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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30세 생일 맞는 총각 기둥에 묶고 후추 뿌리는 덴마크인

중앙일보 2021.04.24 12:00

[더,오래]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45)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 태어난 날인 생일은 특별한 날이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보니 세상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경이롭고 신비로운 체험이었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생일을 기념하는 방식과 축하하며 나누는 음식이 나라별로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생일날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들이 먹었던 미역국을 생일날 끓여주는 이유는 아마도 자식을 낳아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산모가 몸을 회복하듯이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서양에서는 살아있는 사람의 생일을 축하하는 일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왕이나 여왕, 일부 귀족 남자의 경우나 자기가 태어난 날을 기억하는 정도였지, 여성의 생일을 기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리스나 이집트에서 남자의 생일만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져왔다가 그마저도 기독교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인간이란 아담의 원죄로 인해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세상은 고통스러운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4세기경 그리스도의 탄생일(크리스마스)을 축하하게 되면서 생일을 축하하는 관습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12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성이나 아이의 생일도 기록해두고 축하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생일 축하는 각 나라의 방식대로 기념하는 고유의 문화로 발전되었고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람들을 초대하고 특별한 음식을 나누고 있다.
 

중국 ‘장수면’

중국은 생일날 장수를 기원하는 장수면을 먹는다. 면발이 길어서 장수를 상징하기 때문에 생일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고 여긴다. 장수면도 중국 가정집마다 기호에 맞추어 만들어 지다고 하는데, 보통 닭고기 육수와 달걀이 들어간 장수면을 먹는다고 한다.
 
요즘은 밀가루로 만든 복숭아 모양의 ‘쇼우타오(寿桃)’를 먹는데, 건강과 장수를 상징하고 가운데 큰 복숭아 모양의 찐빵은 어르신을, 주변의 작은 찐빵은 자녀를 상징한다.
 
복숭아 모양의 찐빵 쇼우타오. [사진 Kat Walsh on Wikimedia Commons]

복숭아 모양의 찐빵 쇼우타오. [사진 Kat Walsh on Wikimedia Commons]

 
최근 들어 서양문화의 영향을 받아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축하파티를 하기도 한다. 장수를 상징하는 용모양 케이크가 인기가 좋다. 중국인은 ‘리우리우따슌(六六大順)’이라고 하는 66번째 생일을 가장 성대하게 축하한다. 한평생 순조롭게 살았음을 축하하는 생일이다. 이날 자녀들은 0.6근의 고기와 66개의 물만두를 만들어 생신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

 

멕시코 ‘피냐타’

멕시코 아이들의 생일 파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피냐타(Pinata)이다. 피냐타는 사탕, 과자, 초코릿 등을 안에 잔뜩 넣어 만든다. 나무에 피냐타를 걸어 놓고 생일인 아이가 눈을 가린 후 막대기를 들고 피냐타를 찾아서 마구마구 때려서 안에 있는 간식들을 쏟아지게 해서 손님들에게 나누어 준다. 피냐타 깨기는 ‘악을 부순다 ’는 의미를 가진 놀이다. 전통적인 피냐타는 일곱가지 죄악을 상징하는 7개의 뿔을 가진 별 모양이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인도 ‘파예시’

쌀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 파예시. [사진 Sourav003 on Wikimedia Commons]

쌀로 만든 달콤한 디저트 파예시. [사진 Sourav003 on Wikimedia Commons]

 
파예시(Payesh)는 달콤하고 간단하게 쌀로 만든 디저트다. 보통 식사가 끝날 때 특별한 날에 먹는데 생일날도 파예시를 즐겨 먹는다. 파예시는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으로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 향신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달콤한 푸딩인 파예시는 반고체이고 씹기 매우 쉽기 때문에, 아기들에게 이유식으로 먹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어렸을 때 먹었던 단단한 음식을 먹기전에 접한 파예시를 기억한다고 한다.


호주 ‘요정빵’

호주 어린이는 생일파티 때 ‘페리 브레드(Fairy Bread)’라는 음식을 먹는다. 페리 브레드는 얇게 썬 식빵에 버터나 마가린을 바르고, 그 위에 형형색색의 스프링클을 뿌려 간단하게 만들 수 있지만 스프링클의 색이 화려하고 모양이 워낙 다양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어른들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디저트로 인기가 많다.


브라질 ‘브리가데이루’

진한 맛의 브라질 브리가데이루. [사진 Mayra Chiachia on flickr]

진한 맛의 브라질 브리가데이루. [사진 Mayra Chiachia on flickr]

 
브라질에서는 생일 맞은 사람에게 ‘브리가데이루(brigadeiro)’를 만들어 선물한다고 한다. 특히 표면에 초콜릿은 향이 좋고 진한 맛의 브라질산 초콜릿 파우더를 사용하여 만든다. 보통 생일 때는 둥근 모양을 즐기고 평소에는 과일이나 야채 모양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브리게데이로 이름의 유래는 1946년 UDN 대통령 후보였던 에두아르도 고메스 준장의 대통령 선거운동과 관련이 있다. 전통적인 카리오카 가문의 일원인 헬로이스사 나부코 데 올리베이라(Heloísa Nabuco de Oliveira)는 새로운 과자를 만들어 후보자의 이름을 붙였다. 그중 ‘docce de bagnetiro(다리의 단맛)’가 인기를 끌었고, 그 이름은 결국 ‘brigadeiro’로 줄여 지금까지 불리고 있다.


