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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절반 1차 접종에도 거리두기 엄격, 펍 야외만 허용

중앙선데이 2021.04.24 00:02 733호 5면 지면보기

백신 접종률 높은 영국

코로나19 봉쇄령이 일부 완화된 후인 지난 16일 런던 소호 모습.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봉쇄령이 일부 완화된 후인 지난 16일 런던 소호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8일 세계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때 하루 7만에 육박했던 확진자 수는 지난 22일 2729명으로, 최고 1820명을 기록했던 사망자 수는 18명으로 급감했다. 백신 접종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이 날 22일 현재 영국 전체 인구의 6600만 중 49.8%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으며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도 16.8%에 달한다. 18세 이상의 경우 1차가 62.9%, 2차가 20.5%였다.
 

2차 접종자도 17%, 봉쇄 점차 완화
하루 확진 7만명서 2000명 대 ‘뚝’
“일상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와”

집단면역 도달 여부엔 견해 차이
5월 말 펍·식당 내 모임 허용 계획
변이, 마스크 미착용 등 우려 여전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정도로 백신 접종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서 영국 정부는 봉쇄를 조금씩 풀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2단계 완화 조치로 일반 비필수 상점과 야외 술집, 미장원, 헬스장, 도서관, 박물관, 동물원 등이 문을 열었다. 이날 런던의 한 광고 회사에서 일하는 벤 머피는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기 위해 펍에 갔다. 영국에 사는 평범한 30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펍에 간다. 펍에서 직장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보기도 한다. 영국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이다.
 
6명 이상 모임 금지, 재택근무 권장
 
18일 리틀 베니스 실외좌석에서 시민들이 음식과 차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8일 리틀 베니스 실외좌석에서 시민들이 음식과 차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이날은 특별했다. 1년 만에 처음으로 펍에 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런던은 매우 엄격한 봉쇄 상황에 있었다. 지난해 11월 잠시 봉쇄가 풀린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 최근까지 벤을 포함해서 그 누구도 펍에 갈 수 없었다.
 
심지어 봉쇄가 완화된 지금도 실내 좌석은 이용할 수 없다. 다행히 영국에 있는 상당수의 펍이나 식당은 야외 좌석을 갖추고 있다. 일부 식당이나 펍에서는 야외에 TV를 설치해 두고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진 간에 견해 차이가 있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진은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이 전체 인구의 75%에 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집단면역에 도달했다고 본다. 반면,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영국 인구의 44%만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추정한다.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은 27개 EU 회원국의 평균 백신 접종률 18%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앞서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3월 이후 총 세 차례에 걸쳐 봉쇄 조치를 취했다. 정부가 봉쇄를 완화하려고 할 때마다 확진자 수는 급증했고 사망자 수도 증가해, 결국 봉쇄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한국과 인구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12만7000여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영국의 첫 완전 봉쇄는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됐다. 그 후 여름 내내 각 지역에서 도시 전체 봉쇄 시스템이 도입됐고, 모든 모임이 제한됐다. 또 2020년 11월, 두 번째 봉쇄가 실시돼 12월에 끝났다. 그리고 올해 1월 6일에 가장 긴 세 번째 봉쇄가 시작돼 최근의 봉쇄 완화 전까지 계속됐다.
 
16일 소호 거리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6일 소호 거리에서 경찰이 순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의 완전 봉쇄는 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영국 사람들은 봉쇄 기간 운동을 하거나 식료품을 사기 위한 목적 외에는 집에서 나갈 수 없었다. 배달 음식점 외에 식당과 펍은 모두 문을 닫았다. 수퍼마켓을 제외한 모든 상점은 온라인으로만 운영됐다. 헬스장, 스포츠 시설, 미용실 등의 이용은 전면 금지됐다. 직장인들의 재택근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이 모든 조치는 법으로 강제됐다. 봉쇄 규칙을 어기면 벌금이 부과됐다. 규칙 위반자는 경찰 조사를 받아야 했으며, 집 밖에 있을 타당한 이유를 증명할 수 없는 경우엔 벌금이 부과됐다.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최소 200파운드(약 31만원)에서 최대 1만 파운드(약 1550만원)의 벌금을,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60파운드(약 9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
 
밖에서 경찰에게 잡혔을 때, “장 보러 마트에 가던 중이다”고 둘러대며 간단히 넘어갈 수 없다. 마트에는 정말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 가야 한다. 그걸 증명할 수 없으면 안 된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나는 미리 경찰로부터 공항으로 가고 있다는 허가증을 받아야 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는 지난해 방역과 관련해 3만2000건 이상의 벌금이 부과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상황이 이러니 영국 사람 대부분은 지난 1년간 운동이나 식료품 구매를 위해서가 아니면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만날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정해진 ‘버블’ 안의 사람들뿐이었다. 버블이란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처럼 서로 친밀하게 교류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접촉할 수 없는 소규모 그룹을 가리키는 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고 확산을 줄이기 위해 조성된다.
 
따라서 벤이 지난 12일 펍에서 맥주를 마신 건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지난 1년 사이 벤은 약혼했고, 처음으로 집도 마련했다. 하지만 직계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는 기념행사를 공유할 수 없었다. 봉쇄가 완화된 지난 한 주 동안 벤은 가능한 한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펍에 가고, 외식도 하고, 런던의 유명한 옥스퍼드스트리트 쇼핑가를 돌아다녔다. 올해 처음으로 회사 사무실을 방문했고, 미용실도 갔으며, 친구들과 5인 축구도 했다.
 
벤의 이야기는 현재 많은 영국인의 삶을 반영한다. 펍이 다시 열렸던 첫날인 지난 12일 월요일의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월요일에 비해 114%나 증가했다. 영국 펍의 40%에는 야외 좌석이 있고, 야외 공간이 있는 펍 덕분에 매출이 급증했다. 그러나 봉쇄가 완화된 지금도 영국은 여전히 한국보다 훨씬 더 엄격한 통제하에 있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에서는 밖에서 6명 이하의 사람만 만날 수 있다. 여전히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북아일랜드에서는 펍·식당·미용실 등 생활에 꼭 필요한 상점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문을 열 수 없다.
 
다시 완전 봉쇄되지 않을 거란 희망
 
영국 정부는 오는 5월 말에는 봉쇄를 더 완화할 예정이다. 펍이나 식당 안에서 30명 이하 모임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친구와 가족을 방문할 수 있게 하고 박물관이나 영화관 같은 문화 시설을 재개장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3월 영국 정부는 현재 유럽을 휩쓸고 있는 3차 대유행이 영국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5종의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백신 접종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또한 마스크 착용은 영국에서 여전히 일반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가게나 다른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거리에서는 많은 사람이 마스크 없이 돌아다닌다. 지난 한 주 동안 영국 전역의 야외 펍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비록  확진자 수가 증가해도 집단 면역이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에 확진자 수는 통제될 것이고, 다시 완전한 봉쇄가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벤은 지금 상황이 “마치 끝의 시작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보려고 하진 않아요. 봉쇄가 완화되고 다른 변종들이 나와 또 봉쇄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는 일상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번역: 유진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짐 불리(Jim Bulley)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때 영국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왔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스포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KBS월드, TBS(교통방송), 아리랑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및 패널로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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