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오래]미국 국적 교포의 한국 내 상속 재산, 어떻게 나누나

중앙일보 2021.04.24 13:00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22)

Q A(1930년생 남자)는 B(1933년생 여자)와 1955년 혼인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A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미국에서 주로 살다가 2018년 뉴욕에서 사망했다. A의 사망 당시 상속재산으로는 B와 공동소유하고 있던 뉴욕 소재 10억 원 상당의 주택, 경남 창원시 및 합천군 소재 합계 약 5억 원 상당의 토지 약 20여 필지, 한국 은행에 예치된 예금 약 5000만 원이 있었다.
 
B는 한국 국적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A와 함께 미국에서 살다가, 2003년경 A와 크게 다투고는 귀국해 A의 사망 시까지 경남 창원에서 딸 C(미국 국적)와 함께 거주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A와 함께 살던 아들 D(한국 국적)와 사이에 상속재산 분할 다툼이 생겼다. B가 A의 사망 후 처분한 뉴욕 소재 주택의 매각대금을 모두 가져간 후 함께 사는 딸 C에게만 그중 10만 달러를 주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속재산 분할에 관해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자 한국에 거주하는 B와 C는 미국에 거주하는 D를 상대로 한국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한국에 있는 부동산은 미국의 국제사법(Restatement of Conflict of laws)에 따라 부동산 소재지의 법인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 [사진 pixabay]

한국에 있는 부동산은 미국의 국제사법(Restatement of Conflict of laws)에 따라 부동산 소재지의 법인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 [사진 pixabay]

 
A A는 미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살다가 사망했고, 딸 C는 미국 국적, 부인 B와 아들 D는 한국 국적이다. B와 C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D는 미국에 살고 있다. 상속재산은 미국과 한국에 분산되어 있다. 이처럼 국제적인 성질을 가지는 상속문제는 어디서 어떻게 해결되는 것일까? 즉 미국인의 상속재산, 그것도 미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법원에서 재판한다면 우리나라의 법을 적용하여야 할까, 아니면 미국인의 상속 문제이니 미국법을 적용하는 것일까?
 
나라마다 법률은 제각각 다르고, 특히 가족관계나 상속관계를 다루는 법은 그 나라의 고유한 전통과 관습, 가치관과 생활환경을 반영하는 것이어서 다른 법률보다 더 특색을 띤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래 국제결혼과 출산이 늘어나고 있고, 국외 이민자가 사망하거나 상속인으로서 상속에 참여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 걸친 개인들 사이의 법률관계와 관련해 어느 나라에서 재판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재판에서 어느 나라의 법을 적용할 것인지를 정하는 법을 ‘국제사법’이라고 한다.
 
먼저 사례의 경우 우리나라의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는지(‘국제재판관할’)에 대해 살펴 보자. 국제적인 성질을 가진 개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한국과 실질적인 관련이 있는 경우 한국 법원이 국제 재판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다. 따라서 한국 법원은 당사자 중 일부가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상속재산의 일부가 한국에 소재하고 있으며, 상속재산분할의 심리를 위해 필요한 증거들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 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는지의 문제와 A의 상속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여야 하는지(이른바 ‘준거법’)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의 국제사법에 따르면 상속 문제는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에 의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건에는 A의 국적법인 미국법, 그중에서도 A의 주소지로서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뉴욕주의 상속법이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한국에 있는 부동산은 미국의 국제사법(Restatement of Conflict of laws)에 따라 부동산 소재지의 법인 한국 민법이 적용된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결국 미국에 있는 주택과 한국에 있는 예금의 상속에 대해서는 뉴욕주법, 한국에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한국 민법에 따라 상속관계가 결정된다.
 
당시 뉴욕주법에 의하면 피상속인에게 상속인으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을 경우, 5만 달러와 나머지 상속재산의 2분의 1은 배우자에게, 그 나머지 재산은 자녀에게 상속된다. 그런데 사례에서 뉴욕주에 있던 주택은 부부가 부동산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다가 그중 한 사람이 사망한 경우 생존한 배우자에게 모든 권리가 승계되는 공동소유형태(이른바 ‘tenancy by the entirety’)였다. 따라서 뉴욕주에 있던 주택은 A의 사망에 따라 B 단독 소유가 되었고, 뉴욕주법이 적용되는 상속재산은 한국 예금만 남게 되었는데, 그 액수가 5만 달러 미만이므로 그 예금도 B에게 전액 상속되었다.
 
한편 한국 민법이 적용되는 한국에 있는 토지에 대해 서로 자신이 A를 특별히 부양하였거나 재산 유지에 기여하였기 때문에 다른 상속인들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기여분’ 주장과 A로부터 생전 또는 사후에 재산을 더 많이 받은 상속인은 법정상속분보다 덜 받아야 한다는 이른바 ‘특별수익’ 주장이 있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한국에 있는 부동산은 한국 민법에 따른 법정상속분대로 배우자 B 7분의 3, 자녀들 C와 D는 각 7분의 2 비율로 상속받게 되었다.
 

금융기관마다 요구하는 자료의 종류와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요청하는 자료들이 무엇인지 미리 정확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야만 시행착오 없이 신속하게 상속 예금을 찾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처럼 국제적인 상속 이슈는 생각보다 어려운 법률문제가 생긴다. 복잡한 상속 소송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외국인 또는 외국 국적의 교포가 한국의 금융기관에서 피상속인 이름으로 된 상속 예금을 인출하는 것쯤은 간단할 것 같지만, 그것조차도 실제로는 만만하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국적을 가진 상속인이 한국의 은행에 미국 국적의 피상속인 명의로 예치해 둔 상속 예금을 인출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게 된다. 상속 문제만으로도 복잡한데 국제적인 요소까지 얽혀 있는 예금의 경우, 한국의 금융기관이 상속에 적용되는 법률을 알아내거나 정당한 상속인이 누구인지, 정확한 상속분은 어떻게 되는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기관이 정당한 상속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예금을 지급했는데, 나중에 다른 상속인으로부터 그 상속인의 자격이나 상속분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이중 청구를 당할 위험도 있다.
 
금융기관은 예금 지급을 청구하는 상속인 또는 유언집행자(유산관리인)에게 피상속인의 사망 사실과 정당한 상속인이 누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는 물론, 상속재산분할협의, 유언, 상속 자격 박탈과 포기 등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편 금융기관마다 요구하는 자료의 종류와 범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요청하는 자료들이 무엇인지 미리 정확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야만 시행착오 없이 신속하게 상속 예금을 찾을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김성우 김성우 김성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필진

[그럴 法한 이야기] 장남인 내가 유언장 상속 명단에서 빠졌다면? 큰 돈을 빌려준 친구가 갑자기 쓰러졌다면? 가사전문법관으로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우리가 현재 또는 가까운 미래에 마주할 법률문제의 해법을 사례 위주로 들려준다.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