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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동맹 흔드는 발언 할 땐가

중앙일보 2021.04.23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영상 메시지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영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2021년 보아오포럼 연차총회 개막식에 영상 메시지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영상 캡처]

코로나19 백신 조달에 비상등이 켜져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북한과 중국을 편드는 메시지를 내 우려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 (대화를) 진전시키면 결실을 거둘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건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북·중 편드는 언급으로 미국 자극
줄타기 외교를 접고 ‘가치 동맹’ 복원해야

바이든 대통령이 싫어하는 소리만 골라서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든은 북한의 숙원인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를 실현해 준 싱가포르 합의를 ‘실패작’으로 못박았으며 “김정은을 만날 의향이 없다”(3월 29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고 공언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 정면충돌하는 메시지를 워싱턴에 던진 셈이다.
 
문 대통령은 미·중 갈등과 관련,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대중 압박은 당파를 초월한 국가적 결단이다. ‘ABT’(트럼프만 빼고)로 집권한 바이든조차 대중 정책만은 트럼프를 계승한 이유다. 그런데  동맹인 한국 대통령이 남 얘기하듯 “중국과 싸우지 말라”고 훈수했으니 워싱턴에서 “한국이 우리 동맹 맞냐”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상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국 보아오포럼 개막식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아시아 국가 간 신기술 협력이 강화된다면 미래를 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이 중국과 ‘글로벌 기술 전쟁’을 개시한 상황에서 대놓고 중국 손을 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은 개도국에 대한 중국의 백신 지원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5월 말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부담스러운 청구서를 쏟아낼 게 확실시된다. 미·중 전쟁에서 미국 편에 서고, 북한 비핵화에 공조하며 한·일 관계를 개선하라는 세 가지가 핵심이다. 문 대통령에겐 죄다 난제다. 그런데다 백신을 받아 와야 하는 과제까지 스스로 떠맡았다. 미국산 백신 도입이 절실한 마당에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연일 북한·중국을 편드는 발언으로 미국을 당혹에 빠뜨리고 있다. 이래 놓고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 온다면 ‘외교사의 기적’으로 남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제라도 ‘줄타기 외교’를 접고 동맹 중심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인권의 가치와 북한 비핵화의 시급성 및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확인하는 정도의 메시지는 내놔야 한다. 또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에 당장 가입이 어렵다면 산하 기구인 ‘코로나 워킹그룹’에라도 참여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가치 동맹’을 복원하고 상호 신뢰를 회복해야 백신 도입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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