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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너무 황당” 휠체어 타고 법정 나서며 눈물

중앙일보 2021.04.22 00:02 종합 4면 지면보기
“너무너무 황당하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가겠다, 꼭 가겠다.”
 

지원단체 “국가 면제는 일본 논리”
변호사 “인간 존엄성 언급 없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21일 일본 정부에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각하되자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그는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에서 열린 판결 선고를 듣기 위해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원고 20명 중 현재 살아 있는 분은 이 할머니를 포함해 4명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21일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가족 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는 21일 고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가족 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에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용수 할머니가 이날 선고 공판이 끝난 뒤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한복 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재판부의 판결 요지를 듣던 이 할머니는 선고가 패소로 기울자 대리인단과 먼저 법정 밖으로 나갔다. 법정 앞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그는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간에 국제사법재판소에 가겠다, 꼭 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내 눈물까지 보인 이 할머니는 “정말 참기가 (힘들다) 숨도 못 쉬겠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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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할머니는 택시를 타고 자리를 뜨기 전 “저는 피해자들 똑같이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저 혼자만이 아니다”고 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따로 기자회견을 열게 된 것과 관련해선 “이 사건에는 정의기억연대고 뭐고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나는 모든 피해자를 위해 자리에 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 열린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 할머니는 “저는 얼마 남지 않았다”며 “나이 90세가 넘도록 이렇게 판사님 앞에서 호소해야 하냐”며 배상 판결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4일에도 이 할머니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측에 국제사법재판소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이 잘못을 확실히 밝히고 사과해야 제가 위안부라는 명예회복을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이해시켜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서 잘못을 확실히 밝히는 게 제 소원”이라고 말했다. 정의연도 다른 위안부 단체들과 함께 항소 입장을 밝혔다.  
 
정의연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굴하지 않고 항소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법원에 진실과 정의에 입각해 판단할 것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고발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한 피해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외면하고, 이른바 ‘국가면제’를 주장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월 8일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판결의 의미를 스스로 뒤집으며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퇴행적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월 나눔의집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실장은 “자국민이 중대한 인권침해를 입었음에도 가해자가 외국이라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냐”며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책무를 저버린 오늘의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의 변호를 맡은 이상희(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판결 내내 손해배상 청구의 가장 큰 이유인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위한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오히려 국익에 대한 우려가 나와서 자세한 판결문이 나오면 반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현주·권혜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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