가나 ‘오토’

아프리카 가나에서는‘오토(oto)’라는 음식을 생일에 먹는다. 삶은 계란과 매쉬 얌(yam), 야자 열매의 기름인 팜유를 써서 만든다. 삶은 얌을 으깬 후 양파, 소금, 새우가루 등으로 만든 천연 조미료로 양념을 만들어 섞어 먹는다. 오토는 한 개 이상의 삶은 달걀과 함께 먹는데 가나에서 달걀은 매우 상징적인 음식이다. 가나에서 달걀은 다산과 유년기에서 성인기로의 전환을 상징한다고 한다.


온두라스 ‘아로즈콘폴로’

온두라스에서 생일 때 아로즈콘폴로(arroz con pollo) 라는 음식을 먹는다. 이 전통 음식은 당근, 완두콩, 닭고기 등을 쌀과 함께 양념해 육수를 넣고 천천히 푹 익혀 먹는 요리이다.


스웨덴 ‘프린세스 케이크’

슈가파우더로 장식한 스웨덴 프린세스 케이크. [사진 Vilseskogen on flickr]

슈가파우더로 장식한 스웨덴 프린세스 케이크. [사진 Vilseskogen on flickr]

 
스웨덴에서는 설탕과 아몬드를 갈아 만든 그린색의 마지팬(marzipan)과 슈가파우더를 장식한 프린세스 케이크를 생일 때 먹는다. 원래 이 케이크는 녹색 마지팬으로 덮여있었지만, 요즘은 다양한 색깔로 만들어진다. 안쪽에는 과일잼과 부드러운 생크림이 들어간 폭신한 스펀지 케이크가 있다. 생일날 침대에서 먹는다. 
 

러시아 ‘피로지스’

러시아의 고소한 만두 '피로지스' [사진 Evilmonkey0013 at English Wikipedia]

러시아의 고소한 만두 '피로지스' [사진 Evilmonkey0013 at English Wikipedia]

 
러시아 생일 축하 행사에는 생선, 사탕무, 감자 샐러드,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파이를 포함한 많은 음식이 제공된다. 그중에서도 피로지스(pirozkhis)는 고기, 양배추, 치즈, 감자, 달걀로 채워지거나 달콤한 젤리로 채워 튀긴 고소한 만두이다.
 

덴마크 '케이크맨'과 '시나몬 가루 뿌리기'

덴마크 아이들이 생일날 먹는 케이크맨. [사진 Malene Thyssen on Wikimedia Commons]

덴마크 아이들이 생일날 먹는 케이크맨. [사진 Malene Thyssen on Wikimedia Commons]

 
덴마크 아이들은 생일날 ‘케이크맨’ 이라는 캐릭터 케이크와 함께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비교적 단순하고 부드러운 누룩 반죽으로 만든 빵 위에 다양한 초콜릿과 과일 등으로 장식해서 케이크가 만들어진다. 케이크를 먹을 때 가장 먼저 잘라야 할 부분은 머리라고 한다.
 
덴마크에는 독특한 생일 풍습이 있는데, 25번째 생일을 미혼인 상태로 맞이한다면 친구들이 생일 맞은 사람을 의자나 기둥에 묶고 물에 적신 다음 그 위에 시나몬 가루를 잔뜩 붓는다고 한다. 이 풍습은 다양한 향신료를 파는 상인들이 도시에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하느라 결혼 시기를 놓친 총각이 많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약 30세까지도 미혼이라면 시나몬 가루보다 더 따가운 후추세례를 받게 된다고 한다.


독일 ‘슈바르츠왈더 키르슈토르테’

독일의 검은 숲속의 생일케이크. [사진 Mikel Ortega on flickr]

독일의 검은 숲속의 생일케이크. [사진 Mikel Ortega on flickr]

 
비교적 검소한 생활습관을 가진 독일인들은 1년에 한 번뿐인 아이의 생일을 위해 부모가 몇 달 전부터 파티 준비를 한다. 독일의 전통적인 생일풍습으로 생일 주인공이 아침에 일어나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저녁때까지 녹은 초를 계속 갈아주는 ‘킨더페스테’라 불리는 풍습이 있다. 생일을 맞은 아이가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선물을 가져다준다는 ‘생일 아저씨’ 풍습도 20세기 초반까지 존재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생일이 되면 생일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해 파티를 여는데, 케이크에 촛불을 키고 부는 행위는 그리스시대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생일에 행한 풍습에서 비롯됐다. 이는 한동안 단절되었다가 중세 독일에서 다시 부활했다고 한다.
 
독일에서는 생일케이크로 ‘슈바르츠왈더 키르슈토르테(Schwarzwälder Kirschtorte)’를 즐겨 먹고 있다. ‘검은 숲속의 체리 케이크’를 의미한다. 전통방식으로 만든 케이크인데, 식감이 매우 풍부하고 생일파티에서 맛있게 먹고 공유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세계의 생일 음식은 재료도, 먹는 풍습도 다양하지만, 생일이라는 개인의 특별한 날을 축하해 주기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마련하는 것은 공통적이다.
 
올해로 팔순 생일을 맞는 친정 아버님에게 어느 해보다 특별한 축하를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해 사람들을 초대해 모이게 하기는 힘들지 모르지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음식을 준비해 나누고 싶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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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영 전지영 세종대 관광대학원 겸임교수 필진

[전지영의 세계의 특별한 식탁] 모두 꿈꾸는 세계여행.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음식이다. 전 세계의 음식을 통해 지구촌 생활상을 엿보고자 한다. 우리 생활 전반에 찾아온 수입식품과 세계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더해 맛으로 풍요로워지는 경험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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