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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누가 막았는데…‘관치금융’ 민주당의 적반하장

중앙일보 2021.04.21 17:23
'한국은행이 돈을 충분히 풀지 않았고, (시중) 은행이 서민들에게 대출을 내주지 않아 재보궐선거에서 졌다.'
 

[현장에서]

21일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상생과통일포럼' 금융 토론회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윤후덕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노웅래 의원(4선) 등의 발언으로 정리해 본 더불어민주당의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이다. 금융권에서는 '번지수를 잘못 찾은 지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토론회에서 나온 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날 것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윤 비대위원장=“금융을 이끌고 뒷받침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역할이 부족했다. 한국은행이 다른 나라 중앙은행처럼 양적완화뿐만 아니라 질적 완화, 포용적 금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야 한다.”
 
▶윤 기재위원장=“선거에 패배하고 조기축구회에 나가 연설을 했는데 은행 창구에서 정부 방침 때문에 대출을 할 수 없다고, 상담했던 수요자가 소리를 지르고 한다더라. 담보가치만큼 대출해주다가 하나도 안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민주당을 심판한 것 같다.”
 
▶노 의원=“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0.5%인데 대출금리는 3~4% 정도 된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해 1%포인트 정도는 내려야 하지 않나. 관치금융이 아니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필요하다."
 
이런 발언을 전해 들은 금융권 관계자의 반응은 이렇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은행을 곳간처럼 생각해온 발언이 이어져 발언 자체는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선거 패배의 원인을 은행에서 찾는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아니냐”다.   
 
윤 비대위원장의 한은 비판은 사실관계부터 잘못됐다. 윤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한은이 8조원 정도의 출자를 하기로 했는데 5분의 1밖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을 얼마 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해 BBB등급의 저신용 회사채ㆍ기업은행 매입 기구인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에 8조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재까지 나간 대출은 5분의 1보다 많은 3조5600억원 규모다. 게다가 SPV는 채권 매입 수요에 따라 자금을 지원해주는 구조다. 채권 매입 수요가 없으면 자금을 더 지원해줄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SPV 구조에 대해 잘 모르고 이야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기재위원장과 노 의원이 꺼낸 은행 책임론도 자가당착이다.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이 정한 은행업감독규정에 규정된 담보인정비율(LTV)에 따라 대출을 한다. LTV를 70%에서 40%로 낮춘 건 이번 정부다. 대출금리도 그렇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신용대출 등의 금리를 인상했다. 금융당국이 늘어난 신용대출 등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간다며 시중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에서 정한 돈의 가격인데 정치권의 요구대로 이를 임의대로 깎아주면 시장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는 이자유예 등을 넘어 대출원금을 탕감해주는 법안까지 발의된 상태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은 코로나19로 영업제한 등의 조치를 받아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사업자에게 대출원금을 감면해주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금을 감면해주지 않을 경우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내야 한다. 
 
정치권이 압박이 반복되며 금융권에서는 '관치금융을 넘어선 정치금융'이란 말이 흘러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원금이나 이자 유예, 서민금융기관 출연 등 각종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을 민간 은행에 계속 떠넘기려 하다 보니 이제 비틀릴 팔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당의 자가당착과 적반하장식 때리기에 멍드는 건 금융만이 아니다. 부메랑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 재보궐선거가 그 사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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