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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원 라면까지 등장···"최악의 카드" 비난받는 '10원전쟁'

중앙일보 2021.04.25 09:01
유통업계의 '10원 전쟁'에 편의점도 뛰어들면서 CU는 1개당 380원짜리 라면을 선보였다. 뉴시스

유통업계의 '10원 전쟁'에 편의점도 뛰어들면서 CU는 1개당 380원짜리 라면을 선보였다. 뉴시스

유통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샤넬·루이비통 등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는 나날이 가격을 올리는 반면 마트는 식품·생필품의 최저가 경쟁에 돌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벌어진 ‘10원 전쟁’이 부활한 셈이다. 심지어 이번엔 쿠팡·마켓컬리 등 e커머스 강자뿐 아니라 편의점도 가세해 전례 없는 가격 경쟁이 예상된다.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 돌려드려요”

이마트는 다른 유통업체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다른 유통업체보다 비쌀 경우 차액을 포인트로 돌려주는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시작했다. 사진 이마트

전쟁의 신호탄은 이마트가 쐈다. 쿠팡의 무료배송에 맞서 지난 8일부터 ‘최저가 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했다.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을 무조건 포인트로 돌려준다는 얘기다. 상대는 쿠팡인데 ‘맞불’은 의외로 롯데마트가 놨다. 롯데마트는 지난 15일부터 500개 생필품을 이마트와 같은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아울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매장에서 결제할 경우 포인트를 기존보다 5배 더 적립해준다.  
 
e커머스업계도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마켓컬리는 지난 12일부터 채소·과일·수산·정육 등 60여 가지 식품을 1년 내내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EDLP(Every Day Low Price)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늘어난 적수…380원 편의점 라면 등장  

마켓컬리는 김슬아 대표 빼고 모두가 좋아한다는 컨셉으로 할인 행사 광고를 냈다. 사진 유튜브 캡처

마켓컬리는 김슬아 대표 빼고 모두가 좋아한다는 컨셉으로 할인 행사 광고를 냈다. 사진 유튜브 캡처

편의점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CU는 지난 22일 자체브랜드 ‘헤이루’를 통해 업계 최저가를 넘어 대형마트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헤이루 라면득템’을 출시했다. 라면 다섯 봉지가 포장된 번들 가격이 1900원으로, 봉지당 가격은 380원이다. 이마트의 ‘민생라면’과 노브랜드 ‘라면한그릇’은 1개당 각각 390원, 396원으로 CU 라면이 10원 정도 더 저렴하다.  
 
소비자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식품, 생필품 등 생활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e커머스의 등장으로 최저가 비교가 이미 일반화된 상황에서 얼마나 더 저렴한 제품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대형마트의 최저가 행사를 다녀온 주부 서모(35·공덕동)씨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더니 평소와 다를 게 별로 없었다”며 “원래 노브랜드 등 PB 제품을 자주 이용하던 터라 여기서 싸봤자 얼마나 더 싸지겠나 싶어 기대도 안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이어 “1만원 정도면 몰라도 10원, 100원 차이에 포인트 좀 더 받겠다고 앱을 켜는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소비자는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 ‘10원 전쟁’ 통할까 

최저가 전쟁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저가 전쟁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시스

업계에서도 최저가 경쟁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은 10년 전에도 더는 해서는 안 된다고 결론 난 마케팅 전략인데, 쿠팡 이후로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뛰어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요즘 소비자는 깐깐하고, 눈이 높아서 조금 더 비싸더라도 배송이 빠르고, 편리하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에도 ‘제살깎아먹기’ 경쟁으로 업계에 상처만 남긴 채 ‘백기’를 드는 상황이 예상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격 경쟁은 경기 불황 또는 최악의 유통 위기에서 꺼내 드는 마지막 카드”라며 “불필요한 할인이 지속될 경우 유통 생태계를 헤치고 납품업체의 부담을 가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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