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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은 많은데 젓가락이 잘…’ 신약개발 맏형의 씁쓸한 요즘

중앙일보 2021.04.25 10:00
올 상반기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웠던 종목을 하나만 고르라면 아무래도 SK바이오사이언스겠죠. 드라마틱한 데뷔, 이후의 급락, 다시 반등. 여전히 관심이 뜨겁습니다. 오죽하면 기관의 보호예수 물량이 풀리는 날에도 6% 이상 상승!! 국내 백신 도입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 위탁생산(CMO) 기대감이 커진 영향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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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국내 제약업계 판세에도 큰 영향. 지난해 실적만 봐도 코로나 관련 사업에 빠르게 뛰어든 기업(대표적으로 씨젠!)은 좋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부진했죠. CMO 업체의 성장세, 바이오의약품 대세론, 전통 합성의약품의 부진 등 구조적 변화도 눈에 띕니다. 일부 전통의 강자는 관심 밖으로 밀려난 상태. 제약, 특히 신약 개발하면 떠오르던 회사가 있었죠. 오늘은 한미약품입니다.

국내시장 성장 한계 속 코로나 2년 존재감 미미
기술 수출로 떴는데 연이은 반환에 주춤
R&D 역량 최고지만, ‘확실한 한 방’은 기다려야

2010년 말 한미약품의 시가총액은 6353억원. 유한양행, 녹십자 등에 이어 업계 5위권. 현재 시총이 4조2000억원(한미사이언스 포함 땐 8조원대)이니 나름 큰 폭 성장한 겁니다. 하지만 한미약품 앞에 위치한 회사의 이름은 싹 바뀌었죠.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등입니다. 올해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시총은 한미약품의 2.5배가 넘습니다. 매출은 5분의 1(2020년)인데.
 
한미약품. 국내 1세대 제약회사 대표주자입니다. 1967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연 ‘임성기(지난해 8월 타계) 약국’이 출발점. 당시 서울 3대 약국으로 꼽혔다는데 꿈은 훨씬 컸습니다. 1973년 한미약품을 창업했는데 수입·판매에 의존하던 국내 제약업계에 ‘신약 개발’이란 화두를 던졌죠. 약을 만들어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한 국내 첫 제약사가 바로 한미약품입니다. ‘죽어도 R&D’를 강조한 결실, 2015년 맺었습니다.
한미약품. 연합뉴스

한미약품. 연합뉴스

그해 1년 동안에만 다수 글로벌 제약사와 7건, 수조원대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죠. 10만20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연말 71만8000원으로 614%나 급등! 코스피가 지독한 박스권에 갇혔던 그 시기, 인기가 지금의 SK바사 못지않았죠. ‘제2의 한미약품’ 찾기 열풍이 불었는데 이후 투자자의 시각 자체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유망한 회사의 몸값(PER 급등)이 뛰기 시작한 것도 한미약품 효과였습니다.
옛날 얘길 이리 길게 한 이유. 그 옛날이 너무 그리워서! 이후 한미약품은 그저 그런 회사가 됐습니다. 매출은 늘지 않았고, 이익도 제자리. 엄청난 개발 소식? 역시 No! 악재는 많았죠. 글로벌 제약사들이 돈 주고 사간 기술을 반환하기 시작했는데 2016년 베링거잉겔하임과의 계약 해지가 대표적이죠. 2019년에도 얀센이 지난해엔 사노피가 그랬습니다. 기술 수출이란 건 약 개발이 최종 성공해야 큰돈을 버는 건데(계약금이야 받겠지만) 기대가 사라져버린 거죠.
 
일단 올해 상황? 주력인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시리즈,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팔팔(발기부전), 에소메졸(역류성 식도염) 등 소폭 성장 흐름을 이어갈 거로 보입니다. 코로나 영향(사람들이 감기에 안 걸림!!)으로 호흡기나 항생제 관련 매출이 감소(키움증권)하겠지만 영향이 그리 크진 않습니다. 분기별 60억원인 사노피와의 공동연구비가 없어졌기 때문에 영업이익도 늘 여지가 있습니다. R&D로 큰 회사가 연구개발비 감소로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게 좋은 소식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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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반찬은 많은데 쉬 젓가락이 안 간달까요? 증권업계에선 중립 의견이 많고, 목표 주가 수준도 높지 않은 편입니다. 확실한 ‘넥스트’가 보이지 않아서죠. 최근 한 증권사는 ‘근본적으로 성장 한계에 이르렀다’(하나금융투자)고 진단했습니다. ‘로수젯과 같은 블록버스터급 개량신약을 출시하지 않는 한’이란 전제를 붙였죠.
이에 한미약품은 측은 한 매체를 통해 “성장 한계라기보단 전문의약품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 매출을 하는 거로 보는 게 맞다”고 반박. 많은 국내 제약사가 그렇듯 대부분 국내용입니다. 환자가 갑자기 확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성장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계’라고 지적한 건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니 타당한 반박으로 들리진 않네요.  
 
‘좀 더 멀리 봐달라’는 당부는 고개를 끄덕일 만합니다. 우선 지난 3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롤론티스(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이전)’의 미국 수출 가능성이 가깝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호중구(백혈구 내에서 세균을 막아내는 방어장치) 감소증 치료제인데요. 5월 평택 바이오 공장의 FDA 실사가 있습니다. 빠르면 6~7월에도 승인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 시장 규모는 약 4조원(물론 경쟁자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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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역시 2015년 미국 스펙트럼에!!)’도 시판허가신청(NDA)을 연내 FDA에 제출할 계획입니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기 때문에 검토 기간이 짧습니다.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도 기대할 만. 임상 2상에서 효과를 확인했는데 시장 규모가 연 40조원 커 글로벌 제약사가 관심이 많습니다. 또 다른 대형 기술 수출 소식이 들릴 가능성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백신 관련 빅이슈 없으면 올해는 안 쳐다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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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석 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