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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무장에 법조계 못 넘겨”…서초동 IT공룡 ‘로톡’ 살아남을까

중앙일보 2021.04.25 08:00
 
9년 차 변호사 A씨는 최근 변호사 상담플랫폼 '로톡'의 유료 회원으로 가입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로톡에 월 50만~100만원을 내면 플랫폼 검색창 상단에 자신의 법률서비스를 홍보해주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A씨는 "최근 로톡 등 IT 법률서비스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주변 변호사들도 비법조인인 기업 플랫폼에 변호사 시장이 종속될까 하는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로톡 애플리케이션 화면. 애플리케이션 캡처

로톡 애플리케이션 화면. 애플리케이션 캡처

 

법률서비스 대중화?…'리걸테크' 논란

로톡은 2014년에 등장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다. 의뢰인에게 맞는 적절한 변호사를 찾아주고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로톡에 따르면 월평균법률상담은 약 2만 3000건이고, 가입 변호사 수는 전국 4000여명이다. 변호사 시장에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한 '리걸 테크'를 이용해 변호사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고, 가격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내리겠다는 것이 로톡의 목표다. 
 
대한변호사협회. 연합뉴스

대한변호사협회. 연합뉴스

빅데이터를 이용한 '형량 예측 서비스'도 로톡의 대표 상품이다. 로톡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법원의 판결서 인터넷열람 사이트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수집한 1심 형사 판결문 40만 건을 바탕으로 형량을 예측해준다. 로톡에 가입된 한 변호사는 "가능성을 제시할 뿐 아직은 치명적 오류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을 거처야 한다"고 전했다.
 

"온라인 사무장에 변호사 못 맡겨" 

하지만 로톡의 성장에 변호사업계는 "로톡은 불법 중개서비스"라며 서비스 확장에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한변협 측은 "비 변호사는 법률 사무를 할 수 없다"며 "로톡의 '변호사 광고'와 '형량예측 서비스'는 변호사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도 "플랫폼 잠식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률서비스 의뢰인의 접근성이 넓어진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온라인 사무장'이 불러온 과도한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9년 차 변호사는 "변호사의 광고비 지출은 늘고, 수임료는 낮아진다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 플랫폼 서비스가 대세인 만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도 변호사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변호사 업계 명운"…경찰도 주목

경찰은 지난해 11월부터 로톡의 기업활동이 변호사법에 어긋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경찰이 로톡의 업무를 '광고'가 아닌 '변호사 소개'로 판단한다면 로톡의 기업 활동은 제약을 받는다. 경찰은 또 형량예측 서비스가 비 변호사의 법률 사무에 포함되는지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뉴스1

서울경찰청. 뉴스1

지난 22일 고발인 조사를 받은 서울변회 측은 "변호사에게 '광고비'를 받지만 사실상 중개 수수료"라면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형량예측 서비스는 비 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서울변회는 지난 2월 로톡 측에 "변호사법 위반 행위를 시정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로톡의 광고모델 소속사, 광고 대행업체, 광고를 게재한 서울교통공사 등에도 '로톡 광고는 변호사법 위반 행위'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 23일 로톡 측은 "변호사에게 광고비를 받는 등 현재의 업무에 위법성은 없다"며 "형량예측 서비스는 법률 사무가 아닐뿐더러 대가를 받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로톡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 조사 결과 아는 변호사가 1명도 없다고 답한 사람이 73%였다"며 "법률서비스를 대중화하고 변호사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런 의견을 경찰에도 성실히 소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지난달 2일 '로톡 사건'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로 이첩했다. 경찰 관계자는 "변호사 업계의 명운이 걸린 사건으로 본다"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틀림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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