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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 없으면 진다"···민주당 후보들, 전대 앞두고 후원금 '영끌'

중앙일보 2021.04.21 18:12
민주당 당권주자인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 연합뉴스

민주당 당권주자인 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후보. 연합뉴스

“전쟁에 나가는 데 총알이 없어서 되겠느냐.”

 
5·2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최고위원 후보 캠프가 바빠지고 있다. 후보 한 명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모금할 수 있는 전당대회 후원금을 ‘영끌’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원 후원회 모금액(최대 1억5000만원)까지 합쳐 3억원을 ‘실탄’으로 쓸 수 있다.
 
전당대회에 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80만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에게 건당 40원인 문자메시지를 한 차례만 보내도 총 3000만원이 든다. 기탁금(대표 8000만원·최고위원 3000만원)과 컨설팅·여론조사 실시 비용까지 내면 빠듯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전대에서 대표 후보(이해찬·송영길·김진표) 평균 지출액은 2억9723만원이었다. 이해찬 전 대표는 문자메시지 발송에만 8619만원을 썼다.
 

명망가 동원형

이에 5·2 전대 대표 후보들은 일찌감치 정치권 명망가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해 후원금 모집에 나섰다. 송영길 후보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이자 부산 민주화 운동 대부인 송기인 신부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했다. 송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부터 송 신부와 인연을 이어왔다. 송 의원 측 인사는 “옛 부산지역을 중심으로 친노 인사들의 후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후보의 후원회 홍보물. 기호 1번 홍영표 후보와 그의 후원회장 이해찬 전 대표(맨위). 기호 2번 송영길 후보와 후원회장 송기인 신부(가운데). 기호 3번 우원식 후보와 후원회장 이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민주당 대표 후보의 후원회 홍보물. 기호 1번 홍영표 후보와 그의 후원회장 이해찬 전 대표(맨위). 기호 2번 송영길 후보와 후원회장 송기인 신부(가운데). 기호 3번 우원식 후보와 후원회장 이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

 
반면 홍영표·우원식 후보의 후원회장은 모두 친노·친문 좌장 이해찬 전 대표다. 홍 후보는 2004년 이 전 대표가 국무총리였을 때 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인연을 맺었다. 우 후보는 1980년대 말 이 전 대표가 재야모임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를 만들었을 때부터 함께 활동했다. 한 친문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친문 진영에 갖는 상징성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백혜련·김용민 최고위원 후보의 후원회장은 21대 총선 때부터 이낙연 전 대표다. 
 

십시일반형

 
4·7 재·보선 참패로 전당대회가 예정보다 일주일 당겨진데다 최고위원 선거는 예정에 없던 지도부 총사퇴로 발생한 것이어서 후보들은 모금에 애를 먹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재·보선 기간 휴전 때문에 사실상 선거운동 기간이 예년의 절반도 안 되는 셈”이라며 “고정 지출은 비슷한 데 모금 기간이 짧아 후보들이 빠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문 후보들의 사정은 조금 나은 편이다. 강성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들이 자발적인 ‘1·1·4 후원금 폭탄 운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영표(대표 기호 1번)와 강병원(최고위원 기호 1번), 전혜숙(최고위원 기호 4번) 후보를 밀기로 작정한 이들이 자발적으로 모금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이 트위터를 중심으로 계좌번호를 퍼 나르며 “어느 때보다 이분들의 당선이 간절하다”고 적으면 다른 이들은 송금 확인 인증샷을 올리며 독려하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후원 감사글. 페이스북 캡처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후원 감사글. 페이스북 캡처

 
이에 강 후보 후원계좌엔 21일까지 모금 한도의 3분의 1 수준인 1억원가량이 모였다고 한다. 강 후보 측 인사는 “며칠 새 당원 수천 명이 1만원~5만원씩을 보내 준 결과”라고 말했다. 친(親)조국 성향 김용민 후보도 당원들의 소액 후원에 덕을 보는 사례다. 
 
계파색이 강한 후보들에겐 동료 국회의원들이 최후의 보루다. 전대 후원금은 1인당 최대 500만원까지 낼 수 있는데, 국회의원은 자신의 정치후원금 계좌에서 지출할 수 있다. 홍영표 대표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후원금 상황을 보고 여의치 않으면 지지 의원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한도를 채우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린고비형

 
그러나 당 대표 후보보다 인지도 낮은 최고위원 후보, 그 중에서도 계파색이 옅은 후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게 살 길이다. 최고위원 후보들은 별도의 캠프 사무실을 임대하지 않고 기존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수백만 원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쉽지 않고 단기간 임대하기도 어려워서다.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서삼석(왼쪽) 김영배 후보. 민주당 홈페이지.

최고위원 선거에 나선 서삼석(왼쪽) 김영배 후보. 민주당 홈페이지.

 
또 문자메시지 발송 대상을 선별해 비용을 아끼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김영배 최고위원 후보는 대의원을 포함한 핵심 당원 2만여명을 따로 추려 홍보 문자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보내고 있다. 호남 기반의 서삼석 최고위원 후보는 오로지 의원실 인력만으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 후보 측 인사는 “반드시 돈을 들여야 하는 온라인 제작물을 제외하곤 대부분 의원실 인력으로 감당하고 있다”며 “권리당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는 신중을 기해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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