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웹툰·웹소설 잡자” 한성숙·여민수 ‘콘텐트 대전’

중앙선데이 2021.04.24 00:20 733호 14면 지면보기
국내 정보기술(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는 최근 IT 콘텐트 분야 포식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올 1월 약 1억6000만 명이 이용하는 북미의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선언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내세워 왓패드와 경쟁 중인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 지분도 40%가량 보유 중인데 역시 완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대표 진검승부
네이버 ‘왓패드’ 카카오 ‘래디쉬’
북미 웹소설 플랫폼 인수 추진

웹툰 등 지적재산권 중요성 인식
경쟁력 강화 핵심 카드로 활용
포털서 ‘콘텐트 공룡’ 진화 노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두 기업의 행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한성숙(네이버 대표) 대 여민수(카카오 공동대표)’의 글로벌 진검승부라는 해석이 나온다. 둘 다 콘텐트와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일찌감치 파악하고,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카드로 활용해온 배경을 갖고 있어서다. 네이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의 한 임원은 한성숙 대표에 대해 “오늘날의 웹툰 시장을 있게 한 사람은 조석, 그 조석을 있게 한 사람은 한성숙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석은 2006년 웹툰 ‘마음의 소리’로 데뷔, 지난해까지 네이버에서 역대 최장기간(14년) 정시 연재한 작가다. 2015년 마음의 소리 1000화를 맞아 네이버는 사내에 기념 전시물을 놓고, 조 작가에게 감사의 선물도 전했을 만큼 네이버 웹툰 개국공신으로 통한다.
 
그가 데뷔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웹툰 작가들이 아무리 히트작을 내도 플랫폼에서 주는 원고료 외의 수입을 챙기긴 쉽지 않았다. 2013년 이 관행을 깨고 업계 최초로 웹툰의 부분 유료화를 시도하고, 웹툰에 광고를 녹여 창작자와 수익을 공유하는 PPS(Page Profit Share) 제도 도입을 주도한 이가 한성숙 당시 네이버 서비스1본부장이었다. 계약한 작가가 생계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창작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우수 콘텐트가 계속 나오고, 플랫폼 성장에 날개를 다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고 본 것이다.
 
그 결과 네이버 웹툰 연재 작가 전체의 연평균 수익은 2019년 기준 3억1000만원에 달했다. 네이버에서 조석 같은 인기 작가가 계속 등장하는 데 한 대표가 버팀목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PPS 프로그램 등으로 작가의 성장을 지원해왔다”며 “브랜드와 창작자가 협업하는 데 있어 투명한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재차 밝혔다. 이는 그대로 맞아떨어져 2013년 이후 네이버 웹툰은 첫 해외 시장 진출(2014년), 월간 순이용자(MAU) 500만 돌파(2018년)와 1000만 돌파(지난해) 등 성적표로 포털 네이버의 고속성장을 이끈 한 축이 됐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네이버의 웹소설과 영상 서비스 기반을 다진 사람도 한 대표로 꼽힌다. 네이버는 2013년 웹소설 서비스를 처음 도입하고, 과거엔 음지에 있던 웹소설을 모바일 메뉴에 비중 있게 배치하는 파격 실험으로 국내 웹소설 열풍을 이끌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업계에 몸담기 전 잡지(민컴·PC라인) 기자로 일했던 한 대표가 자신의 경험에서 웹소설의 무한한 가능성을 봤다는 후문이다. 네이버 서비스총괄이사였던 2015년엔 현재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서비스 ‘V라이브’ 출시를 주도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CEO 자리에 올랐다.
 
이에 맞선 여민수 대표 역시 카카오에 몸담기 전 광고사인 오리콤과 LG애드를 거쳤고, 대학에서도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콘텐트 전문가다. 이베이코리아(2009년)와 LG전자(2014년)에서 그를 상무로 영입한 것도 그래서였다. 2016년 부사장으로 카카오에 합류, 2018년부터 조수용 공동대표와 함께 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여 대표는 취임 직후 음원 플랫폼 ‘멜론’을 운영하던 자회사 카카오M을 카카오에 합병시키는 일부터 진행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멜론의 서비스 융합으로 콘텐트에서 시너지 강화를 도모하는 게 회사 경쟁력 강화에 중요하다고 봐서다.
 
또 웹툰과 웹소설, 게임 등의 다양한 IP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해외 진출에도 성공해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 흥행 등을 주도했다. 그가 놓치지 않은 또 하나의 콘텐트 분야는 캐릭터다. ‘라이언’ ‘어피치’ 등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그가 CEO가 되기 전부터 있었지만, 여 대표 취임 후 최근까지 삼성전자·KB국민카드·오뚜기·유한킴벌리 등 이종 업계와의 협업을 통한 상품화나 해외 시장 개척에 한층 탄력이 붙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캐릭터의 활용 극대화를 글로벌 사업 영역 확장의 열쇠로 보고 있다”며 “그 중심엔 ‘뼛속까지 광고쟁이’라서 캐릭터의 중요성을 잘 아는 여민수 대표가 있다”고 전했다.
 
여 대표는 바뀐 트렌드에 따른 구독경제 서비스의 중요성도 강조하면서 지난해 포털 카카오와 다음(Daum) 내의 콘텐트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 구독 모델로 개편하는 데 나섰다. 그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조 대표와 함께 대표직 연임에 성공했다. 한성숙과 여민수의 콘텐트 대전(大戰)은 이제 해외로 옮겨붙는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기업 모두 이번 인수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웹소설·웹툰의 IP를 확보, 이를 기반으로 영상 사업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2조2949억 달러(약 2580조원) 규모의 세계 콘텐트 시장을 정조준하면서 한국형 포털 기업에서 넷플릭스·디즈니 같은 콘텐트 공룡으로의 진화를 노린다는 것이다. 두 CEO의 콘텐트 리더십도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