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또 "친문 밀자"…'전대협 의장' 이인영·임종석 대권도전 고민

중앙일보 2021.04.23 16:22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대선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임 전 실장과 가까운 여권 인사)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대선 역할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이 장관과 가까운 초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86그룹 대표주자인 임 전 실장과 이 장관의 대권 도전설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86그룹 인사는 23일 중앙일보에 “대선 출마를 안 하겠다면 굳이 ‘고민하겠다’고 말하겠느냐”라며 “이들의 출마는 상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5·2 전당대회가 끝난 뒤 출사표를 던지고, 이 장관도 7월 경선 시작 전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 뜻을 밝힐 거란 전망이 많다.
 
두 사람은 80년대 말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에서 각각 1기(이 장관)와 3기(임 전 실장) 의장을 지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행정부 경력을 쌓으며 정치적 비중을 키웠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장관은 원내대표(2019~2020년)를 지낸 뒤 지난해 7월 통일부 장관에 임명됐다. 
 

‘제3후보론’과 ‘86퇴진론’

이들이 출마를 저울질하는 건 민주당에 친문 대선 주자가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대선 경선을 준비 중인데, 누구도 친문 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이나 ‘낙점’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친문 진영에선 “친문 색채가 강한 다른 인물을 밀어야 한다”는 소위 ‘제3후보론’이 제기되면서, 이 장관이나 임 전 실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친문 재선 의원은 “범 친문계열의 50대 젊은 주자들이 나서야 이재명 경기지사 1강 체제를 바꿀 수 있다”며 “이 장관, 임 전 실장에겐 정치적 공간이 열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했지만 당시 해당 지역구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11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엔 정치 복귀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 출마를 준비했지만 당시 해당 지역구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자 2019년 11월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엔 정치 복귀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에게 대선 출마가 “선택이 아닌 필수”(한 당직자)란 의견도 있다. 대선 도전을 제외하곤 차기 행보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86퇴진론’이 재점화하면 다음 총선 출마도 장담할 수 없다. 86그룹은 실제 21대 총선을 앞둔 2019년 말 거센 퇴진 요구를 받았다. “한 세대가 정치를 20년 했으면 이미 퇴장할 때가 됐다”(이철희 현 청와대 정무수석)는 논리였다.
 
한 86그룹 인사는 “이번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장관까지 지냈는데 ‘국회의원 한 번 더 한다’고 하면 후배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출구는 대선뿐이어서 서로 각자도생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낮은 지지율은 숙제

임 전 실장은 최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이끌며 전국 40여 개 기초자치단체와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장관은 지자체의 남북교류사업 사전승인제 도입을 추진하면서 꽉 막힌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대선 지지율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JTBC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지난 18일)에서 임 전 실장은 1.4%의 지지를 얻었다. 조사대상이 된 주자 10명 중 9위였다. 이 장관은 조사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로 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운동권이지만 일도 잘한다"는 당내 평가를 받았다. 통일부 장관이 된 이후에는 남북경색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단 평가다. 오종택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로 공수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운동권이지만 일도 잘한다"는 당내 평가를 받았다. 통일부 장관이 된 이후에는 남북경색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단 평가다. 오종택 기자

 
과거에 했던 발언들도 부담이다. 임 전 실장은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지난달 23일)라는 발언으로 2차 피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정치권에선 “정무감각이 백지이거나, 자신의 입장만 고려한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란 비판이 나왔다. 또 2019년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를 시사했기 때문에 그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자신의 말을 뒤집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 장관은 미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2월 27일)에서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 삶이 어려워졌다면 어떻게 개선할 건가”라고 작심 발언을 했다가 “책임은 북한에 있다”(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는 국제적 반발을 샀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월 2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3월 23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서울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어려울 때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대선에 나가겠다고 하면 당심이 모이겠느냐”라며 “최근 행보를 보면 정치적 판단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든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친문 진영에선 “친문 진영의 제3후보 수요는 여전히 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지지율이 5%까지만 올라가면 친문이 붙기 시작할 것”(초선 의원)이란 기대가 있는 게 사실이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