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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땅 작은 나라가 강국되려면…네덜란드가 타산지석

중앙일보 2021.04.24 08:00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76)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많은 여행자가 꿈꾸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모스크바까지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9297㎞)을 시차가 7번 바뀌면서 6박 7일에 걸쳐 달린다. 아무르강이 흐르는 하바롭스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바이칼호를 남으로 끼고 이르쿠츠크를 거쳐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 도착한다. 시베리아는 러시아 영토의 77%를 차지하고 미국이나 중국보다 더 큰 광대한 땅이다. 이 광활한 타타르의 땅을 16세기, 코사크 기병대가 차르의 명에 의해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러시아의 차르는 영토 확장 욕심이 끝이 없었다. 1858년 아이훈 조약으로 한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헤이룽강 일대 영토를 청으로부터 뺏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조그만 땅, 킬리닌그라드를 2차대전에 패망한 독일로부터 할양받아 발트해 부동항을 확보했다. 또 흑해를 거쳐 지중해로 나가기 위해 그 길목을 지키는 터키와도 영토 분쟁을 겪었다. 그 결과 지금은 세계 최고의 압도적인 땅 부자가 되었다.
 
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모스크바까지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9297km)을 시차가 7번 바뀌면서 6박7일에 걸쳐 달린다. [사진 pixabay]

많은 여행자들이 꿈꾸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 여행.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 모스크바까지 지구 둘레의 약 4분의 1(9297km)을 시차가 7번 바뀌면서 6박7일에 걸쳐 달린다. [사진 pixabay]

 
미국의 땅 욕심도 이에 못지않다. 프런티어 서부 개척도 모자라, 1876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수했다. 당시 얼음 냉장고를 샀다고 비난받았지만 지금은 석유 자원과 전략적 요충지로서 값을 매길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그리고 북태평양에 멀리 떨어진 폴리네시안인들이 사탕수수를 재배하던 하와이를 1897년 합병했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 영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티베트는 당에 대적할 정도로 강력한 왕국이었다가 청나라 때 속국이 되었다. 고산지대이나 자원이 풍부해 중국이 티베트 자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아랍의 후예들이 사는 신장 위구르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유의 문화·언어·종교를 가진 독립국이었다.
 
슈퍼 파워는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국가를 지칭하며, 일단 국가 사이즈가 커야 한다. 전통적인 슈퍼 파워는 미국과 러시아였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떠오르는 신흥 강국이 되었다. 이 세 나라의 공통점은 영토 외에 인구가 많고, 자원이 풍부하다. 거기다가 군사력까지 막강하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 분쟁에 개입하고 외교적·군사적인 압력을 서슴지 않고 행사한다.
 
지금은 중국 땅인 요동과 만주는 고구려 광개토왕이 정벌한 땅이었다.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리는 비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왕의 은혜로움은 하늘에 미쳤고, 그 위엄은 사해에 떨쳤다. (나쁜 무리를) 쓸어 없애시니 백성들은 생업에 힘쓰며 편히 살게 되었다. 나라는 부강하고 백성은 유족해졌으며 오곡이 풍성하게 익었도다.”
 
광개토왕 이후 1600여년간 이 나라 왕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한반도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반도에 갇혀 살았다. 그마저도 지금은 분단되어 같은 민족이 서로 오갈 수 없고, 한반도 문제를 땅 주인이 맘대로 할 수 없고, 강국의 눈치를 살피는 처지가 되었다. 광개토왕 같은 기개가 있는 왕을 가진 한민족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일찍이 야심을 가지고 불모지를 개척하고 이민족을 정벌하는 진취적인 기상보다는 중국과 일본에 끼여 공격보다는 수비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침략하기보다는 침략당하고, 당당하기보다는 움츠러드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 이유는 역사를 두고 진취적이고 야심 찬 민족의 기개를 가르치고 또 행동에 옮기는 국가적인 어젠다가 없었던 탓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영토는 국력의 기본이다. 지금 300~400년 전에 용감하게 영토를 개척한 미국과 러시아처럼 될 수는 없다. 땅이 아니라, 경제적인 영토를 과감하게 개척하는 길밖에 없다.
 
네덜란드인은 기본적으로 6개국어를 하며 본토 인구보다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국제적인 마인드가 있고,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민족이다. [사진 pixabay]

네덜란드인은 기본적으로 6개국어를 하며 본토 인구보다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국제적인 마인드가 있고,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민족이다. [사진 pixabay]

 
작은 나라로서 그것을 가장 잘하는 국가는 네덜란드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6개국어를 한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필요하다면 어디든지 가서 그 나라 문화를 익히고 그 나라 사람이 되어서 다국적 기업에 근무도 하고 뿌리내려서 살기도 한다. 네덜란드는 본토 인구보다 해외에 나가 사는 사람이 더 많다. 그만큼 국제적인 마인드가 있고, 진취적이며 개방적인 민족이다.
 
우리 한민족은 지금부터라도 국제적인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그게 국제 경쟁력의 바탕이다. 학교에서 외국어도 두세 개 더 배우고, 타민족을 이해하는 포용력, 타국에 가서 살기를 주저하지 않는 개방성을 길러야 한다. 한국의 기업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에 비해 일반 국민에게 국제적인 마인드를 키워주는 국가의 정책적인 노력은 거의 없다. 지도자들이 해외 경험이 없고 우물 안 개구리식의 좁은 안목 때문이다. 대중에게 영향력을 크게 미치는 방송에서도 세계인들의 사는 모습과 국제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 국민 교육을 해야 한다. 시시콜콜한 오락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다.
 
좁은 땅에서 사는 한민족은 국제적인 경제 영토를 확장해 나가야 미래가 있다. 좀 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민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적 관심이 절실하다. 로마 제국은 1000년이었다. 우리도 그들처럼 세계 속의 한국인, 세계를 리더 하는 민족으로 우뚝 서 나가기를 바란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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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영 강정영 청강투자자문 대표 필진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 부자는 어떤 생각과 철학, 생활방식, 자녀관을 갖고 있을까.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고, 부를 오래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재벌이 아닌 평범하지만 이웃집에서 만나볼 만한 진짜 부자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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