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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도제한 시속 50㎞면 신호등 걸린다? 7.5㎞ 거리 달려봤다

중앙일보 2021.04.22 11:35
전국 도로의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시행 이틀째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사거리에 안전속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국 도로의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시행 이틀째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사거리에 안전속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10시 경남 창원시 토월초등사거리 앞. 정부가 전국 도심 일반도로의 차량 제한 속도를 50㎞로 낮춘 후 첫 월요일인 이날 아반떼 차량 2대가 동시에 출발했다. 한 차량은 제한 속도 시속 50㎞, 또 다른 차량은 기존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넘지 않은 채 운행했을 때 주행시간 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5030' 첫주, 중앙일보 주행 시험

이날 경남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투입된 두 차량은 토월삼거리를 출발해 창원대로를 거쳐 도청사거리까지 약 7.5㎞ 구간을 이동했다. 두 차량은 동시에 출발했으나 제한 속도 60㎞차량은 첫 번째 신호등에서 녹색신호를 받아 통과하고, 50㎞ 차량은 적신호에 걸리면서 두 차량의 간격이 벌어졌다.  
 
이후 50㎞ 차량은 시속 30~40㎞로 달리다 보니 차선변경 등이 쉽지 않아 번번이 신호등에 걸렸다. 평소 제한속도 60㎞로 달리던 운전자는 조금 갑갑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서행으로 운전하니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급출발을 하는 현상은 거의 없어 안정감이 느껴졌다. 주변 차량 등을 보는 시야도 넓어진 느낌이었다.
 
60㎞ 차량도 속도를 내기는 쉽지 않았다. 제한속도 50㎞ 구간에서는 다른 차량이 서행하면서 차선변경이 힘들었고, 제한속도 60㎞인 창원대로에서만 겨우 60㎞ 정도 낼 수 있었다. 60㎞ 차량은 50㎞ 차량보다 1~2차례 더 신호에 걸리지 않고 통과했으나 비슷한 횟수로 적신호에 걸렸다. 목적지인 도청 사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50㎞ 차량이 19분 55초, 60㎞인 차량은 18분 40초가 걸려 시차는 1분 15초였다. 경남경찰청 천민성 교통계장은 “도심부는 외곽도로와 달리 교차로와 신호등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최고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낮춰도 주행시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과는 경남도가 지난 6~8일까지 한국교통안전공단 경남본부 등과 합동으로 조사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같은 구간에서 택시 2대를 이용해 출근(오전 7~9시), 퇴근(오후 5~7시), 야간(오후 9시~10시) 시간대로 나눠 각 2회씩 3일간 주행을 했다. 그 결과 평균 주행시간은 50㎞ 차량은 23분 34초, 60㎞ 차량은 22분 54초가 걸려 약 40초의 차이를 보였다. 택시요금은 9652원(50㎞), 9634원(60㎞)으로 18원 차이였다. 
 
정부는 지난 17일부터 일반도로는 50㎞, 스쿨존을 비롯한 이면도로는 30㎞로 제한속도를 낮추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안전속도 5030)을 시행했다. 앞서 2016년 민·관·학 기관이 참여하는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구성한 뒤 부산(2017년)과 서울(2018년) 등 일부 지역에서의 시범사업을 거쳐 이번에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앞서 부산은 2019년 11월부터 전면시행된 바 있다.
 
시범운영 결과 사고감소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부산에서는 지난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가 47명으로 전년(71명)보다 33.8%가 줄었다. 또 교통사고 전체 건수도 1만3250건에서 1만2091건, 중상자는 4490명에서 3950명, 사망자는 127명에서 112명으로 감소했다.  
 
경남경찰청 천민성 교통계장이 '5030' 주행시험 전 주의사항을 운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남지방경찰청

경남경찰청 천민성 교통계장이 '5030' 주행시험 전 주의사항을 운전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경남지방경찰청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속도를 줄이면 사고도 준다’는 의견과 ‘교통사고 예방 효과는 낮고 오히려 차량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이 맞선다. 운전자 최모(40·여·서울 동작구)씨는 “속도를 줄이면 사고 시 사망 및 부상 위험도 줄고 보행자의 입장에서도 훨씬 안전할 것 같다” 말했다. 반면 택시기사 이모(59·대구 달서구)씨는 “실제 운전해보면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낮추고, 신호등에도 자주 걸려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앙일보가 주행 시험을 한 지난 19일에도 규정 속도를 맞춰 가는 차량을 다른 차가 속력을 내 추월하거나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정부가 여러 형태로 ‘5030’ 정책을 알렸지만, 아직 운전자 등의 인식 변화가 더디다는 의미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지난 19일 “운전자 등에게 불편을 드리지만, 사람의 목숨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며 “운전자들의 불편 사항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5030’ 정책의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모든 도로에 일률적으로 ‘5030’을 시행할 것이 아니라 도로의 특성에 따라 어떤 곳은 좀 더 속도를 높이고 어떤 곳은 더 줄이는 방식으로 탄력적 운영이 필요하다”며 “여기다 적당한 속도를 유도하는 ‘지능형 도로 시스템’도 추가로 갖춰져야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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