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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노래방·극장 日 골든위크 특수 포기…올림픽 사수 올인

중앙일보 2021.04.25 16:01
일본에서 장기 연휴인 '골든위크'를 앞두고 세 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됐다. 일본 정부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수도 도쿄도와 오사카부·교토부·효고현 등 4개 광역지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3번째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25일부터 17일간 세 번째 긴급사태 발령
주류 제공 불가, 백화점 식료품 매장만 영업
"이번에 못잡으면 올림픽 못한다" 위기감
올림픽 입국자, 엄격한 방역수칙 논란될 듯

23일 도쿄 지하철 직원들과 경찰이 3차 긴급사태 선언을 앞두고 빠른 귀가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신주쿠 가부키초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3일 도쿄 지하철 직원들과 경찰이 3차 긴급사태 선언을 앞두고 빠른 귀가를 호소하는 피켓을 들고 신주쿠 가부키초를 행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7일간 이어지는 이번 긴급사태 선언은 '올림픽 사수'를 목표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도 23일 이와 관련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위해 당면한 감염 확산을 억제하는 데 우선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국경일인 29일 '쇼와(昭和)의 날'부터 어린이날인 다음 달 5일까지 '골든위크'(황금연휴)로 불리는 긴 연휴를 맞는다. 전국에서 5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연휴 동안 사람들의 이동이 많아지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오는 7월 23일 열리는 도쿄올림픽 개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 도쿄도 등 7개 광역지역에 1차 긴급사태를 발령했다가 49일 만에 해제했고, 이어 지난 1월 8일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2차 긴급사태를 발령해 3월 21일 전면 해제했다. 2차 긴급사태 때는 음식점 영업시간 제한에 초점을 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3차 긴급사태는 유흥시설 대부분이 문을 닫는 '준(準) 록다운' 수준으로 강화했다. 
 
이번 긴급사태 기간 중 공원이나 도서관·미술관·영화관 등은 모두 휴업한다. 프로야구 등 스포츠 행사는 무관객으로 진행된다. 술을 제공하는 음식점이나 노래방 등은 문을 닫아야 하고, 주류를 제공하지 않는 음식점은 오후 8시까지만 문을 연다. 백화점, 쇼핑센터 등도 식료품 매장을 제외하고는 휴업해야 한다. 
 
연휴 기간 동안 학교는 대부분 쉬기 때문에 따로 휴교 요청은 내려지지 않았다. 철도, 버스 등 운송사업자들은 막차 편을 앞당기고 주말·공휴일 운행 편을 줄이는 등 유동인구 억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음 주말까지 열흘 가까이 이어지는 골든위크 기간 쇼핑이나 나들이 등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짧은 기간 내 강력한 정책을 통해 코로나19를 잡겠다"는 계획이지만, 긴급사태가 선포된 4개 광역지역 외에서도 변이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만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책으로는 가장 강력한 긴급사태 선언마저 효과가 없을 경우,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여부를 놓고 어려운 선택에 내몰릴 전망이다. 집권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사히 신문에 "여기서 (코로나19를) 억제하지 못하면 올림픽 개최는 끝내 어려워질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관련 입국자들, 수칙 안 지키면 추방 

한편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전제로 입국하는 외국 선수와 코치진, 취재진 등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방역규칙을 마련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오는 28일 열리는 관계기관장 회의에서 확정될 이 수칙에 따르지 않을 경우, 추방까지 당할 수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23일 도쿄 올림픽 박물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 [EPA=연합뉴스]

23일 도쿄 올림픽 박물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 [EPA=연합뉴스]

요미우리가 공개한 수칙에 따르면 일단 외국에서 들어오는 선수 등 모든 관계자들은 각국 출국 시점을 기준으로 96시간(4일) 이내 두 차례의 코로나19 검사(PCR 및 항원 검사)를 받아야 하며, 입국 후에도 3일간 매일 검사를 받는다. 
 
선수들은 격리가 면제되지만 갈 수 있는 곳은 숙박시설, 훈련장, 경기장으로 제한되며 이동할 때는 목적지, 교통편 등을 적은 활동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위반하는 행동을 할 경우, 14일간의 격리 면제 혜택을 취소하고 대회 참가에 필요한 자격인정증 박탈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자격인정증 박탈은 일본으로부터 추방을 의미힌다. 
 
취재진 등 기타 관계자들은 모든 입국자에 강제되는 14일간 격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며, 대회 운영에 필요한 경우에만 격리를 3일로 줄여주거나 입국 직후부터의 활동을 인정하기로 했다.
 
엄격한 수칙은 올림픽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일본 국민들의 불안으로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만, 과도한 행동 제한으로 참가 선수와 관계자들의 반발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선수와 코치 약 1만5000명과 기타 관계자 등 약 8만 명이 일본에 입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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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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