된 재원을 기업에 몰아줬다. 그래서 창업자들은 사업보국을 일생의 의무로 여겼다. 후세들이 창업자의 정신을 물려받아야 국민의 시선도 바뀔 수 있다.”
 
꼭 가업을 승계해야만 창업자의 정신이 유지되는 건 아니잖은가.
 
“국내 상장회사가 2200개 정도 된다.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거나 2대 주주인 회사가 그중 200개 정도다. 머지않아 기업들이 2세에서 3세로 넘어가면 이 회사들은 전부 국민연금 자회사나 다름없어진다. 이미 효성이나 한국타이어, 대한항공의 경영권 다툼에서 국민연금이 중요한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이나 민간 펀드가 기업의 주인이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그들은 돈을 버는 게 목표지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건 관심사가 아니다. 그럼 기업가 정신이 사라지는 거다. 그래서 가업 승계가 중요하다고 보는 거다. 천박한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정신적 계승이 필요한 거다.”
 
자본주의와 기업의 역사가 긴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은 소유와 경영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서 말 그대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돼 있다. 유럽, 아시아는 가문을 중심으로 한 기업 문화가 짙다. 가문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후계자가 가업을 승계하는 전통이 일찌감치 만들어져 있다. 특히 유럽은 가문을 중심으로 기업이 성장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우리는 국가 주도로 기업이 성장하다 보니 국민의 반대 의식이 더 심한 것이다.”
 
강소기업 대표 국가로 독일을 꼽는다.
 
“독일의 강소기업은 대부분 가족기업이다. 기업을 승계하고 싶으면 세금 부담 없이 후세에 물려줄 수 있다. 기업 상속 공제제도를 통해서다. 이걸 통해 경영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고,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기에 수백 년 된 강소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거다.”
 
우리도 기업 상속공제제도가 있잖나.
 
“우리는 연간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어야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러 기준에 맞춰서 혜택받는 기업이 한 해에 100개가 채 안 된다. 독일은 연간 2만8000개 정도 기업이 혜택을 받는다. 재작년에 제도를 조금 완화하긴 했는데 아직도 미흡하다.”
 
독일 모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상속세와 고용창출을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핵심이다. 7년간 종업원을 100% 승계할 경우 상속세를 하나도 안 낸다든지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해서 일자리가 유지되도록 하는 거다.
 
우리나라의 공제 조건이 까다로워서 혜택받는 기업이 적은 건가?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상장 회사는 오너의 지분이 30%, 비상장 회사는 50%를 넘어야 한다. 가족기업이 탄생해 성장하면서 외부 자본을 유치하다 보면 오너의 지분율이 점점 낮아진다. 보통 상장 회사는 10~20%가 대부분이다. 상장 회사 대부분은 공제 혜택을 못 받는다.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
 

기업 상속공제 혜택받는 기업 연간 100개 불과

공제 혜택을 못 받았을 때 치명적인 문제는 뭔가.
 
“투기자본에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건실한 기업이 주로 먹잇감이 된다. 망해가는 회사는 어차피 아무도 투자를 안 한다. 제대로 된 기업을 유지하고 성장하도록 하려면 공제 요건상 지분율을 적어도 15~20% 정도로 낮춰야 한다.”
 
반드시 가업 승계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전문경영인제도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문화 특성에 맞게끔 해야 한다. 우리나라 정서상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회사 물려주고 싶고, 자식은 부모의 꿈을 이어받아 기업을 키우고 싶은 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렇게 종업원을 더 고용하고 투자를 늘리는 게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한 예로 A 중견기업은 가업 승계 대신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출액과 종업원 수에 별반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늘린 것과 비교해보자. 객관적으로 볼 때 국가와 사회적으로 누가 더 크게 기여했나?”
 
우리나라 기업이 성장해온 과정을 돌이켜보면 국가 주도에 익숙하지 않았나.
 
