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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시시각각] 김의겸 의원님, 안타깝습니다

중앙일보 2021.04.22 00:51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6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 선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6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 선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의원님, 지난 19일 취임 선서 뒤에 국회 단상에서 한 인사말을 들었습니다. “정치적으로 죽은 목숨이나 진배없었지만 뜻밖에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됐습니다. 열린민주당 당원과 국민 여러분이 넘어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습니다.” 특유의 감수성이 묻어났습니다.
 

누가 누구를 개혁한다는 건가
'언론 독립 빅딜'은 황당한 주장
국민 원성 산 이유 숙고해 보길

의원님이 청와대 대변인 시절에 기자들 앞에서 한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를 납치한 무장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억지스러운 감성적 호소가 꽤나 부담스럽습니다.
 
의원님은 인사말 끝자락에 “언론 개혁이 제게 주어진 과제”라고 했습니다.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습니다. 치욕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누가 누구를 개혁한다는 건가’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습니다. 김 의원님은 언론의 독립성·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긴 분입니다. 최서원씨 국정 개입을 드러낸 특종 기사로 세상을 바꾸는 데 공을 세운 분이 정권이 바뀌자 청와대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후배 기자들이 결코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없는 전직 언론인이 됐습니다. 후배들은 지금 “세상 다 그런 거 아닌가”라는 빈정거림을 감수하며 삽니다. ‘기레기’라는 모욕적 표현에는 권력을 향한 해바라기 같은 존재라는 비아냥도 담겨 있을 겁니다.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는데, 바로 다음 날 라디오 인터뷰 덕분에 상당 부분 해소됐습니다. 의원님은 “공영언론은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된다. 민영언론의 경우도 소유와 경영을 완전하게 분리해 나가는 그런 방식으로 가야 된다”고 했습니다. 이를 ‘빅딜’이라고 칭했습니다. 권력이 공영언론에 간섭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민영언론 대주주가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동시에 하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얼핏 듣기엔 그럴싸할지 몰라도 참으로 황당한 발상입니다. ‘권력이 공영언론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규범입니다. 본래 그게 정상이라는 뜻입니다. ‘민영언론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해야 한다’는 것은 보편적 규범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과연 바람직한가, 실현 가능한가 등으로 따져봐야 할 주장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는 원래 그래야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렇게 하는 게 맞느냐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그 둘을 거래(빅딜)하자는 게 상식적입니까?
 
다시 쉽게 말씀드립니다. 어느 날 교육부 장관이 “이제 정부가 국립대학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할 테니 사립대학 재단들이 학교 운영에서 손을 떼십시오. 이것이 빅딜입니다”라고 한다면 온전한 정신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부의 국립대 자율성 침해 방지는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사학재단의 학교 운영 참여 배제는 위헌적인 요소까지 있는 주장입니다. 
 
왜 언론사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야 합니까?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공재 생산자이기 때문입니까? 그렇다면 제약업체·식품업체·건설업체도 그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의원님은 구성원이 사장을 투표로 뽑는 언론사에 계셨습니다. 처음엔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정치판을 닮아간다는 그곳 기자들의 푸념을 들어왔습니다. 파벌, 라인, 비주류, 논공행상 등의 단어가 나옵니다. 모르지 않으실 겁니다. 
 
끝으로 한두 가지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흑석동 부동산 문제에 대해 사과하며 연일 수익금 기부 사실을 언급하셨습니다. 국민은 그 ‘영끌’ 투자로 돈 벌었다고 화를 낸 게 아닙니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한 정권의 대변인이 드러낸 권력의 위선에 분노한 겁니다. 그리고 국민이 다시 일으켜 세워준 것도 아닙니다. 선거법 빅딜과 위성정당 탄생이라는 정치적 야합(野合)의 부산물일 뿐입니다. 국민 함부로 팔지 마십시오.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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