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안혜리의 시선]김어준씨, 그래서 세금 얼마 냈어요?

중앙일보 2021.04.22 00:45 종합 28면 지면보기
지난 2018년 '그날, 바다' 무대인사에 제작자로 오른 김어준과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 김지영 감독(왼쪽부터). [중앙 포토]

지난 2018년 '그날, 바다' 무대인사에 제작자로 오른 김어준과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배우 정우성, 김지영 감독(왼쪽부터). [중앙 포토]

요즘 혈세 낭비 문제로 시끌시끌한 tbs(교통방송) 라디오 '뉴스공장'의 사회자 김어준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두 번의 죽음을 기회 삼아 영향력과 돈을 모두 거머쥔 능력자' 정도가 아닐까 싶다. 두 번의 죽음이란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2014년 수백명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해양 침몰 사고인 세월호 참사를 말한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다 죽어가던 김어준을 되살린 심폐소생술이었고, 그렇게 다시 살아난 김어준에게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은 입금 없이 빼 쓰기만 하는 현금인출기 노릇을 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이던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추모 방명록에 '미안하다, 고맙다'라고 쓴 문재인 대통령이나 그 직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들아. 너희들이 대한민국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고 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처럼 직접 '고맙다'고는 안 했지만 내심 가장 고마워했을 사람이 바로 김어준 아닐까.

임금체불하다 세월호 계기로 대박
음모론 영화로 펀딩해 수십억 수익
tbs 출연료 23억원은 수입의 일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팽목항을 찾아 추모 방명록에 '고맙다'고 썼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6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팽목항을 찾아 추모 방명록에 '고맙다'고 썼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주자이던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추모 방명록에 '고맙다'고 써서 논란이 됐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주자이던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추모 방명록에 '고맙다'고 써서 논란이 됐다. [중앙포토]

커뮤니케이션 연구자 김내훈씨는『프로보커터』에서 김어준이 1998년 만들어 당시 X세대(지금 40대)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낸 인터넷신문 딴지일보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진영의 정권 재창출과 맞물려 매력을 잃어버렸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로 재도약의 기회를 얻었다고 지적했다.다만 이때까진 돈벌이로 직결되지 못했다. 2011년 음모론 제조기지인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로 팬덤과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면서도 그가 2000년 세운 딴지그룹 직원들은 임금체불로 고통받아야 했을 정도다. 딴지 전 수뇌부를 자처한 이가 당당하게 딴지그룹 법인 계좌로 후원을 요청하던 2011년 '거지면 거지답게?'라는 글을 올린 것이나, 최저임금 수준도 안 되는 임금조차 못 받고 딴지일보 게시판에 긴 글을 남겼던 한 전직 주방직원의 '늦은 퇴사 후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그러나 김어준 개인의 재정 상태까지 어려웠던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 시절에도 김어준은 서울 성북동의 223㎡(68평)짜리 2층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돈이 필요하던 그에게 대박 기회가 찾아온다. 세월호다. 세월호 고의 침몰설을 본인의 인터넷 방송으로 꾸준히 유포하더니 참사 이듬해인 2015년 세월호 음모론을 토대로 한 '그날, 바다'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다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1만2000여 명으로부터 20억원 넘는 제작비를 모금했다. 김어준이 펀딩을 위해 만든 '프로젝트 부' 제작, 김어준 직접 출연, 배우 정우성의 노개런티 내레이션 등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2018년 세월호 4주기 즈음에 개봉해 54만명 넘는 관객을 모아 44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금도 웨이브같은 OTT에 서비스돼 꾸준히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제작진이 당시 공식적으로 밝힌 제작비는 9억원이다. 이게 실제로 어떻게 쓰인 것인지는 말할 것도 없고 이후 누가 얼마의 수익을 갖고 갔는지 한 번도 투명하게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영화계에선 김어준을 비롯해 소수의 제작진에게 적어도 10억~20억원의 수익이 돌아갔을 거라고 추산만 할 뿐이다. 
남의 비극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면서도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무시하는 인물, 그게 바로 김어준이다. 진영논리와 음모론적 시각으로, 지난 7일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편파방송으로 물의를 빚은 그를 단지 '방송의 공정성'이라는 틀로만 비판하는 건 이런 맥락에서 반쪽짜리 접근이다. 그의 실체는 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봐야 더 잘 드러난다. 
이번 tbs 라디오 출연료 논란도 마찬가지다. 김어준이 tbs의 자체 상한액 기준(1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회당 200만원의 출연료를 받아 박원순 시장 시절 23억원을 챙겼다는 보도도 사람들을 놀라게 했지만 서울시민 세금이 매년 수백억원씩 들어가는 공영 방송사와 계약서도 없이 자신이 세운 1인 회사를 통해 그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접하니, 참 김어준스럽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자신이 세운 딴지그룹의 유일한 사내이사인데, 왜 별도의 1인 법인이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그가 발명한 '음모론의 수익 사업화'가 절세를 위한 1인 회사 설립이 필요할 만큼 꽤 괜찮은 사업모델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논란이 되자 김어준은 자기 프로에서 구체적인 출연료 언급없이 "탈루 혹은 절세 시도가 1원도 없었다"는 일방적 주장만 늘어놓았다.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했는지도 물론 의심스럽지만, 설령 그랬다 하더라도 1인 법인 세워서 비용 처리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확 줄이는 '꼼수'를 누가 모를까 봐 이러시나. 김어준씨, 그래서 세금 얼마 냈어요?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