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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갑자기 코피 주륵…'식스센스급' 유치원 급식 미스터리

중앙일보 2021.04.21 17:30

“급식에 무엇을 넣었나요?” “왜! 구속하지 않나요?”

현장에는 물음표가 가득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금천경찰서 앞. ‘국공립유치원 급식 이물질 투여 특수교사 구속수사와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 모인 학부모 10여 명은 “급식에 모기기피제 넣고 엽기행각 벌인 특수교사 처벌하라”며 여러 궁금증이 적힌 팻말을 흔들었다. “선생님, 진실을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도 보였다.
21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해 비상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민정 기자

21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해 비상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함민정 기자

아이들의 갑작스런 구토와 코피, 가려움증

이들이 비상식적이라고 의심하는 교사 A씨는 지난해 11월 금천구의 한 병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먹는 급식과 간식 등에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든 액체를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수거한 약병에서는 유해물질인 모기기피제, 가루 세탁 세제 성분이 확인됐다. A교사는 동료 교사들의 물통 등에도 알 수 없는 물질을 넣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피해 학부모에 따르면 유치원 6세반 아동과 특수반 아이들 17명이 구토와 코피, 복통, 가려움을 호소했다. 병원에서 진행한 혈액 검사 결과 유해한 항원에 대한 반응으로 생기는 혈중 면역글로불린(IgE) 수치가 정상인보다 2~14배 높게 나왔다. 
 
하지만, A씨의 혐의가 입증된 건 아니다. CCTV에는 A씨가 정체불명의 물질을 넣는 장면은 나오지만, 유해물질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지난 1월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시하며 반려했다. 경찰의 추가 수사에서 A씨의 앞치마에서 추가로 모기기피제와 계면활성제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A씨가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유해물질을 넣은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급식에 물과 자일리톨, 생강가루를 넣은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피해 학부모는 가해교사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파면돼 다시는 교직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 피해 학부모는 가해교사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고 파면돼 다시는 교직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강력한 조치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청와대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아이들 피 토할 때 무슨 생각하셨나"

가해 교사로 의심받는 A씨는 직위해제됐다. 그러나,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 아동 학부모인 김모씨는 이날 "우리나라 교권이 강하다고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일하지 않고 있는 가해 교사에게 국민 세금으로 나라에서 돈 주고 있다"며 울먹였다. 그는 "정작 피해자들에게는 방패도 쥐여주지 않으면서 도리어 가해자에게는 싸울 무기를 손에 쥐여주는 이상한 나라 법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라고 주장했다.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학부모 대표는 “범죄 정황은 있으나 확실한 직접 증거가 없어서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5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지 않았다. 경찰의 엄정한 수사와 빠른 보강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서울장애인부모연대 금천지회 관계자는 "선생님이 준 간식에 무엇이 들어간 줄 모르고 맛있게만 먹었을 우리 아이들이 피 토하고 쓰러질 때 무슨 생각을 하셨나"라며 "직접적인 구타와 폭행이 아닌, 이물질 넣은 유치원 교사는 아동학대가 아닌가. 가해 교사가 다시 교육현장에 돌아온다면 안심하고 보낼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2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에 탄원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전 서울 금천구 금천경찰서 앞에서 국공립유치원 '급식 테러' 사건 엄벌 촉구를 위한 비상대책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에 탄원서를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부모들, 교육감 면담 요구도 

비대위는 이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비대위는 "조 교육감이 현재 경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면담을 거부하고 있다"며 "교육 당국을 믿고 공립 유치원에 아이들을 맡겼다. 피해 아동 등에게 성의 있는 위로를 보여달라. 유치원 내 CCTV 의무설치와 아동학대 사건 발생 시 대처 매뉴얼을 구체화해달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뒤 비대위는 시민들로부터 받은 엄벌 촉구 탄원서 1805장을 금천경찰서에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해 금천서 관계자는 "보완 수사 내용이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해 길어지고 있다. 최대한 빨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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