“그렇다고 모든 기업을 주인 없는 회사로 만드는 게 바람직할까. 주인이 없으면 어차피 상속세도 없다. 주인의식을 갖고 치열하게 경영하도록 하는 게 옳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최대주주가 된다 해도 문제다. 정권 바뀔 때마다 휘청거리지 않겠나. 이대로 가다간 수십 년 후에는 우리나라 기업 상당수가 펀드의 투기장으로 변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후세 기업인의 마음가짐은 계량화할 수 없는 변수 아닌가.
 
“가업 승계가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창업자의 정신이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상속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중기중앙회에서도 가업승계지원센터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상속세를 마련할 방법이 전혀 없는 건가?
 
“거의 없다. 오너가(家) 2세들이 보수를 많이 올리는 것도 결국 상속세 문제에서 비롯된다. 나쁘다고 욕해도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나. 2세에서 3세로 넘어갈 때 많은 편법이 동원됐다. 상속세제가 제대로 돼 있으면 이런 탈·불법도 없었을 거다. 앞으로는 편법도 못 쓰고 모든 세금 다 내고 승계해야 한다.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다.”
 
기업인들은 어떻게 개선되길 바라고 있나.
 
“매년 조사해보니 사전증여를 현실화해주길 바라는 응답이 가장 높다. 기업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 10년 정도라고 한다. 기업 상속공제를 통해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의 경우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데 사전증여는 100억원밖에 안 된다. 사전·사후 구분 없이 500억원으로 늘려야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 더구나 이제는 고령화 사회여서 사후 승계는 현실적이지도 않다.”
 

‘업종 변경’ 문턱에 가로막혀 신규 투자도 포기

 
 
추 본부장은 매출 200억원 규모의 한 강소기업에 닥친 문제를 사례로 소개했다. 세라믹 변기 제조업체 중 국내 으뜸으로 꼽히는 기업이다. 현금 자산만 700억원에 이른다. 기존의 무겁고 제작 공정이 까다로운 세라믹 대신 강화플라스틱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려고 계획하고 있지만,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 상속공제제도의 조건상 업종이 바뀌고 바꾼 업종의 비중이 30%를 넘어가면 제도 혜택을 못 받기 때문이다. 추 본부장은 “용도가 같은데도 소재를 바꿨다고 업종이 바뀐 걸로 보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까다로운 규정이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셈인가.
 
“현재 업종 변경이 중분류로 제한돼 있다. 이걸 대분류로 바꾸면 문제가 해소된다. 국세청도 알고 있는 문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융·복합 시대라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혁명적인 변화가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업종으로 경계를 긋는 시대는 지났다. 휴대전화 만들던 회사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업종제한 때문에 못하게 되면 누구 손해인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으면 적어도 건전한 업종에 한해 얼마든지 허용해주고 장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산업의 대전환 시대에 맞게 규정을 고쳐야 한다.”
 
혜택을 주려면 그에 걸맞게 기업의 이익을 사회로 환원하는 의무 부과도 필요할 것 같다.
 
“사회적 책임은 당연히 필요하다. 국내 투자를 늘리고 종업원을 고용하고 이익을 남겨서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사회적 책임이다. 고용이 줄면 사회보장비용이 늘어난다. 늘어난 사회보장비용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기업을 옥죄기만 하면 고용은 줄고 사회보장비용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만드는 일자리는 국민에게 세금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규제를 줄여서 기업이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도록 장려하고 사회보장비용을 절약해 국고를 늘리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 상속세 문제는 그런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
 
기업이 상속세 감면 조건을 지키지 못했을 땐 어떻게 하나?
 
“당연히 상속세를 다시 내도록 해야 한다. ‘가업 승계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대전제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규제 개혁을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정치권이 규제 만드는 데 혈안이 될 게 아니라 기업 활성화에 더 집중해야 하는데, 21대 국회 들어 기업 활성화를 위해 만든 법은 거의 없다. 대부분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추 본부장은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 공론의 장에서 국민과 정치권,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기업 상속세제를 연구하게 된 것도 반기업 정서에 가려진 긍정적 효과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라고 했다.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린 지금이야말로 공론화를 시작할 최적기라는 추 본부장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고용이 최고의 복지가 된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 방법이 있다는데 더 망설일 이유가 어디 있나.”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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