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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700명대, 백신 가뭄···여권 자랑 'K방역' 1년만에 꼬였다

중앙일보 2021.04.23 05:00 종합 8면 지면보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22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22일 대전 한밭체육관 앞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방문한 시민들을 분주히 검사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4·7 재·보선 참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권에 또 다른 위기가 시작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유행 조짐이다. 
 

1·2차 유행 땐 신천지 등서 발원
최근 확산세는 책임 돌릴 곳 없어
백신 도입도 당·정·청 메시지 혼선
국민 69% “11월 집단면역 불가능”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22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35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7일 이후 105일 만의 최대치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철저한 방역과 안정적인 백신 수급으로 4차 유행의 우려를 막아 내겠다”(최인호 수석대변인)고 했으나, 사실상 4차 대유행 초입에 들어선 모습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실망감은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13~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최고치(62%)를 기록한 가운데, 부정 평가 이유에서도 ‘코로나19 대처 미흡’을 꼽은 응답자가 전 주 2%에서 8%로 늘어났다. 부동산 정책(31%)과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에 이은 세 번째 부정 평가 이유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해 4·15 총선에서 여권의 압승을 이끌었던 1등 공신인 ‘K-방역’은 어떻게 1년 만에 ‘최대 위협 요인’이 되었을까.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진 측면도 있으나, 달라진 코로나19 상황에도 정부·여당이 지난해와 똑같은 방식으로만 대처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남 탓’ 불가능한 지역 내 감염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진원지로 지목됐다. 당시 여권은 전광훈 담임목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추궁했다. 뉴스1

지난해 8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진원지로 지목됐다. 당시 여권은 전광훈 담임목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추궁했다. 뉴스1

지난해 1·2차 대유행은 발원지가 명확했다. 지난해 2월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퍼졌던 1차 대유행 때는 신천지 교회가. 지난해 8월 2차 대유행은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집단 감염 진원지였다. 이에 정부·여당은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해당 교회를 압박했고, 이들을 봉쇄하는 조치로 비교적 빨리 확산을 차단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은 원인이 불명확하다. 3차 대유행만 해도 일부 요양 병원과 상주 BTJ열방센터 등 특정 시설을 지목했지만, 최근 확산세는 식당·주점·직장 같은 일상생활 공간을 매개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신규 확진자 규모는 2차 대유행 당시 1일 확진자 수(300~400명)의 두 배에 달한다. 책임을 물을 특정 집단이 존재하지 않으니, 고스란히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민주당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확진자가 700명대로 늘었는데도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 공동 조사(19~21일)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심각하다”는 응답은 77%로 “심각하지 않다”(21%)는 인식을 압도했다.  
 

지켜지지 않은 ‘조기 종식’ 낙관론

 
지난해 10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인천광역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 연구소를 방문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10월 이낙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인천광역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 연구소를 방문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은 한국 방역 정책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코로나19의 조기 종식을 자신했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하반기 이전에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될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역시 “머지않아 종식된다. K-방역은 모범 사례”라는 말을 반복했다. 
 
하지만 여권의 성급한 낙관론은 국민의 불신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당장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을 국민들은 믿지 않는다. 4개사 공동조사에서 “11월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응답은 69%, “가능할 것”이란 응답은 24%였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지난 연말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방역 단계를 높여 짧고 굵게 끝내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최근엔 그런 목소리마저 사라졌다”며 “그만큼 국민의 실망감과 절망감이 깊은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 메시지 혼선…“정보 공개해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여권 내부의 메시지 혼선도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도입 문제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스푸트니크v 등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상황 공동 점검에 나선 두 사람의 모습. 경기도청 제공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가 스푸트니크v 등 러시아 백신 도입 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해 7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상황 공동 점검에 나선 두 사람의 모습. 경기도청 제공

여권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5일 경기도 차원의 자체 백신 도입 검토 사실을 밝혔다. 청와대엔 스푸트니크V를 포함한 다양한 백신의 공개 검증을 요청했다. 하지만 중대본은 16일 브리핑에서 “백신 도입은 지자체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일부 지자체장의 즉흥적 이벤트는 코로나 위기 극복에 장애만 조성할 것”이라고 했다.
 
21일엔 방역총리임을 홍보해온 직전 총리와 청와대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러시아산 백신 도입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참모진의 건의에 문 대통령이 ‘그렇게 하라’는 언급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러시아 백신의 경우 (선호 차이가) 더 심할 수도 있다는 판단도 있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백신 수급 상황에 대해 준비한 대로 해도 문제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문제가 있어서 추가로 도입해야 하는 건지 메시지가 불분명하다”며 “정부가 과감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신뢰가 다시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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