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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일본의 '파이브아이즈' 가입이 진전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매우 낙관적이다"

 

영어권 5개국 정보동맹 협의체
그들끼리만 美 고급 정보 공유
믿을만한 나라여야 가입 허용

야마가미 신고 호주 주재 일본 대사가 21일(현지시간) 호주 매체 더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로리 메드칼프 호주국립대(ANU) 국립안보대학 학장도 "중국에 대해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는 국가가 있다면 그건 일본"이라며 "(반중 전선에 대한) 관심도와 역량을 고려하면 일본이 최선의 파이브아이즈 후보"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마치고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내용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이브아이즈(Five Eyes·5개의 눈)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 동맹 협의체다. 1956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합류하면서 현재의 5개국 체제가 됐다. 이후 70년 가까이 가입 국가는 없었다. 뿌리가 같은 영어권 국가들의 '신뢰 동맹'으로 장벽을 높였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이 반중 전선을 구축하며 일본과 더욱 밀착하는 가운데 등장한 '일본의 가입설'이 70년 만에 나온 가장 유력한 얘기라고 한다.
 
앞서 뉴질랜드는 이례적으로 이런 흐름에 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19일 나나이아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파이브아이즈의 역할 확대가 불편하다(Uncomfortable)"면서 "뉴질랜드는 중국에 대한 입장을 스스로 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이브아이즈에서 오가는 기밀 정보를 반중 전선의 선두에 설 국가와 공유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혔다. 뉴질랜드의 입장에 화답하듯 20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뉴질랜드는 실용적이고 문제에 대해 명확한 지식을 가진 국가이며, 일본은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하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전문가 기고문을 실었다.
 
나나이야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나나이야 마후타 뉴질랜드 외무장관. [EPA=연합뉴스]

 
그 다음날 호주에서 야마가미 대사의 발언이 나왔다. 실제 일본의 파이브아이즈 가입이 어느 정도로 진전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호주가 뉴질랜드의 최근 행보를 불편하게 여기는 기색은 감지되고 있다. 더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 정가에서는 (뉴질랜드를 뺀) '포아이즈'에 관한 농담이 최근 몇달 사이에 나오고 있다"며 "2주 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를 만나는 자리에서 파이브아이즈의 미래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모든 대중 협의체 들어간 일본 

파이브아이즈의 확장은 호주에 앞서 미국의 정책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언급돼왔다. 당장 이달 15일에는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가 "일본은 파이브아이즈의 사실상 6번째 회원이 되는데 근접하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장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실었다. 지난해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해결책: 일본은 파이브아이즈에 가입할 준비가 됐다'는 제목의 5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의 파이브아이즈 가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중 경쟁이 심화할수록 일본의 입지가 중요해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임스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이브아이즈는 신뢰를 기반한 동맹으로 상당히 장벽이 높다"며 "미·중 경쟁의 심화라는 정세가 일본의 가입 가능성도 커지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일 일본 근처에서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편대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Ⅱ 편대가 미 공군의 KC-135 스트라토탱커 공중급유기를 호위하고 있다. [주일미군]

지난 2일 일본 근처에서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 편대와 일본 항공자위대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Ⅱ 편대가 미 공군의 KC-135 스트라토탱커 공중급유기를 호위하고 있다. [주일미군]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 성격의 협의체에 모두 들어간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쿼드(아시아·태평양 안보협력체), D10(민주주의 10개국), T12(테크노 데모크라시12·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꺾기 위한 동맹)에 모두 포함된 국가는 미국과 일본이다. 미국의 우방으로 구성된 주요 7개국 모임인 G7에도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들어가 있다. 미국과 일본은 공동 훈련 횟수를 늘리며 군사적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방미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서 화이자 백신까지 확보했다. 정상회담과 백신 확보는 표면적으론 별개의 이슈였지만 외교가에선 사실상 미국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얻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군사적 측면에서도 미국으로부터 ‘신임’을 얻고 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있다"면서 "(미국의 동아시아 전력 배치 전략에 있어서) 한국에 있는 전력을 줄이고 일본에 배치시키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 다음은 프랑스"…신뢰 얻을 수 있을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영어권이 아닌 국가인 일본에게 만에 하나 문이 열리면 다음 가입국은 프랑스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메드칼프 호주국립대 국가안보대학 학장은 "이상적인 미래 계획은 일본과 프랑스 같은 국가들이 점진적으로 정보 공유 계획에 참여하는 파이브아이즈-플러스 형태일 것"이라고 했다.
 
전혜원 국립외교원 교수는 브렉시트 이후 유럽에서도 파이브아이즈 확대의 필요성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전에는 영국이 파이브아이즈에서 나온 정보들 중 일부를 유럽연합(EU)에 공유했는데, 브렉시트 이후 이런 정보 전달 통로가 끊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랑스는 미국·영국과 중국·러시아가 팽팽히 맞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국 중에서 남은 한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를 확실히 당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파이브아이즈의 문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정보 공유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는 '신뢰'"라며 다른 어떤 이유보다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입 요소는 신뢰 문제라고 설명했다. 메드칼프 학장도 일본과 프랑스의 가입을 언급하면서도 70년 가까이 쌓아온 수준의 신뢰를 얻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꼽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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